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크레인 아일랜드
2년 전 몰타는 유럽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나라 중 하나였다. 몰타는 블록체인 아일랜드라고도 불렸다. 유럽연합 국가 중 2020년 예상 경제 성장률이 1위였고,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개발로 유럽연합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나라라고도 했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몰타는 뭔가 이상하다. 일단 곳곳이 공사판이다. 곳곳에 뻗은 크레인은 도시를 침공한 우주 괴물처럼 보인다. 한창 공사 중인 건물, 올리다 만 건물, 다 지어 놓고도 주인을 찾지 못한 건물, 삼켰던 걸 뱉어낸 건물이 흉측스럽게 입을 쩍쩍 벌리고 서 있다. 어학원과 유흥시설이 몰려 있는 슬리에마와 세인트 줄리안은 그야말로 초토화다. 이렇다 할 산업 기반 없이 유럽인들의 휴양지 역할을 하며 관광 산업으로 먹고살다가 최근에는 어학연수지로도 주목을 받았으니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심각했을 것이다. 그런 걸 다 고려하더라도 뭔가 이상하다. 이 섬은 시들었고, 어느 부분에서는 아파 보인다.
몰타 정부가 허울뿐인 블록체인 아일랜드 마케팅에 과도한 예산을 썼고, 관련 정책은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했으며 그로 인해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를 기피하는 섬이 되어버렸다는 기사를 인터넷에서 읽었다. 절망한 청년들은 계속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중이다. 몰타의 젊은이들은 몰타에서 탈출해 세계로 진출하는데, 전 세계 젊은이들은 영어를 배우러 몰타로 모여들었다가 몰타가 가진 에너지를, 기회를 취할 만큼 취하고 훌쩍 떠나 버린다. 몰타가 오랫동안 영국령이었던 덕분(?)이다. 2년 전 몰타에서 만난 친구 프랑코도 지금 한국에 있다. 지난여름 장충동에서 만난 그는 절대로 절대로 몰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2년 사이 이 섬은 그렇게 시들어 버린 것이다. 크레인 아일랜드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우주 괴물의 침공은 계속될 것이다. 더 파괴적으로.
그 와중에 끝까지 물러나지 않은 라임스톤 건물주 덕분에 세인트 줄리안에 올라가고 있는 이 고층빌딩은 이렇게 기상천외한 외관을 갖게 되었다. 이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 이곳에 묻은 이야기와 함께 몰타의 랜드마크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아니 이 기이한 광경 역시 도시 개발자가 그린 큰 그림의 일부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