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100]사랑하는 미움들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4 years ago


 정말 좋아하는 예술가의 삶에 대해 조금도 알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자신의 방식으로 그 창작물을 너무 사랑하고, 앞으로도 자신의 삶의 한 조각을 구성할 그것들을 다르게 보게 될 것이 두려워서 개인의 삶에 대해 알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모든 창작물에는 창작자의 삶이 담기겠지만, 태어난 순간 분리되기도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사람은, 이미 창작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창작자의 삶에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까지 다 사랑할 수 있다고 했다.

 '사랑하는 미움들'이 재밌을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은 한번도 없다. 어떤 글인지 알고 있었다. 대부분 이렇게 바쁘게 사는 음악가들의 글은 비슷하다. 감정에 취해있고, 그 감정을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것에 치중한다. 감정은 소화하는 것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들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나름의 고독함에 대해 노래하지만, 고독함을 군중들로 물리치는 것이 더 익숙한 사람들이다. 그런 자신을 혐오한다. 때로는 그 혐오를 자신에게서 외부로 돌리기도 한다. 그렇게 쌓여가는 뒤틀림, 그것이 그들의 동력이다.
 그 외에도 음악가들은 같은 성질을 공유한다. 인사이드 르윈에서도 묘사된 것처럼, 대중성에 대한 그들의 모순된 태도, 혐오와 추종을 동시에 갖는 그들의 성질은 지극히 일반적이다. 그건 아마도 음악의 성질 때문일 것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 사람을 만날 필요는 없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사람을 만날 필요는 없지만, 음악은 거의 항상 사람을 마주한다. 밴드를 구성하고, 클럽에서 공연을 하고, 엔지니어부터 온갖 사람을 마주해야 한다. 그들은 그것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선망한다.
 그 사이에 자신은 사라진다고 느낀다. 그것 또한 그들의 공통적인 행보다. '이건 내가 아니야'라는 외침이 오히려 더 식상하다. 그렇지만 그걸 다룰 줄 모른다. 남들이 하는 방식을 참고한다. 요가를 하고, 발레를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무엇을 하지만 그것조차 남들의 '내가 아니야'를 따라할 뿐이다.
 그렇지만 그 식상함 속에서 고유함을 확보하기 위한 발악, 그건 식상하면서도 고유하다. 발악을 통해 얻은 것이 고유하지 않고, 발악 자체가 고유하다. 그 덕에 그들은 같은 행태를 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음악을 만들 수 있다. 대중성을 외면하지는 않으면서 고유함을 가지기 위한 발악을 녹여낸다.

 그러니 나는 인간 김사월의 감정을 인사이드 르윈을 보며 르윈 데이비스라는 인간이 얄팍하다고 느낀 것과 마찬가지로 느낀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김사월의 음악은 나에게 중요한 위치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음악이 태어나기 위해서 인간 김사월이 고통 받아야 한다면, 앞으로도 그러길 바랄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지독하게 모순적인 고민 속에서, 나름의 균형을 찾기 위해 발악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2018년에 '세상에게'라는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김사월에게 고통을 준 누군가에게 감사를 표할지도 모른다. 그게 내가 김사월에게 경의를 표하는 방식이다. 앞으로도 뒤틀린 사람으로 지내길. 그 뒤틀림이 사라진다면 예명인 김사월이 아니라, 본명도 모를 아무개가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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