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에세이] 아이가 바라보는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image

아이가 바라보는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아내님이야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여행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주체이다 보니 여행을 통해 보고 느끼는 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는 도대체 무엇을 바라보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그래서 아이가 한 번씩 넋을 놓고 무언가를 바라보는 모습(정말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는 건 아니겠지?)을 카메라에 담으며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노력한다. 그럴 때면 지나치리만큼 순수하고 호기심 넘치며 자유분방한 모습에 볼을 마구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게 느껴지면서 아이를 통해 내가 더 많이 느끼고 배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 번은 이런 적이 있다. 바닷가에 홀로 서 있는 두루미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길래 ‘가까이 가볼까?’ 라고 물어봤더니 ‘겁을 먹고 날아가 버릴 것 같아요. 그냥 여기서 볼게요.’라고 말했다. 나는 철저하게 나를 중심으로 사물을 바라보았지만 아이는 두루미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주고 배려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평소에 앞뒤 가리지 않고 좌충우돌 하던 아이의 다른 모습을 보게되어 적잖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두루미가 겁을 먹지 않을 거리에서 아이와 나란히 서서 오랫동안 바라보기만 했다. 그건 그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호기심 많은 아이 입장에서 가까이 다가가고 싶고 만져보고 싶은 마음이 클 터였지만 아이는 지금 순간으로도 자연의 신비로움을 발견하고 관찰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예전 여행에서 전시물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사람들을 밀치며 앞으로 가려고 아등바등 거렸던 행동이 생각나 부끄러워졌다. 내가 무슨 감별사도 아니고 가까이서 본다고 진품을 가려낼 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욕심을 부렸나 모르겠다. 있는 그대로, 멀찍이 서서,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을 느끼기에 충분한 여행이었는데 말이다.

내려다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아직 말을 잘 못할 때)

기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무엇이 그렇게 궁금한 게 많은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조잘거리기도 했다.

유니 : 아빠! 나무랑 집들이 엄청 빨리 지나가요!
팥쥐 : 기차가 치타처럼 빨리 달려서 그런게 아닐까?
유니 : 아빠! 구름 모양이 자꾸 바뀌어요!
팥쥐 : 바람이 솔솔 불어서 모양이 바뀌는 게 아닐까?
유니 : 아빠! 해님이 자꾸 나를 따라와요!
팥쥐 : 유니가 너무너무 좋아서 친구하고 싶다고 따라오는 게 아닐까?
유니 : 아빠! 아빠! 아빠아아아아아아!!!!!!!

이것이 아빠의 숙명이라면 달게 받아야겠지...^^; 일일히 답변을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나 같은 경우 말끝마다 ‘다’가 아니라 ‘까’로 대답해 주는 것도 엄청 힘든 일이다(어느 책에서 봤는데 ‘다’로 답변을 해서 상황을 한정시키는 것보다 ‘까’로 되물어보면서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이 좋다고 한다. 실제로 이 방법을 쓰면 대답하기 난처한 질문을 오히려 다시 아이에게 떠넘김으로써 위기를 모면할 수도 있다! 강추!)
중요한 것은 이렇게 대화를 하다보면 스스로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와 함께 유쾌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답변을 ‘기차가 200km/h이라는 아주 빠른 속력으로 달리고 있어서’ 라던가 ‘공기 중의 수증기가 증발과 냉각을 반복하면서’ 라던가 ‘천동설에 따르면 말이지’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아이가 이해하기 불가능한 것은 물론 필자의 물리상식도 들통이 나 버리기 때문에 반드시 기피해야 될 답변이다. 반대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조금은 엉뚱하게 답변을 하면 아이 스스로가 답을 찾으려고 노력을 하게 되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워 보이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와 더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해서 내가 여행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여행의 즐거움 외에도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에는 결혼 한지 2개월 만에 첫아이가 생겨서(아이가 이렇게 쉽게 생기는지 몰랐다. 내가 너무 순수한 탓일까?^^;) 아내와 함께 단둘이 여행한 것은 신혼여행으로 하와이를 간 것과 태교여행으로 전주를 간 것이 전부다. 주위의 사람들을 보면 결혼 후 아이를 낳기 전에 부부끼리 원 없이 여행을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많이 부럽기도 하고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정말 개미 똥꾸멍 만큼의 아쉬움은 있지만 빠르게 아이를 낳아 함께 여행하고 있는 지금이 훨씬 더 소중하고 값진 추억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서로가 인정하고 있었다. 그만큼 아이들과 함께 할수록 사랑이던 즐거움이던 추억이던 무엇이던 간에 갑절이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아내와 아이와 아름다운 인생, 아름다운 여행이 계속될 거라고 기대해본다.

마지막으로 창밖을 내다보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을 정리하며 마무리 할까 한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는 분들뿐만 아니라 모든 여행자들이 아이처럼 순수하고 즐겁게 여행을 즐기기를 바란다.

세상 밖은 어쩜 이렇게 신기한 것이 많을까?
모르는 게 없어 보이는 엄마, 아빠도 모르는 게 많다고 하는데 세상은 참 신기한 것들 투성이다.
오늘 저 밖에서는 또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어서 빨리 저 푸른 하늘로 첨벙 뛰어들고 싶다.
엄마랑 아빠랑 율이랑 서로 손을 꼭 잡고서.




픽션이 가미된 에세이입니다. 아이와의 대화 부분은 최대한 아이의 의도(?)를 유지하면서 읽기 편하도록 수정을 했습니다. 실제로 아이가 저렇게 매끄러운 문장으로 말하지는 못할 때였습니다. ^^;; 제 기억으로 저맘때는 단어와 단어로 말을 했고 ‘왜요? 왜 그래요? 왜 때문에?’ 콤보로 저를 깊은 고뇌에 빠지도록 만들 때였습니다^^; 이제는 곧 둘째가 그럴 거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행복한 걱정이 밀려 오네요 ^^



[여행 에세이] 아이가 바라보는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image


Sponsored ( Powered by dclick )

dclick-imagead

Sort:  

멋진 파치님^^
저도 여행다니면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질까 많이 생각해요.
그냥 내가 좋아서 다니는건 아닌지 ㅎㅎㅎㅎ

저도 가끔 그생각해요. 내가 좋아서 다니는건 아닌지 ㅋㅋㅋ
그런데 아이가 한 번씩 사진을 보고 신기하게도 기억을 하더라구요. 어땠냐고 물어보면 즐거웠다고 말하는 걸 보니 함께 여행다니는게 좋았나봅니다.
호돌님 자녀분들도 분명히 좋을거에요. 유명한 관광지를 가는게 좋은 것이 아니라 아빠와 함께해서 좋은거죠^^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항상 고마워용~^^

아이는 삐딱선 아닌가요? ㅋㅋ

조금 달리 바라보는 것 아닐까요?ㅎㅎㅎ

참 좋은 아빠네요 ㅎㅎ
어릴때는 잘 대답해 줬었는데
요즘은 약간 화도 섞어서 좀 생각해보고 질문해!
라고 하기도 해서 미안해 하고 있는 중...;;ㅡㅜ

십자군형님 역시 좋은 아빠시잖아요~!
항상 아이들이랑 잘 놀아주시는 것 같은데요. 오히려 제가 배워야죠
저도 한번씩 화내고 후회하고 그럽니다. 그게 일상이죠 ㅎㅎㅎ

유심히 관찰하는 아이의 모습이 사랑스럽네요

그런 아이를 보는 저도 사랑스럽나요?ㅋㅋㅋㅋ
사랑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인생에서 그럴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아이가 그정도 나이일때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마음껏 즐기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고인돌님은 지금도 행복한 순간을 즐기시는 것 같아서 항상 마음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크면 저도 아내와 함께 국내 방방곳곳을 다니고 싶어요. 한 곳에서 한 달씩 살기 이런거요 ㅎㅎ

아이들을 이쁘게 바라보는 시선에 덩달아 미소를 짓게 되네요. 아울러 우리는 왜 그리 급했을까 반성도 하고요.

네 맞아요 급할게 전혀 없는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서두르나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은 속도에 맞춰 느리게 오랫동안 보고싶네요^^

역시 아이들의 공감능력과 생각은 어른들이 배워야합니다.

Posted using Partiko Android

켄스타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고 계시죠? ㅎㅎ 요즘 스몬 연재를 못봤네요; 시간내서 챙겨봐야겠습니다~!

아이들이 어른을 보고 꿈을 꾸기도 하지만, 어른이 아이를 보며 꿈을 꾸기도 하는 것을 많이 느끼는 요즘입니다. 더 가까이에 두고 많이 배워야겠어요~^^

아이 처지에서 보는 여행기
참신해요.

광화님만 좋아하신다면~! 아이의 입장에서 여행기 한 번 쭉 써볼까요?ㅎㅎ

아이의 시각도 어른이 배울점이 많이 있을 거 같습니다.

맞습니다. 아이들을 통해서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가까이 두고 있네요 ㅎㅎ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3
JST 0.030
BTC 67310.11
ETH 3522.28
USDT 1.00
SBD 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