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photo] 마로니에공원, 가을밤

in #tripsteem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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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2018. , Seoul, Nexus 5x


역시 선선한 가을 밤이었다. 긴 항해와 같은 것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멈추어서게 되었다. 종종 지나는 곳이지만 익숙한 곳이라고 하더라도 생경하거나 이질감이 느껴지는 때가 있다. 아마도 머무르는 시기가 다르거나 마음 가짐이 다르거나 애초에 그냥 그렇지 않으면 안되었을 기분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번 밤의 마로니에 공원이 그랬다.

대학로, 특히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종종 버스킹이나 연습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스스로의 활동에 대해 버스킹이라고 말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을 하는 광경이 눈에 띤다. 군중들 앞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에 대해 사실 나는 짐작하기 참 어렵지만, 군중이 있든 없든 뭔가 펼쳐놓고 자신의 재주를 드러내보인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 자라면서 열심히 단련하고 익숙해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명제를 생각하면 한 사람의 불만족이 얼마나 크게 다가올런지 무서워지기도 한다.

이번 색소폰 연주자는 상당히 특이한 사람이었는데, 애초에 자신이 하는 것은 그냥 자신의 재주를 나누는 것에 불과하다는 말부터, 저기 멀리서 노래부르는 사람이 자신의 친구이니 자신의 연주보다 그쪽에 가서 응원을 해달라는 말까지, 보통의 버스킹을 생각하자면 조금은 예상과 다른 이야기를 했는데, 어쩌면 그러한 방식이 결국 자신의 부담이나 긴장을 덜어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덕분에(?) 한적한 공간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서늘한 가을밤의 정취와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ost 중 하나인 When I fall in love 와 같은 곡을 색소폰 편곡으로 듣고있노라니, 마음이 밤과 함께 솔솔 잠이 드는 느낌이었다.


Oct.2018. , Seoul, Nexus 5x


광량을 조절함에 따라 형체와 색상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밤에는 더 그렇다. 가을, 대학로의 느낌은 이 사진 한장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어둔 밤이라고 항상 어둡게만 볼 수는 없는 법이다.




[qrwerq, photo] 마로니에공원, 가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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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 공원의 여유와 특유의 매력이 느껴지는 이야기네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참 어렸을 때 봤던 영화인데 아직도 OST는 기억이 나요- 다시 보고 싶네요.^^

옛날(?)영화들을 보면, 아무래도 어린 시절의 기억이 호출되면서 새록새록 과거가 생각나기도 하고 아니면 실망하기도 합니다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정도면 아마 볼 때마다 다채로운 감정이 매번 덧칠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대학로의 거리는 제가 기억하는 동안에는 아직까지 변함이 없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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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에 이 곳을 지나가면 항상 둘러보고는 했는데 최근에는 많이 바뀌었겠죠. 밤에 사진을 많이 찍으시나봅니다.^^

낮보다 밤을 좀 더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빛을 좀 더 귀하게 여기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집중하게 만드는 일종의 조건이 부여되는 것 같습니다. 사용하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다행히 노이즈에는 상대적으로 좀 더 강건한 편입니다.

의외로 많이 변하진 않았습니다. 상점들은 들고 나지만, 건물들은 제법 그대로 입니다. :)

안녕하세요. @trips.teem입니다. 대학로하면 마로니에 공원이죠!! 선선한 가을 밤 마로니에 공원에서 공연소리가 갑자기 듣고 싶어지네요~ 앞으로도 좋은 여행기 많이 공유해주세요^^ 감사합니다.!

트립스팀 처음 사용을 해보았는데, 생각보다 괜찮네요. 흥하시길 바랍니다.

가을 밤, 사람들, 넒은 거리와 공원, 음악 - 4가지 요소면 즐기기 충분한 듯 싶습니다 :)

대학로 그립네요. T^T

번화가지만 의외로 발길이 닿기 힘든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리운 장소는 시간을 일부러 내야 방문하게 되더라고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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