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잡기 21-06] 연애소설 읽는 노인(루이스 세풀베다)

in #zzan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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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이름을 신문에서 처음 읽었다.
covid-19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내용이었는데 그래서 유명 작가도 정치인도 학자도 그리고 평범한 사람도 가리지 않는 것이 코로나구나 하면서 작가의 대표작을 메모해 두었었다. 도서관 서가를 오락가락 하던 중 이 이름을 발견해 냈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이라니... 이 얼마나 낭만적인 노인이란 말인가.

칠십이 넘은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의 취미는 연애 소설을 읽는 것이다. 그는 젊었을 때 아내와 함께 고향 산간지방에서 이 아마존으로 이주해 왔다. 가난한 그들에게 아이가 없자 환경이 바뀌면 혹시 아이가 생길까 싶었는데 아마존에 오자마자 아내는 말라리아로 사망하고 말았다. 절망한 그를 구해 준 것은 수아르 족이었다.

수아르 족은 그에게 밀림에서 생존하는 법을 알려주고 풍습에 끼워 주면서 친구로 대우해 주었다. 나이를 먹어 더 이상 밀림에서 사는 것이 어려움을 깨달은 그는 이주민들이 모여사는 곳으로 나온다. 조용히 살아가는 그에게 새로운 취미는 연애 소설을 읽는 것이었다.

'노인은 한 음절 한 음절을 음식 맛보듯 음미한 뒤에 그것을 모아서 자연스런 목소리로 읽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단어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었고, 역시 그런 식으로 문장이 만들어지만 그것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이렇듯 반복과 반복을 통해서 그 글에 형상화된 생각과 감정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다.'(46)

이런 과정을 거치려면 수학은 너무 어렵고 역사는 너무 복잡하니 연애 소설이 제일 적합했다.

어느날 수아르 족이 한 백인의 시체를 카누에 싣고 나타났다. 노인은 범인은 바로 암살쾡이라고 선언했는데 이유는 백인이 어린 새끼들을 잡아서 가죽을 벗기고 수컷까지 해치자 보복에 나선 거라는 것이다. 문제는 분노에 찬 암살쾡이가 계속 인간을 공격할 것이라는 것.
아니나 다를까 맹수는 밀림을 개척하러 온 사람들을 하나씩 죽였고 읍장은 수색대를 조직하여 숲 속으로 향한다. 그들 주위를 암살쾡이가 노리고 있고.....

무척 재밌다. 이야기의 전개가 빠르고 짧으면서도 강렬한 울림이 있다.
아마존을 파괴한 인간에게 어떤 형벌이 따를지 경고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런 글은 들은 이야기로는 택도 없다. 엄청난 여행광에 환경보호 운동가 였다는 저자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마음이 어수선하여 뭔가 집중이 필요할 때, 그리고 길고 긴 겨울 추위에 위축되어 있을 때 이 책을 읽으면 깊고도 음흉하게 흐르는 강과 수 많은 생명을 품어 키우는 밀림, 그리고 세상을 씻길 듯이 퍼붓는 우기의 빗소리가 들린다. 거기에 그물 침대에 누워 연애소설을 읽고 또 읽는 등 굷은 노인의 모습도...

루이스 세플베다 / 정창 /열린책들/2003(원 1989)/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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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그들에게 아이가 없자 환경이 바뀌면 혹시 아이가 생길까 싶었는데 아마존에 오자마자 아내는 말라리아로 사망하고 말았다.

어찌 이런 일을 겪으셨을까요 ㅜㅜ

ㅎㅎ 너무 감정이입하신 러키님.

제목부터 재미있음이네요!

짧고 강렬해요. 도서관에 있을 겁니다. ㅎㅎ

제목은 달달한데
내용은 아주 살벌하네요.
슬픔도 도처에 있고 ㅠㅠ

기억했다 읽어봐야겠어요. ^^

현재 우리의 상황에 이입해서 읽혀질 수도 있겠군요. 무분별한 환경파괴에 대한 일종의 자연의 경고 랄까.. 우리에게 주는 레슨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코로나 상황 속 그동안 우리가 숨쉬듯 당연시하며 누려왔던 모든것을 회의하며(가령 무분별한 관광지개발, 그린벨트 해제 등..)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를 가져보게 되네요. 관심이 가는 내용이네요. 읽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저자가 환경보호 활동을 적극적으로 했다고 해요.
작은 실천이나마 분리배출에 열심이고, 세재를 덜 쓰려고 합니다.

도잠님은 참 좋은 책들 끊임없이 소개해주시네요^^

오래전에 소개됐던 책을 뒤늦게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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