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기]한그릇의 칼국수

어느 골목에도 있는 그저 그런 칼국수 집이었다.

간밤의 숙취도 풀고 배도 채울 겸 들렀다.

탁자 두 개와 벽을 마주한 좁은 테이블 그리고

두 사람은 들어설 수 없는 작은 주방.

그런데 주인의 인상이 참 맑고 선량하다.

칼국수 맛은 그냥 평범.

특별하다면 조미료를 숟가락으로 퍼 넣는 것을

알면서도 먹는 여느 칼국수와는 다른 정도.

소박한 김치도 조미료 맛이 안난다.

초창기에는 더 손님이 적었기에 이러저러한

이야기 중에 주인의 삶의 이력을 엿볼 수 있었다.

자연스레 내 생활의 단편도 그녀에게로 넘어갔다.

그 사이 시간이 흘러 4000원이던 칼국수는 6000원이

되었는데 가격을 올릴 때마다 그녀는 이마를 찌프리며

고민했다. 안올리고 싶은데 가게 월세가 올라서

방법이 없다고.

그러는 사이 칼국수 국물맛은 점차 자리를 잡아

겉돌던 멸치 냄새를 온전히 잡았고 나차럼 혼자 와서

먹고 가는 혼밥족의 무함없는 분식집이

되어가고 있다.

어쩌다 주인과 나는 서로 이름도 모르면서 이렇게

오래 안보면 궁금한 사이가 되었을까.

음식맛은 때로 만들어주는 사람과의 관계로

더 깊어지기도 하는 것 같다.

시립도서관으로 올라가는 골목에 숨어있는

이 칼국수 집에는 포만감과 편안함이 있다.

---

맛집정보

김밥과 칼국수

대한민국 충청남도 서산시 부춘동 문화로 54

---

[일상잡기]한그릇의 칼국수

이 글은 Tasteem 컨테스트
내가 소개하는 이번 주 맛집에 참가한 글입니다.

테이스팀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