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77. 매거진 [春子]와 그 시작을 위한 다섯 글자 감탄사

in #stimcity6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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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春子]



여행자의 주머니는 언제나 가볍습니다. 그러나 매일매일이 새로운 여행지에서의 감상과,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드는 현지 고유의 아이템들은 여행자의 가슴과 머리, 그리고 배낭을 무겁게 만듭니다. 반면에 여행을 하지 못하고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 이들은 늘 여행의 감성에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떠나지도 못하는 여행지의 감상을 찾아 여행기를, 여행 매거진을 뒤적이며 대신 달래고, 또 언제가 나도 떠나야지, 각오를 다지고 다지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들에게 좀 더 생생한 방식으로 여행지의 감성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기록을 남기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으로 여행을 정리할 수 있고, 또한 계속되는 삶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치고 돌아와서 정리하는 기록과 현지에서 느끼는 감성을 바로 담는 일은 분명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요. 요즘은 그래서 여행 과정을 현지에서 직접 블로그나 여타 매체를 통해 기록하는 일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죠. 그런데 기왕이면 그걸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콘텐츠화할 수는 없을까 생각해 보게 되는 거예요."



그리하여 라총수는 현지에서 현지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현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선정해서, 함께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방법을 실험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름하여 '매거진 [春子]'.


부드러운 카펫 위에선 춤을 춘다. 폭신한 매트리스 위에선 앞구르기(?)를 한다. 그리고 딱딱한 맨땅 위에는 헤딩을 한다. 맨땅에 헤딩은 나의 행동 패턴 중 하나가 되었다. ‘맨땅에 헤딩’을 하며 산 지도 꽤 오래다. 덕분에 내 이마는 아주 단단해져서 어지간한 충격이 아니고서는 외상 혹은 내상을 입는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엄살이 아주 심한 편이라 아프다, 싫다, 괴롭다 끝없이 중얼거리기는 한다. 그 누구도 그런 엄살을 진지하게 들어줄 필요는 없지만, 위로나 격려의 말은 언제나 고맙다.

교토에서의 마지막 2주 동안 열심히 맨땅에 헤딩한 결과로 매거진 [春子] 창간호를 발간하게 되었다. 매거진 [春子] 는 나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만드는 오프라인 매거진이다. 이 여행이 계속되는 동안은 쭉 진행할 예정인데,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과 글들로 엮고, 매거진 [春子] 에 실리는 사진과 글은 온라인에 게재하지 않으며, 여행지에서 바로 구독자에게 발송한다. 매거진 [春子] 의 구독자는 한 달에 두 번, 춘자가 여행지에서 보내오는 매거진 [春子]와 춘자의 사진, 글씨, 그림과 같은 것들, 그리고 춘자가 여행지에서 찾아낸 멋지고 근사한 무언가를 함께 받아볼 수 있다. 물론 최소 단위의 배송료를 위해 일정 중량 이상을 넘어가는 물건은 아닐 것이다.

_ [위즈덤 레이스] 교토 안녕 + 도쿄 안녕 / 라총수



"맨땅에 헤딩이었지만, 그것에 익숙한 라총수 덕분에 결국 '春子'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어요. 그것은 순례를 떠난 봄의 아이들의 날 것 그대로의 기록을 담아내는 형태가 되었어요. 물론 매거진 [春子]는 '春子'의 시작일 뿐입니다. 이후에 봄의 아이들의 노래를 세상에 드러내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게 되죠."



매거진 [春子]는 여행자의 기록으로서뿐만 아니라 여행자의 경비 마련을 위한 수단으로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여행자는 자신이 발행할 매거진의 독자를 미리 모으고 그들에게 여행지에서 직접 매거진을 발송합니다. 매거진에는 현지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를 콘텐츠로 담고, 그것을 현지에서 직접 제작합니다. 현지에서 직접 인쇄, 제작한 결과물을 현지의 우편 시스템을 통해 독자에게 배송합니다. 물론, 독특한 현지의 아이템들을 동봉하기도 하죠. 구독자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지구 어디에선가 날아온 매거진 [春子]를 받아보게 됩니다. 그것은 잘 정렬되고 규격화된 일반 매거진이 줄 수 없는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고, 여행자의 여행에 함께 동참하는 동시적 경험을 구독자에게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매거진 [春子]

춘자는 지금도 낯선 거리를 서성입니다. 나누고 싶은 것들이 많고, 계속 생길 예정입니다.
한 달에 두 번씩, 춘자와 영감을 나눌 member를 모집합니다. 춘자는 members only 니까요.



구성

매거진 [春子] 1부
춘자의 사진, 그림 혹은 글씨
춘자가 여행지에서 찾아낸 작고 가볍지만 멋진, 어떤 것



구독료

_1개월 3만 3천 7백 원
_3개월 정기구독 시 5% 할인가 9만 6천 원
_6개월 정기구독 시 7% 할인가 18만 8천 원
_1년 정기구독 시 10% 할인가 36만 3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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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을 위한 다섯 글자 감탄사



시작의 방식은 라총수다웠습니다.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예기치 않은 일들을 흐름에 맡기며, 우주의 도움을 전제로 용기 있게 자신의 순례를 이어나가는 것입니다. 그것에는 다른 누구의 개입도 없이 운명과 맞선, 단독자로서의 라총수가 우뚝 서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에 질리고(?) 감탄한 우주는 반드시 해결책을 그의 앞에 내어놓고 마는 것입니다.


쓰고, 찍고, 엮고, 만들고 그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했다. 쓰고, 찍고, 엮는 건 혼자 한다 쳐도 만드는 것은 혼자 할 수 없었다. 처음에 다짜고짜 인쇄소에 찾아가서 내가 원하는 바를 하나하나 설명하는데, 그 막막함이란... 인쇄소의 직원은 영어를 못 하고, 나는 일어를 못 하는데 구글 번역기는 세계의 모든 언어를 할 줄 아니까 다행이었다. 그녀와 나는 몇 차례 헛다리를 짚어가며 고군분투했다. 그림도 그리고, 숫자도 쓰고, 온갖 손짓발짓을 동원한 결과 그녀는 완벽하게 나의 컨셉과 의도를 파악하기에 이르렀다. 부수를 많이 찍는 것도 아닌데, 일어라고는 한마디 하지 못하는 외국인 손님의 기이한 주문을, 그녀는 은근과 끈기로 받아준 것이다. 그녀는 나를 응대하느라 다른 고객들을 꽤 오래 기다리게 해야 했고, 몇 차례나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야 했고, 사무실 이곳저곳을 왔다 갔다 해야 했다.

그녀가 ‘쏘리, 노 잉글리시’하고 포기해버렸다면 매거진 [春子]는 교토에서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래의 인간은 더는 외국어를 학습할 필요가 없다고, 미래학자들은 이야기하지만, 구글 번역기의 힘을 빌려 그녀와 소통하는 내내 나는 일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느꼈다. 그녀에게 꼭 자필로 고맙다는 편지를 써서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구글한테 물어봐서 해야지 해놓고 결국 시간이 없어서 못 했지만. 인쇄소 사무실로 매거진 [春子]를 일본어 버전으로 만들어서 보내줄까 한다. 그때는 정말 정말 고마웠다고 편지도 쓸 것이다

_ [위즈덤 레이스] 교토 안녕 + 도쿄 안녕 / 라총수



물론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혼자 시작하는 일에는 잘하는 짓인지, 괜한 짓은 아닌지, 과연 해낼 수 있을 것인지, 주위 사람들은 뭐라 할는지, 망설이게 하고, 머뭇거리게 하고, 주저하게 만드는 수많은 장애물과 방해 동작이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것들이지만.. 그러나 라총수는, 주저하게 만드는 이러한 모든 생각과 감정을 다섯 글자로 날려 버립니다.


매거진 [春子]를 만들며 꽤 괴로웠다. 이런 똥글이나 쓰자고 잡지를 만들겠다는 것이 아닌데, 자꾸 똥글만 나와서 노트북을 던져버리고 싶었던 순간이 많았다. 무념무상으로 자전거를 타고 있을 때 가장 행복했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해야 한다거나, 허벅지 근육에 더 힘을 주어야 한다거나, 기어를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거나, 그런 따위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관성에만 의존하여 발을 굴러야 한다. 그러면 머릿속에 히사이시조의 멜로디가 자동으로 재생되며 행복감이 고조되었다. 나는 청승을 진짜 싫어하는데 그러다 가끔 눈물방울을 뿌리기도 했다. 부끄... 아무튼, 일본에서 처음 자전거를 탈 때는 길을 걷는 사람들, 자동차들, 다른 자전거들, 교통 신호와 도로의 요철 등 그 모든 것을 신경 쓰느라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고생했다. 덕분에 몇 번이나 넘어졌고, 다리에 상처도 여럿 얻었다. 몸에 힘을 빼고, 머릿속을 깨끗하게 비우고 자전거를 타면 시간이 3배속 정도로 흘렀다. 매번 소중한 명상의 시간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자전거 명상을 하고 있을 때 빼고는 늘 춘자 생각을 했다. 멋진 글도, 때깔 나는 사진도, 근사한 편집도, 쩌는 디자인도, 내 안에서는 도저히 나오지를 않았고, 시간은 자꾸만 흘렀다. 그리고는 정말 시간이 없어 버리는 순간이 왔다. 밋업 날까지는 완성해서 참가자들에게 나누어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꼭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인쇄 맡기러 가는 길 위에서도(직원에게 파일을 넘기기 직전까지도), ‘아, 쪽팔린 데 그냥 하지 말까’를 고민했다. ‘아시발몰라’는 이 다섯 글자 통째로 하나의 감탄사인 것이다.

_ [위즈덤 레이스] 교토 안녕 + 도쿄 안녕 / 라총수



"이리하여 매거진 [春子]가 탄생했으니, 이제 그의 다섯 글자 감탄사를 이어받을 봄의 아이들의 등장을 기다리면 되는 일입니다. 라총수가 문을 열었으니, 함께 맨땅에 헤딩하며, 수많은 현실적 조건들을 '아시발몰라' 다섯 글자로 날려버리고, 그의 뒤를 따라 <위즈덤 레이스>의 행렬에 동참할 봄의 아이들을 기다리면 되는 것입니다. 그것 역시 라총수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의 매거진과 콘텐츠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미래기억을 되살리게 될지, 잠들어 있는 봄의 아이들을 불러일으키게 될지는, 그의 글과 행적이 얼마나 깊고 넖은 공명을 일으킬 수 있는지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춘자를 통해 순례의 여정을 시작하게 되는 수많은 봄의 아이들이, 세계 방방곡곡에서 자신의 순례 여정을 매거진으로 제작하여 구독자들에게 발송해 올 것입니다. 춘자는 이를 춘자의 독자들에게 미리 알리고, 여정에 동참하고 싶은 순례자의 매거진을 구독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할 것입니다. 순례자와 구독자들은 하나의 팀이 되어 순례자의 여정에 함께하게 되고, 이렇게 맺어진 연대의 끈은 또 다른 독자들로 하여금 새롭게 순례를 떠나는 봄의 아이로, <위즈덤 레이스>의 미션에 도전하는 '위즈덤 러너'로 다시 태어나게 해 줄 것입니다.



"춘자의 여정에 공명한 봄의 아이들, '위즈덤 러너'들로 세상이 시끌시끌하겠군요! 그러다 온 대륙이 '위즈덤 러너'로 뒤덮이면 어떡하죠? 하하하 내가 먼저 웃었습니다."



그러게요. 그렇게 되면 어떡할까요? 뭐 어떡하겠습니까. 온 대륙이 봄의 아이들, '위즈덤 러너'로 뒤덮이면 신나는 일이지. 달려서 못 가면 줄 서서 가면 되고, 걸어서 못 가면 헤엄쳐서 가면 되죠. 하하하. 그럴 줄 알고 [스팀시티]는 <위즈덤 레이스>의 바닷길을 함께 열고 있었으니..



P.S.

매거진 [春子]는 교토 / 아오모리 / 삿포로(일본) /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 / 수크레(볼리비아) / 토레몰리노스(스페인) / 부다페스트(헝가리) / 비엔나(오스트리아) / 몰타 / 코로나(특별판) 까지 총 10편이 발행되었다. (2020년 7월 현재)

라총수는 죽는 날까지 발행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그의 여행은 삶이 끝나는 날까지 멈추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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