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85. 등가 교환의 법칙과 마법사의 꼼수

in #stimcity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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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illing of a Sacred Deer


그리스 미케네 왕 아가멤논은 트로이 원정을 떠나려 한다. 그러나 실수로 아르테미스의 신성한 수사슴을 죽이고, 아르테미스의 저주로 2년간 출정 못 하고 발이 묶인다. 아가멤논이 신의 노여움을 잠재울 방법을 찾으니, 맏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라는 신탁을 받는다. 딸의 목숨과 전쟁으로 얻을 명성을 저울질하다 딸을 제물로 바치기로 한다. 아르테미스는 제물로 바쳐진 이피게네이아를 가엾이 여겨 암사슴과 바꿔치기하고, 빼돌린 그녀를 자신의 사제로 삼는다. 따라서 아가멤논이 딸을 죽이지 않게 되었지만, 자식을 제물로 바친 죄는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이 일로, 아가멤논은 트로이 원정을 마치고 미케네로 돌아온 후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살해된다. 이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아들 오레스테스에게 죽는 것으로 이어진다. 아버지가 딸을 죽이고, 복수로 아내가 남편을 죽이고, 아비의 복수로 아들이 어머니를 죽이는 잔혹한 비극사가 이 사슴의 죽음에서 시작되었다.

_ 그리스 비극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왜 내가 대가를 치러야 하지?”
성공한 외과 의사 스티븐과 그에게 다가온 소년 마틴.
미스터리한 그와 친밀해질수록
스티븐과 그의 아내의 이상적인 삶은 완벽하게 무너지는데…

_ 영화 <킬링디어>



여기 어떤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등가 교환의 덫에 걸린 어떤 커뮤니티. 이 커뮤니티는 재앙을 피한 듯 보였으나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의하여 다른 비극을 맞았습니다. 외부에서 희생제물을 끌고 들어 오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결국 등가 교환의 시간만 연장시킬 뿐입니다. 아니 연장된 시간 동안 감당해야 할 대가는 이자에 이자까지 불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태어난(발생한) 모든 것은 성장하니까요. 마법사는 이때에 나타납니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준수하며 등가 교환의 방식을 전환시킴으로써, 우주도, 운명도, 만족시키는 방법을 마법사는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은 꼼수일지도 모릅니다.


마법사의 또 다른 제안..

의사가 엄마와 자고
그것이 세상에 알려지고
의사는 가족으로부터 버려지고
명예와 모든 것을 잃었다면..

가족은 모두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마틴의 예언은
‘나의 가족이 죽었으니 당신의 가족도 죽어야 한다’ 였다.

등가로 교환되려면..
의사에게 가족이 없으면 된다.
가족 모두로부터 버려지면 된다.

그러나 등가가 피를 요구한다면
자신이 죽었어야 했을까?

_ 킬링디어.. 예언에 관한 스포일러 / @mmerlin



마법사의 오지랖은 예언으로부터 비롯됩니다. 맡겨진 말, 예언預言 말입니다. 그것은 수많은 생에 걸쳐 약속된 것입니다. 마법사는 예언을 정해진 때에 전달해야 합니다. 그것은 그대가, 등가 교환의 카르마를 반복하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 반드시 전달해달라고 애원했던 무엇이니, 마법사는 그것을 정해진 때에 전달합니다. 의무이든, 빚이든, 마법사도 그 카르마의 일부였을 테니, 전달하는 것으로 자신의 카르마를 해소할 뿐입니다.



하지만 사슴을 죽인 어떤 이들은 마법사에게 맡긴 예언을 거부하고 자신의 카르마를 만끽(?)합니다. 아.. 이것은 고통중독? 마법사는 씁쓸하게 예언을 중단한 채, 그들의 몰락과 고통을 지켜볼 뿐입니다. 다음 생을 기약하며..


그러나 마법사의 역할은 그런 것일 테다.
오지랖과 꼼수로 보일지라도..
다른 길을 알려주는 것 말이다.
피할 길을 알려주는 것 말이다.
비록 카산드라의 저주 탓에
알아듣는 이가 거의 없지만 말이다.

_ 킬링디어.. 예언에 관한 스포일러 / @mmerlin



만비키 가족



여기 다른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이 커뮤니티의 이름은 ‘만비키万引き 가족’, 도둑질 가족입니다. 이 커뮤니티는 등가 교환의 법칙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빛과 어둠을 과도하게 품지 않습니다. 빛만큼의 어둠, 어둠만큼의 빛을 반복합니다. 인생의 파도타기에 익숙한 커뮤니티입니다.


착한 짓 10개를 하면
나쁜 짓 10개가 생겨난다 했다.

나쁜 짓 10개를 하지 않으면
나쁜 일 10개가 되어 돌아온다 했다.

만비키(万引き)는 도둑 질이다.
만비키(万引き)는 나쁜 짓이다.

버려진 아이를 거두는 일은
착한 짓이다.

됐다.
쌤쌤이다.
등가 교환이 이루어졌다.

_ 만비키(万引き)가족 그래서 가족 / @mmerlin



그들은 착한 짓 10개를 하면 나쁜 짓 10개가 생겨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균형을 맞추는 일에 게으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등가 교환이란 타인, 가족, 공동체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 무너지게 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습니다. 커뮤니티에 몰려온 균열은 각자가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 리듬을 깼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이제 지쳤다고 말한다.
그리고 1980엔짜리 속옷을 사 입는다.
훔치지 않고 사 입는다.

그것으로 전환은 이루어졌다.

자 이제 빛으로 전환되었으니
모두 각자의 몫을 감당하면 될 일이다.

만비키 엄마는 5년형을 받고 수감된다.
만비키 아빠는 혼자 살아가야 한다.
만비키 소녀는 낳은 것이 후회된다는 엄마에게 돌아가야 한다.
만비키 소년은 자신을 버린 생부모를 찾아가야 한다.
만비키 숙녀는 갈 곳 없이 집 근처를 맴돌아야 한다.

_ 만비키(万引き)가족 그래서 가족 / @mmerlin



만비키 엄마는 마법사입니다. 마법사는 모든 것을 막아서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끝도 없이 파도타기를 하며 빛과 어둠의 균형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파도를 집어삼키는 태풍과 폭풍은 타인의 선택으로부터 옵니다. 그것은 막을 수도 강제할 수도 없습니다. 마법사는 자신에게만 가혹하고 타인의 선택에는 속수무책입니다. 타인의 선택을 강제하는 일은 가장 큰 저주를 낳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년은 모른다.
어린 소년에게 우주는 정의인 듯하다.
학대 속에 버려졌던 소녀에게
만비키를 시키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소년은 아직 모른다.
만비키를 하지 않으면
만비키 가족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균형이 깨어지면
어둠은 더 강해져
되돌아온다는 것을..

그래서 소년은 일부러 붙잡히지만..
그래서 소녀는 도둑질을 하지 않게 되었지만..
다시 학대 속으로 돌아가야 했다.

착한 짓과 나쁜 짓의 균형 속에서
행복을 누리던 가족은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야 했다.

_ 만비키(万引き)가족 그래서 가족 / @mmerlin



소년의 착한 짓으로 빛과 어둠의 균형은 깨져 버렸습니다. 이제 마법사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버려졌던 소녀만 버리고 도망치면, 커뮤니티는 그대로 유지될 수 있고, 유괴범으로 몰리지 않아도 됩니다. 소년의 착한 짓은 소녀를 다시 버리는 나쁜 짓으로 상쇄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지점에서..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
우주의 균형을 위해..
마법사가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을 때.
모든 것이 반전된 우주에서
자신의 자리로 모두 돌아가야 할 때.

마법사는 냉혹해진다.
그렇지 않을 방법이 없다.
그것은 각자의 선택이었으니
아무리 행복이라도
그것을 강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_ 만비키(万引き)가족 그래서 가족 / @mmerlin



마법사가 개입할 수 없는 순간이 있습니다. 빛이든 어둠이든, 무지이든 욕심이든, 누군가가 스스로 선택한 일을 마법사는 막아설 수 없습니다. 비켜설 뿐입니다. 그리고 그제야 마법사는 지쳤다고 말하고 모든 상황을 받아 안는 것입니다. 그것으로 어떤 처분이 따른들 막아서던 시간보다 힘들지 않습니다. 그것으로 모두가 뿔뿔이 흩어져도 이제 더이상 이상한 짓으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없으니 홀가분해질 뿐입니다. 소년의 선택을 번복시키거나 막아설 수 없는 것은 마법사의 불문율이나 또한 마법사의 선택이기도 한 것입니다.



선택한 이상, 마법사의 역할은 더이상 없습니다. 냉혹해지고 차가워질 뿐입니다. 다시 만나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선택한 길을 잘 감당해 가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는 소년에게 진실을 말해준다.
어디서 너를 주웠는지..
네 친부모는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는지..

만비키 아빠는 그걸 왜 말하냐고
당황해하지만..
이미 그것은 소년이 붙잡히기로 선택한 순간,
예정된 미래이다.

_ 만비키(万引き)가족 그래서 가족 / @mmerlin



마법사도 사람이니 원망하는 마음이 없을 리 없습니다. 아니 그 오지랖은, 그 예언은, 사랑이었던 만큼 원망하고 낙망하는 마음이 차고 넘칠 겁니다. 그러나 됐습니다. 이제 훔치지 않아도, 이상한 마법사의 직관 따위 말하지 않아도 되니 되었습니다.


소년에게,
만비키 가족들에게,

그래서 지금은 행복하니?
그 선택은 옳았니?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니?

되묻고 싶지만..
따져 묻고 싶지만..

대지의 어머니는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며
말한다.

'1980엔짜리면 어때.. 이젠 훔치지 않아도 되잖아..'

_ 만비키(万引き)가족 그래서 가족 / @mmerlin



그녀는 마법사이자 대지의 어머니입니다. 마법사는 선택 이후에는 관여할 수 없지만, 대지의 어머니는 모든 것을 품어 안습니다. 모든 일이 자신의 땅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모든 것을 받고 모든 것을 내어줍니다. 그래서 그녀는 소녀를 버릴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럴 수 없다.
만비키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훔치거나
남이 버린 것을 주울 줄은 알아도
버릴 줄은 모른다.

그녀는 그 순간 선택한 것이다.

해고를 당하기로 선택한 순간,
우주는 균형을 잃고
뜨거운 하늘에 비를 내리기 시작한다.

_ 만비키(万引き)가족 그래서 가족 / @mmerlin



그런 그녀가 마법사에게 묻고 있는 것입니다.


원망이 가득했던 마법사의 지난날에게
대지의 어머니는
어깨를 다독이며 말한다.

우리 그동안 행복했어..

그래 맞아.
다른 선택을 했을 리가 없잖아.
설레였고 행복했잖아.
지금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더라도..
그 시간, 그 우주는
여전히 어딘가에서
앞으로 전진하고 있겠지.

_ 만비키(万引き)가족 그래서 가족 / @mmerlin



행복했을까요? 그건 쉽게 답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마법사의 의무이거나 운명이어서만이 아니라, 그것은 비록 오지랖이고 꼼수였어도 사랑이었노라고, 사랑이 아니었다면 하지 못했을 일이었다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돌아온 겁니다. 그리고 지난 생에서처럼 [스팀시티]의 총수를 찾는다고 고한 겁니다. 어떤 생에서처럼 [스팀시티]의 <위즈덤 러너>가 되어보지 않겠느냐고 물은 겁니다. 그리고 그대를 초청한 겁니다. [스팀시티] 글쓰기 유랑단에 참여해 보지 않겠느냐고, 그대가 내게 부탁한 예언이라고..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대지의 어머니는 글쓰기 유랑단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그리고 박살 난 유리창에 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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