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100] 신이 나를 위해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5 years ago




메리가 오늘 내게 돌고래 목걸이를 선물했다. 얼마 전 내게 노트북을 고쳐달라고 했던 애가 메리다. 메리는 종일 숙소에서 지낸다. 여행하는 것 같지도 일하는 것 같지도 않다. 몰타에서 지내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추측할 뿐이다. 그 애는 내게 이것저것을 물어봤지만 나는 같은 질문을 되묻지 않았고,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그녀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쿠바 사람이라는 사실 뿐이다. 사실 나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 자체를 많이 잃었고 심지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에 피로를 느끼는 중이었다. 호스텔에서 첫날 아침을 먹는데 토크왕들의 질문 폭격과 무용담 경연대회가 이어져서 조식을 포기했을 정도다.

그래도 같은 방에서 지내고 있으니 메리와는 더 대화를 나눌 법도 했지만, 내가 첫날 밤부터 메리를 무서워하게 되었기에 우리의 소통은 몇 날 며칠 그 자리에 멈추어 있었다. 밤이 되면 메리는 무서운 목소리로 욕을 쏟아냈다. 다른 내용은 모르겠고 'mierda'만은 정확히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통화 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걸 확인하고는 충격을 받았다. 통화가 아니라면 잠꼬대를 하나 싶었지만, 잠꼬대 치고는 혼잣말이 길게 이어졌다. 그렇게 얼마간 중얼거린 후에는 화장실에 가서 깔깔 웃으면서 떠들기 시작했고 그걸 매일 밤 반복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낮에는 서럽게 울었기 때문에 며칠 뒤에는 빙의나 해리성 인격장애를 의심하게 되었다.

그녀가 화를 낼 때도, 깔깔 웃을 때도, 훌쩍거릴 때도 나는 무엇도 묻지 않았고,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6일이 지났고 내일이면 몰타 북쪽으로 집을 옮긴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내가 울게 되었는데, 내가 한참 훌쩍거리는 동안 무엇도 묻지 않고,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던 메리가 갑자기 돌고래 목걸이를 건넨 것이다.

"고마워. 돌고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물이야."
"그래? 세상에! 난 그게 돌고래인 줄도 몰랐어. 그냥 물고기구나 했지."
"나 운이 좋네."
"맞아. 네가 돌고래를 좋아하는 걸 알고 신이 너를 위해 골라준 거야."

내일이면 메리와 헤어진다. 나는 그녀에게 뭘 줄 수 있을지 생각하는 중이다.




사진 2021. 12. 3. 오후 9.4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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