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스팀) 뼛속까지 추울일 없는 제주지만, 쌀쌀하면 생각나는 뜨끈한 수제비.

in #tasteem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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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왠만해서는 얼음도 잘 얼지 않는다.
어쩌다 얼음이 얼 정도로 추워질라치면 제주도 전역이 수도관 동파로 고생한다.
왠만한 집들은 마당에 노출된 수도 벨브가 하나씩은 다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눈이 와도 30분 정도만 지나면 왠만해서는 차들이 다닐 정도로 금세 눈이 녹는다.
그런 제주도에 작년에 눈이 쌓여서 이삼일이 간 적이 있다.
사람도 대중교통도 모두 눈 세상에서 나다니길 포기했었다.

아무래도 제주도는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섬나라라서 뼛속까지 추위를 느낄 일은 많지 않다.

그래도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인가 보다.
제주로 이사온지 일년 만에 겨울이 되면 으실으실 춥게 느껴지는 걸 보면..ㅋ

육지는 한파 이야기가 나온지 꽤 됐는데, 제주도는 아직은 한파라고 말하기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 기온이 계속되다가 지난 주말부터 어깨가 조금씩 움츠러들 정도로 추워지기 시작했다.

이번 테이스팀 주제처럼 국물 요리가 생각나는 시기이다.

요즘 제주도 사람들에게 유명한 맛집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생겼다.
현재 몇 군데 다녀왔는데, 테이스팀에 맞는 주제가 생기면 소개해 볼 생각이다.

이번에 남편과 함께 찾아간 곳도 제주도 사람들에게 엄청 유명한 식당이다.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지만 언제나 줄 서서 먹는 집이다.

상호가 '남춘 식당'이어서 나는 자꾸 헷갈린다.
왠지 따뜻한 남촌에 있는 식당인가 싶어서 '남촌 식당'이라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름은 분명 '남춘 식당'이다.
우리집에서 제주 도서관을 가는 중간 쯤에 있어서 도서관도 갈 겸 나섰다가 들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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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봐서는 어디에 식당이 있는지 알 수 없는 평범한 주택가이다.
도로변으로 주차되어 있는 차도 많이 보이고, 식당 앞에는 점심 시간이 좀 지났는데도 줄이 꽤 많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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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집은 영업시간도 잘 알아두어야 한다.
요즘 제주도 음식점들은 이렇게 주택가에 있는 오래된 음식점이라도 대부분 브레이크 타임이 있다.

순번이 되어 안으로 들어갔더니, 이집은 그냥 가정집 같은 분위기이다.
얼핏봐도 주방, 거실, 안방, 작은방으로 나뉘어져 있고 특히 방에는 주인이 쓰는 가구들도 있다.
아마도 낮에는 장사를 하고 저녁이 되면 주인의 가정이 되는 그런 가게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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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도 많지 않다.
제주도에 유명한 고기국수와 멸치국수 그리고 비빔국수는 기본으로 있고, 콩국수와 수제비가 있다.
아마도 콩국수는 여름 상품이고 수제비는 겨울 상품인 듯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제비를 먹는 걸 보고 우리도 수제비를 주문했다.
수제비는 2인 이상 주문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마도 주문을 받고 그때부터 끓이기 때문에 일인분씩은 안해주는 듯하다.
거기다 이집에서 가장 유명한 건 '김밥'이라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에 김밥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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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이 먼저 나왔다.
모든 속재료를 다져서 넣었다는 것이 특이하다.
그런데 이런!! 내가 좋아하는 계란이 안 들어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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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제주도에 와서 그 맛에 빠져버린 유부와 다진 고기까지 맛있게 들어있어서 3,000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인기가 많은 듯하다.
그래도 난 계란이 안 들어있어서 너~무~ 섭섭했다.

제주도 사람에게 며칠 전 들은 얘기인데, 김밥에 계란을 안 넣고 유부를 썰어넣는 것은 제주 전통 방식의 김밥이란다. 그 친구말이 어릴 때 엄마가 항상 그렇게 김밥을 싸주셨단다.
그래서 남춘식당이 제주도민에게 인기있는 집인 듯하기도 하다. 추억의 맛이 있는 것일테니...^^

이어서 나온 수제비~!
뜨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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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 어마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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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를 담은 그릇이 특이하다.
이건 뭐 빗살무늬 토기도 아니고 엄청 깊게 생긴 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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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수제비를 떠 먹는 국자가.ㅋㅋ
동동주 한잔이 간절히 생각나는 도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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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봐도 동동주 비주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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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를 요래 떠먹는 것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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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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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그릇에 떠서 먹는다.

반찬으로 나온 김치와 깎두기도 맛있었지만, 아무래도 쌀쌀한 바람이 부는 날에는 뜨끈한 수제비가 별미이다.

제주도에서는 뭐 하나 히트친 메뉴가 생기면 그와 비슷한 메뉴를 취급하는 가게가 우후죽순처럼 생긴다.
그러다 보니 발에 치이는 것이 고기국수집이고, 갈치조림집이고, 전복죽집이고, 문어라면집이다.

이집처럼 가정식으로 수제비를 끓여주는 집을 제주도에서 찾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이렇게 주택가에 대세에 휘둘리지 않고 가정집처럼 따뜻한 음식을 내는 집은 제주 도민에게 아름아름 알려져 언제나 줄서서 먹는 집이 되는 것 같다.

뼛속까지는 아니지만, 볼따구 정도는 차가워지는 제주도 겨울에, 뜨뜻한 온돌방에서 뜨끈한 수제비를 먹고 나면,

이깟 제주도 추위쯤이얏!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여행으로 제주도에 와서 제주시 주택가 속에서 주변에 앉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주도 사투리를 쓰는 것을 들으며 먹는 음식은 더 재미있을 것이다.
사실 요즘 제주도 사람들도 음식점에서 밥 먹으면서까지 그닥 제주도 사투리를 쓰진 않지만.ㅋ


맛집정보

남춘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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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이도2동 379-3


(테이스팀) 뼛속까지 추울일 없는 제주지만, 쌀쌀하면 생각나는 뜨끈한 수제비.

이 글은 Tasteem 컨테스트
뼛속까지 추울 땐, 국물 요리에 참가한 글입니다.


테이스팀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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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도 그렇고 수제비도 그렇고 사이즈가 남다르네요!!

김밥은 근접샷을 찍어서 좀 크게 나왔지만, 수제비는 정말 한 항아리인 듯했습니다.^^

안녕하세요 muksteem 전국 맛지도 등록 알림봇입니다. 본문에 있는 주소 [대한민국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이도2동 379-3]로 본 글이 먹스팀 전국 맛집 지도에 등록되었습니다. (혹시 주소가 틀리다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확인하러가기먹스팀 맛집 지도는 https://muksteem.com에서 이용가능하며, 새롭게 업데이트 됐습니다.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약소하지만 보팅 하고 갑니다.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

대박 뜨끈한 수제뷔!!! ㅠ_ㅠ 오늘 같은날 엄청 땡기네욤!!
거기에 김밥까지... ㅇㅈㅇㅈㅇㅈ!!!

쌀쌀할 땐 뜨끈한 국물이 좋긴 좋죠.ㅋ

요즘 수제비가 젤 맛날 때인 듯.....낼은 수제비 먹으러 가야 겠어요^^;

수제비는 드셨는지요.ㅋ
수제비 파는 집을 찾기가 쉽지는 않으셨을텐데 말이죠..

제주도 수제비는 먹어본적이 없는데 여기 최고네요. 담에 지주도 가면 꼭 가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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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통 수제비는 아닙니다.
제주도 수제비는 밀가루로 만들지 않고 메밀로 만들거든요.ㅋ

으억.. 따끈한 수제비의 맛이 예상됩니다..
정말 맛있는 맛이요...ㅋㅋㅋ

추울 땐 국물이 따뜻하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거 같아요.^^

계란없는 김밥이라니!!!!
수제비 너무 맛있어 보여요 🤩

어제 제주도 친구에게 들은 얘기로 글도 수정했는데요.
계란 없이 유부를 넣고 김밥을 만드는 것이 원래 제주도 방식이라네요.^^

뜨끈한 수제비 ㅎㅎㅎ 진짜 맛있겠네요

네~ 몸이 확 풀리더라구요.^^

하아, 수제비! 여기서 수제비를 먹으려면 제가 진짜 막 다음날 까지 손이 아프도록 반죽을 주무르는 수 밖에 없어서 한 번 해먹고 그만뒀어요. ㅠ. ㅠ 동동주가 생각나는건 저 국자도 그렇지만, 사실 수제비가 담긴 그릇부터 동동주 한아름 담기 딱 좋은 것 같아요. ㅋㅋㅋ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지, 저는 15도 이하로만 내려가도 춥답니다. 아직 12월 초라 괜찮지만, 곧 20도 아래로 떨어지면 언제 에어컨을 틀었었냐는 듯이 전열기구, 전기담요, 그리고 어그 부츠를 꺼낼거예요.

수제비 반죽이 손목이 좀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집에서 만들어 먹기는 좋은 음식 같아요.
아무거나 넣고 끓여도 무슨무슨 수제비가 되니까요.
저도 집에서 어묵수제비, 얼큰수제비, 미역수제비 등 다양하게 해먹기도 한답니다.

20도에 어그 부츠라..ㅋ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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