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잡기20-35] 더 해빙(이서윤)

이런 종류의 자기 계발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피치못할 이유가 있을 때 읽는다. 이번에도 그랬다. 계발서 특유의 설득과 다 잘 될 거라는 내용이다. 당신은 마음 먹은대로 능력자가 될 수 있다, 부자가 될 것이다, 믿고 따르라.

차이라면 남들은 한글도 간신히 뗄 나이에 한문을 배우고 운명학을 배웠으며 조금 커서는 동서양의 철학책을 섭렵했다는 이서윤씨의 프로필. 여고생이 명상과 운명 공부를 해서 부자, 정치인, 기업가들의 운을 점쳐 줬다면 말 다한 거다. 정신적 지주를 Guru라고 하는데 이서윤씨는 많은 이들의 구루가 되었다. 그 방법은 바로 'Having'을 실천하는 것.

해빙이란 무엇인가.
돈이 내게 있음을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물건을 살 때 여러가지 감정을 가지게 된다.

햐....이거 맘에 드네. 하나 질러? 좀 비싼데.
이번 프로젝트로 고생한 내게 이정도 선물은 해 줘야지.
그래도 너무 비싸다. 통장 잔고도 없는데...
에잇 지르자.
하.... 괜히 샀어. 왜 이렇게 난 생각이 없는 걸까.
이러단 은퇴후 거지가 되겠어.

이러지 말라는 것이다.

음... 좋은데? 사도 될까?
잔고가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이 정도는 벌어.
얼마나 좋아, 이렇게 좋은 걸 살 수 있는 돈이 있으니.
최대한 이 기분을 누리고 감사히 사용하자.

이렇게 하는 것이 해빙의 자세라는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가지면 돈의 에너지와 연결이 되고 생각지 않았던 돈이 들어온다고 했다(정말 그럴까?). 아울러 진짜 부자들은 이 돈 에너지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무의식에 돈이 '있음'을 입력한다는 것이다.

이서윤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저자는 자발적으로 퇴직하고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하면서 행복한 부자가 되기로 했는데, 그 첫 발자취가 바로 이 책이라고 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
중산층, 그것도 최고 브레인 집단에 속하는 저자는 누가 봐도 경제적으로 아주 쪼들리는 사람이 아니고 이러저러한 것을 누리고 사는 사람인데도 늘 부족하다는 느낌을 가졌다. 돈에 대한 욕구가 그렇게 크다는 뜻인데 굳이 구루라고 불리는 사람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論語> 몇 구절만 읽어도, 불경 몇 줄만 읽어도 될 일을 구루를 찾아다니다니 이상했다.

하나 건진 게 있다면 해빙 노트, 일명 긍정 노트를 한번 써 보고 싶다고 느낀 점이다. 긍정은 부정보다 훨씬 좋은 것이며 인생 자체도 긍정으로 이끌 것이니까.

이서윤, 홍주연/ 수오서재 / 2020 / 16,000원/ 인문, 자기계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