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의 한 순간 같았던 그 밤, 그 곳

in #stimcity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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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크루즈>를 쓰며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어느 날 살롱드북을 만났다. 나 빼고 모든 손님들은 단골이거나 친구였다. 안녕하세요. 머쓱하게 문을 밀고 들어온 나는 환영받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위스키 하이볼을 마시며 시집을 읽었다. 태풍전야, 터질듯 말듯 터질둣 말듯 긴장감을 잔뜩 머금은 하늘 대신 먼저 촉촉해지고 싶었나보다. <제주에서 혼자 살고요. 술은 약해요.> 언젠가 봤던 익숙한 제목의 시를 꺼내 읽었다. 일부는 공감됐고 일부는 공감되지 않았다. 나는 마음에 드는 부분만 마음에 밑줄 긋고 가졌다. 책을 안읽는 나날들이 쌓여 자꾸 단순해지고 멍청해지는 날 부정하고 싶을 때에 책을 읽는 것 만큼 즉각적이며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대형서점에 없는 작고 얇은 책을 뒤적거리며 난 꽤 들뜨고 행복했다. 어떤 위스키가 들어간지 모르는 비싸지 않은 위스키 하이볼 한잔, 전라라는 이름의 맥주도 그 행복에 한 걸음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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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세요? 자주오세요. 적막했던 가게에 친구들로 들어차며 사장님의 목소리와 얼굴에 활기가 활짝 폈다. 프랑스 홍합집 사장님이 가져오신거예요. 조금 드셔보세요. 갑작스런 홍합 서비스에 난 이곳이 작고 따뜻한 공동체 같은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홍합에 빵까지 찍어먹고 책을 읽고 맥주를 마시며 잔잔한 bgm까지 깔리니, 더할 것 없는 시간이다. 아. 오늘은 이런 마음으로 글을 더 써야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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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사랑에 대한 얘기, 술에 대한 철학 같은 얘기들이 솔솔 들려온다. 술을 권하고 음식을 권하고 책을 권하고 음악을 권하는 이 공간이 따숩다. 시간이 늦어 집에 가려던 나는 그녀들의 작은 파티에 초대되어 같이 와인잔을 기울였다. 여행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선우정아<도망가자> 노래를 함께 듣고, 와인병으로 만든 마이크로 노래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고 여행지의 하루 같았던 그 날을 이제야 꺼내어 쓴다. 헤어질 때 자주 놀러 오라는 그들에게 자주 놀러가겠다고 말했지만 그 이후로 너무 바빠서 그쪽은 가지도 못했다. 조만간 다시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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