[살인자의 기억법] 원작이 있는 영화의 한계
모든 영화 리뷰는 어떻게든 스포를 담고 있으므로 영화를 보시고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것은 김영하의 사진 이다
원작이 있는 영화를 각색하는 감독과 각본가는 몸무게가 절반으로 준다고 한다. 나였어도 그럴 것이다. 책의 내용대로만 진행한다면 영상의 풍부함을 강조하는 것, 실사화했다는 것 말고 내세울 것이 없다(더 문제인 건, 사람의 상상력은 실사화보다 훨씬 대단하단 거겠지만). 그렇다고 소설의 내용을 각색하자니 이건 이것대로 문제다. 이미 완벽하게 마무리된 걸 무리하게 틀어 봤자 욕만 쳐먹을 뿐이다.
감독이 뭘 택했는지는 여러분이 직접 보셔야 하니 밝히지 않겠지만, 개인적인 평점은 별점 두개 반짜리, 추석특선으로 틀어준다면 보겠다-정도다. 다만 원작을 보신 분들께 한정, 원작을 안 보신 분들이라면 별점 세 개정도.
개인적으로 중반 부분까지는 참 좋았다. 주인공이 기억상실을 앓고 있는 영화의 좋은 점은 관객이 상황을 끊임없이 추리하고 분석하느라 긴장의 끝을 놓지 못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원작을 읽고 봐도, 이게 원작과 같을까? 원작과 다를까? 끊임없이 추리하느라 진이 다 빠진다. 감독도 그걸 잘 아는지, 풀어줄 때는 웃음으로 확실히 풀고 조일 때는 확실히 조인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 수록 제대로 조여주지 못하고 이야기가 삐걱댄다.
안톤 쉬거가 구질구질하게 왜 널 죽여야 하는지, 왜 내가 살인을 하는 지 밝히는가? 자신의 과거 이야기, 내면 이야기를 구질구질하게 하는 건 상담사 앞의 우울증 환자들에게 맡겨라. 살인자들은 그냥 머리에다 못을 쏴도 용서받는다. 관객들은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다. 살인자들은 언제나 이해가 불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무서워진다. (에일리언과 사다코가 말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 -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최소한 동기가 이해가능하다고 해도 살인을 하는 방식은 괴상하고 끔찍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의 살인자는 엉망이다! (--이 뒤의 문장은 맨 아래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너무 큰 스포거든요!!--) 뒷 내용은 빼고 다른 이야기로넘어가자.
살인자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피해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게 순리다.
이것은 설현의 사진 이다
극중 내내 몸매가 부각되는 옷을 입고 나온다. 감독은 이것 하나는 탁월한 선택을 했다. 우리는 설현을 쫒아갈 때 완벽히 살인자에게 이입한다. 카메라의 시선은 곧 우리의 시선으로 카메라는 끊임없이 설현의 맨발, 설현의 몸매를 훑는다. 이 영화에서 설현은 무력한 사냥감에 지나지 않는다. (딱 한번 활약하긴 하지만) 사냥감은 매력적이여야 한다. 사냥꾼이 가장 뿔이 큰 사슴을 노리는 것과 똑같은 이치로. 설현 연기가 구렸다는 사람이 있는데, 난 하나도 느끼지 못했다. 여기서 설현은 연기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좋았던 점을 하나 더 꼽자면 나레이션이 많아도 거슬리지 않았다는 것. 여기서 나레이션은 소설의 문장을 완벽하게 대신했다. 딱 필요한 부분에서 정확하게. 원래 영화는 구도와 조명으로 이야기해야 하지만, 소설의 아름다운 문장들을 빌려오는 건 용서할 수 있다. (그리고 더 킹 감독 너는 내가 쏴 죽이고 그 장면에 내레이션만 20분 넣어준다 아주 구린 죽음이 되겠지)
하여튼...전체적으로 아쉬운 영화였다. 나는 원작이 훨씬 좋았다. 맨 마지막 반전이 특히 백미인 소설이었는데 영화의 각색은 영.... 특히 민태주 이놈이 가장 구렸다. 왜이 렇게 구질구질해? 게다가 젊은 놈이 치명타도 제대로 못 띄우고 맨날 빗나감! 빗나감! 효과는 미미했다! 이러고 있으니 너무 한심했다. 또 말은 왜 그렇게 많은지! 차라리 벙어리 살인마를 내는 게 훨씬 나았을 듯 하다.
영화가 별로였으므로 역-따봉
Cheer Up!
Good post👍
마지막 역따봉이 뽀인뜨였네요 ㅋㅋㅋㅋㅋ
영화리뷰 정말 재밌게 잘 쓰시네요. 영화리뷰는 어떻게든 스포를 담고 있다는점도 완전 공감합니다 ㅋㅋㅋㅋ
이 영화 설현이 나왔군요. 설현 연기력 평가도 일품입니다 ㅋㅋ 연기할 필요가 없죠. 어차피 연기는 보이지도 않을게 분명하니깐.
영화가 아무생각 없이 봐도 뇌가 영상을 흡입해주는 장점은 분명히 있는데 역시 책을 보는 사람의 상상력을 절대 뛰어넘을 수가 없죠. 책을 보는 사람들 머릿속 영상이 한명도 빠짐없이 모두가 완벽하게 다르다는 매력도 있구요. 느닷없는 독서 예찬론 댓글이 되버렸네요 ㅋㅋㅋ
넘 잼나게 봤습니다. 자주 보러 오겠습니다 ^^
ㅋㅋㅋㅋㅋㅋ 좋은 평가 감사합니다. 역시 글은 자기 마음 가는대로 써야할까봐요. 세계박님의 글도 잘 읽고 있답니다!!
원작을 옮기다보니, 그 간극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그 부분이 문제같습니다 .
사실 그대로 영상으로 옮겼다면 '그럴 거면 뭐하러 영화화를 했냐!' 라고 욕을 먹을 것 같기도 하지만요.
앗 원작을 안보고 봤던 저는 괜찮은 영화를 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쉽습니다.
왠지모르게 영화관에서 나오면서 느낀 직감이 적중했군요. 소설을 봤다면 영화를 보지 않았을 것이야.
소설에서는 훨씬 끈적끈적하고 진득진득한 의문들이었지요. 이 영화는 너무 친절해.
영화를 못봤네요 ㅎㅎ 역따봉에 웃고 갑니다 ㅋㅋㅋㅋ
베트남에 계시니 가끔 한국 영화가 그립거나 하실 것 같습니다. 한글 자막이 나오는 영화관이 있는 것도 아니니 영어로 보시려면 아주 그냥 피로도가...
아 네 ㅎㅎ 필리핀입니다요 ㅎㅎ 현지 영화관은 액션 위주로 보러 가는거지요 ㅋㅋㅋ
책이 영화로 옮겨졌을때 실망하지 않기란 정말로 어려운것 같습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도 평가는 좋지만 저는 굉장히 실망했던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랑스 소설을 한국 영화로 옮겨서 도대체 어따 써먹으려고 했는지.... 알 수 없는 동네입니다 영화계도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너무나도 주관적이고 솔직한 후기입니다!!
설현은 연기할 필요가 없었다니 ㅋㅋㅋㅋ
메멘토의 영향때문에 이 영화가 저에게는 크게 매력적이지는 않드라고요...
덕분에 이 영화는 안보는걸로...ㅎㅎㅎ
모든 기억 상실 영화는 메멘토의 답습일 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메멘토를 보면서 아이고 이건 또 어디고 저건 뭐람 쟤는 왜 저런담 ㅋㅋㅋㅋㅋ이런 생각을 했었죠 보고 나니 등이 땀으로 흠뻑 젖었었는데.
기대하지 않은 영화였는데 역시나네요^^
보지 않는거 확정이네요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재미있을 것 같았는데.... 구려....몹시 구려써요...
ㅎㅎㅎㅎ 역따봉이라...
참고 하겠습니다.^^
사실 그렇게까지 구리진 않았지만 끝이 안 좋으면 다 안 좋은 거잖아요? ㅎㅎㅎㅎ
네.... 뭐든 끝이 좀 깔금한게 좋긴한데....
하여간 뭔가 좀 찝찝할거 같은 영화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