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66. 성배와 마법의 가마솥

in #stimcity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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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의지에 관하여 동양적 해석과 서양적 해석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도래하지 않은 미래는 안개처럼 가리워져 있습니다. 그것이 공룡인지, 산인지 알아보려는 시도는 무엇을 보았든 '가늠'일 뿐입니다. 그러나 길을 떠나는 자가 자신이 나아갈 길을 '가늠' 해 보지도 않고 나선다면 이는 현명한 일이 아닐 겁니다. 그래서 가늠해 보면, 어쨌거나 이번 여정에서 가라앉은 [스팀시티] 그리고 [스팀시티 커뮤니티 센터] 1호점이 세워질 도시를 쉽게 만나게 될 것 같지는 않군요. 라총수는 자신을 잃어버려야 하고 새롭게 공덕을 쌓아야 하며, 정신적 양식을 준비하고 확장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 길은 예수의 길인지도 모릅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습니까? 거대한 [스팀시티]의 건설을 위하여 위대한 여정을 시작하는 일이지만, 첫걸음은 소박할 뿐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타로와 주역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일명 '성배'.


"마지막, 이게 미래인데, 예수 크리스트처럼 되십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이게 되게 명백한 카드인데, 이 카드는 샹그릴 성배에요. 여기 보면 이 물고기는, 예수의 히브리어 앞글자를 뒤집으면 물고기 모양이 돼서, 지금도 교회에 가면 히브리어 글자를 요렇게 뒤집어서 상징으로 사용하고, 이 흰 비둘기 자체도 이 예수에게 신이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이런 상징을 나타내죠."

_ 풍총수의 타로 해석


"화풍정(火風鼎)에서 정(鼎/솥)은 고대 기물의 일종입니다. 국가의 제사 때 쓰이는 신물이기 때문에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솥에다가 음식을 넣고 정성스럽게 제사 음식을 요리하는 과정은 모든 사람들이 함께하는 조화로운 소통의 행사였을 것입니다. 위대한 문명이라는 것도 공유된 가치를 즐겁게 나누는 교류의 장으로서 문화의 솥단지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스팀시티가 그러한 솥단지가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_ 피터의 주역 해석



성배와 정(鼎/솥)



성배와 관련된 설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예수가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 때 사용했다는 설(인디아나죤스 류의)과 예수의 아이를 가진 막달라 마리아가 프랑스의 남부 프로방스 지방으로 피신을 떠나, 그곳에서 예수의 후손들이 새로운 왕조(메로빙거 왕조)를 창시했다는 건국 신화에까지. 기독교 세력권의 각 나라와 지방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신화화되고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두 해석에서 모두 같은 이미지가 등장해서 조금 놀랐죠. 성배라면.. 음 지난해 유럽 버스킹 투어 때 이미 그 흔적을 추적했던 적이 있어요. 그것은 상당히 심오하고 다양한 알레고리를 가지고 있는데 말이죠. 주로 서구 기독교권에서는 새로운 질서, 혁명적 질서의 상징처럼 여겨지죠. 2천년 전, 기존 질서에 대항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처럼 말이죠. 그런데 그 상징이 이번에도 등장했단 말이죠. 이거 참,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멀린은 성배에 관한 이미지가 <위즈덤 레이스>의 미래 해석에 등장하자, 이에 대한 함의가 궁금해졌습니다.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요? 아! 서편 마법사 아이작이 있었군요. 그에게 물어보면 좀 더 다양한 의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일단 전화를 걸어 봅시다.



아이작과의 통화



'가만있어 보자, 연락처가 어디 있더라? 마법사 요람에 있을 텐데, 최신판이.. 음.. 여기 있군. 어쩌나 거긴 새벽일 텐데.'



멀린은 마법사 요람을 뒤져 아이작의 연락처를 찾았습니다. 시차 때문에 서편 지역은 새벽일 텐데, 실례를 불구하고 일단 전화를 걸어 봅니다. 호기심이 사라지기 전에 말이죠. 그런데 신호가 떨어지자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오네요?



'피 땀 눈물~ 내 피 땀 눈물..'



'잉? 컬러링이 BTS네.'



"(딸칵) 여보세요."



"아, 여보세요. 아이작 안녕하십니까? 저 멀린입니다."



"멀린? 아, 멀린 마법사! 웬일입니까? 이 새벽에."



"아이고 이거 죄송합니다. 이 시간에 전화하는 게 아닌데."



"뭘요. 마법사들이 어디 밤에 잠을 자나요. 다들 야행성이라. 멀린 마법사도 안 주무시고 전화하는 거 보세요."



"하하 그렇네요. 그런데 컬러링이 BTS네요?"



"아.. 네. 저희 딸아이가 워낙 팬이라. 이게 뭐 컬러링을 해야, 오빠들한테 수익이 간다나.. 지 아빠 수입은 신경도 안 쓰면서 오빠들 수입은 어찌나 챙기는지.. 서운하긴 하지만, 저도 BTS 팬이라 아니꼽지는 않습니다. 아! 멀린은 한국에 계시죠. BTS 싸인 좀 받아다 주시면 안 됩니까? 뷔 싸인이면 더 좋겠는데.."



"에고~ 그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한국에 산다고 BTS 싸인 받을 수 있으면, 영국에 계시니 아델 싸인이라도 받아주시던가요. 하하하 마법사가 돼가지고 가수 싸인도 못 받아 내는군요. 우리 둘 다 말입니다."



"하하 그렇죠 뭐. 요즘 시대에 마법사가 뭐 할 수 있는 게 있나요. 바야흐로 연금술사 놈들의 전성시대인 거죠. 언제나 우리 시대가 다시 오겠습니까."



"무슨 말씀이세요. 우주가 열리고 3차원과 4차원이 조우하는 디지털 인공지능 시대가 오고 있지 않습니까. 곧 우리의 시대가 열릴 겁니다. 이제 연금술사 놈들 돈 세는 소리는 더 듣지 않아도 될 거라구요."



"암요. 그래야지요. 그러잖아도 곧 일론 마법사가 화성 탐사선 발사에 성공할 것 같던데, 멀지 않았겠죠? 마법의 시대가 말이에요. 아,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를 하신 거죠?"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전화 걸어놓고선 용건도 얘기 안 하고 있었네. 아니 다른 게 아니라 그, 성배 말이에요. 예수의 성배. 그게 좀 궁금해서요."



"아, Holy Grail!. 그리스도의 성배요. 그게 왜 갑자기 궁금해지신 거죠? 제 전공 분야이긴 합니다만. 성배는 서편 마법의 대표적 상징 중 하나가 아니겠습니까? 동편의 태극처럼 말이죠. 아닌가? 태극은 십자가인가? 암튼.."



"그러니까요. 그러잖아도 아이작 마법사께서 성배에 대해선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성배의 현대적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전통적 의미야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것들이 많은데, 이 시대에 성배의 전설이 복원된다면 그건 어떤 의미로 사용될까요?"



"음.. 그건 좀 어려운 질문이네요. 성배라 하면, 전통적 해석으로는 새로운 질서, 특히 아직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질서의 의미를 갖는데 말이죠. 뭐 잘 아시겠지만, 그런 건 정사에서 다뤄지지 않은 일종의 비의로써 사람들에게 회자되잖아요. 그래서 더 힘을 발휘하고 사라지지 않는 것이죠. 다양한 해석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아직 도래하지 않은 어떤 혁명의 가능성. 그러나 매우 오래전부터 예언되어져 온 확정된 미래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요."



"한국에도 그런 류의 예언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감록'이라고, 정씨 성을 가진 지도자가 나타나서 모든 구질서를 타파하고 태평성대를 이룩한다는.. 사실 성서의 메시야도 그런 거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그런 상징은 특정 시대에 고착되지 않을수록 항구적이고 반복적이지요. 유대교도들은 기독교인들과 달리 예수를 메시야로 인정하지 않고 아직도 메시야를 기다리고 있잖아요. 아, 기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2천년 전에 죽은 메시야가 다시 재림할 거라고 가르치죠. 메시야의 부재가 자신들의 권위를 보존 시켜 주는 거예요. 천국은 미래에 있어야지, 현재에 이루어지면 자신들의 영향력이 사라지니까요. 그러므로 메시야 사상은 권력의 연장과 밀접한 영향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나요? 어차피 역사는 도전과 응전을 반복하며 진화해 가는 것인데, 응전의 동력은 도래할 유토피아 또는 메시야의 재림에 대한 기대감 같은 것을 통해 충전될 수도 있잖아요. 그건 시스템의 구조이지 그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



"네.. 뭐 맞습니다. 어떤 식으로 사용하느냐의 문제이지요.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가 문제이구요. 대학에 가면, 멋진 이성 친구를 만날 수 있을 거야 하는 기대감이, 아이에게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게 나쁜 것은 아니죠. 도래한 현실은 그게 아니라도 말이에요. 하하하 그런데 성배는 왜 갑자기?"



"아, 그러니까 전해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위즈덤 레이스>가 시작되는데 저희가 궁금해서 미래를 점쳐보았거든요. 타로로도 보고 주역으로도 보았는데, 공통 이미지로 성배와 정(鼎), 그러니까 솥의 이미지가 나왔어요."



"오~ 이제 시작하는 겁니까? 그러잖아도 지난 마스터 회의 때 시간이 좀 있으면, 멀린 마법사께 성배의 전설에 관해서 말씀을 좀 드리고 싶었는데. 그게 점괘에 나왔단 말이죠?"



"그래요? 네 맞습니다. 성배의 이미지가 양쪽 점괘에 모두 나왔어요."



"그거참 신기한 일이네요. 이거 [스팀시티]의 역할이 보통이 아니군요. 성배가 이미지로 등장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전 지구적 변혁, 변화와 혁신의 대대적인 등장을 예고하는 것인데 말이죠."



"오~ 그런가요? 하지만 주로 핍박과 희생의 상징이기도 한 거 아닌가요?"



"물론 과정은 그렇습니다만. 아시다시피 결과는 구 시스템의 붕괴와 새로운 시스템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이죠. 보세요. 예수 그리스도의 성배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종교와 제도의 등장을 예고했던 거였어요. 그게 최후의 만찬에 사용되었던 잔이든, 예수의 후손을 말하는 것이든 말이죠. 그것은 지혜의 잔이요. 변화와 혁신의 에너지를 담은 그릇이죠. 아 근데, 주역 궤에는 솥의 이미지가 나왔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네. 맞아요. 한자로는 정(鼎)이라고 하는 데 솥을 의미하죠. 주역 궤를 해석해 주신 분의 말로는, 이 솥은 국가 제사 때 쓰이던 기물로, 위대한 문명이 교류하는 문화의 솥단지를 의미한다고 하시더군요. 아! 그분이 피터 님이신대, 세례명말이에요."



"이야~ 이거 대단하네요. 초대 교황이 된 베드로가 예언한 성배라, 그렇다면 그것은 그 해석해주신 분 말처럼 위대한 문명을 잉태할 성배로 볼 수도 있겠네요."



"음.. 성배를 성스러운 자궁으로 해석하자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것은 [스팀시티]가 추구하는 이상향이기도 하죠. 그런데 성배는 보통 숨겨지고, 그것을 찾아 나서는 여정은 힘들고 고달프지 않나요? 아, 그래서 [스팀시티]가 가라앉은 건가?"



"어렵고 힘든 일이긴 합니다만, 가치 있는 일이죠. 그런데 성배와 관련된 전설들을 살피다 보면, 거기에는 여지없이 일종의 분권화와 분산화의 철학이 등장하기 마련이에요. 대표적인 것이 아더왕의 전설인데. 아, 이것은 멀린이 더 잘 아시지 않나요? 본인의 나툼에 관한 이야기이잖아요?"



"마법사 멀린과 아더 왕 그리고 원탁의 기사 말이죠?"



"네, 그건 영국의 건국 신화이기도 한데. 이거 멀린 마법사, 한국이 아니라 영국에서 활동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 전 BTS의 나라가 좋습니다. 영국은 이전 생에 충분히 살았던 터라.."



"아~ 그러시군요. 그러면 기억은, 이전 생의 기억이니 가물가물하시겠네요."



"네. 실은 그래서 아이작 마법사께 연락을 드린 거예요.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 전설과 성배가 현대적으로는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보시나요?"



"아, 그런 거라면 제가 말씀드릴 게 좀 있습니다. 사실 아더왕 전설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를 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샤를마뉴 대제 말이죠?"



"마뉴는 대제라는 뜻이라, 샤를마뉴라고 하시면 됩니다."



"이크, 그렇군요. 꼼꼼하셔라.."



"샤를마뉴가 활동하던 때가 8세기, 그러니까 700년대 말인데. 이때의 서편 세계의 질서를 보자면, 비잔틴 제국, 그러니까 동로마 제국이 패권 국가 역할을 하고 있었고, 로마 교황청과 갈등을 빚고 있었어요. 당시 동로마 제국은 중앙집중적 권력 구조를 가지고 있었죠. 그건 뭐 일반적인 제국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죠. 그런데 '단성론', '성상파괴운동' 등 종교적 이유로 로마 교황청과 갈등이 생겨났고, 이슬람 세력이 계속 압박을 해들어오고 있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동로마 제국이 이를 효과적으로 방어해 주지 않자, 로마 교황청은 당시 막 떠오르고 있던 프랑크 왕국의 사를마뉴를 전략적으로 끌어당기죠. 그래서 그를 황제로 추대해 버려요."



"오~ 황제로 추대했다고요?""



"네. 이게 그 유명한 '800년의 크리스마스' 입니다. 서기 800년 크리스마스에 샤를마뉴의 황제대관식이 열렸거든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로마교황청 중심의 서편 기독교 세계가 시작된 거예요 . 이때를 신성로마제국의 시작점으로 보기도 해요. 그런데 여기서 특이할 점은 프랑크 왕국의 상속제도인데, 프랑크 왕국은 다른 문명권과 달리 장자 상속제도를 채택하고 있지 않았어요. 특이하게 형제들에게 왕국을 나누어서 물려 주는 형제 상속제를 채택하고 있었죠. 그래서 사를마뉴 사후 그의 세 아들에게 셋으로 나누어 왕국이 상속되었는데, 그것이 지금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의 시작이죠. 서유럽 사회가 다른 지역의 중앙집중적 권력 구조와 달리, 분산화되고 합의를 중시하는 정치문화를 가지게 된 것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도 유추해 볼 수 있는데. 시작부터 어떤 강력한 패권이 등장해서 주변 국가를 정복해 간 것이 아니었어요. 황제의 추대 자체도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명분의 목적으로 시작되었으 니까요. 게다가 장자 상속을 통해 권력이 그대로 상속된 것이 아니라, 형제 상속을 통해 다시 분산된 거죠. 그 뒤로는 여러 이합집산이 계속되면서 서편 세계 스타일의 봉건제도가 확립되었어요. 결국 이런 문화적 전통이 이어져서 민주주의, 공화주의, 개인주의로 발전되었다 볼 수도 있죠."



"그렇군요. 중앙집중식 국가만을 경험해 온 동편의 세계관으로는 신기하게만 보이던 일이었는데, 그런 배경이 있었군요. 그렇다면 서편의 역사에서, 아니 결국 세계의 역사에서 샤를마뉴의 역할은 엄청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겠네요?"



"네 맞습니다. 지금의 서편 세계의 질서를 시작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샤를마뉴가 아더왕 전설의 원형이 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예요. 분권과 분산화의 시작이, 강력한 힘과 명분이 필요했던 서브 패권과의 만남을 통해서였던 거죠. 그래서 말이에요. 제가 [스팀시티]의 이야기를 듣고 흥분했던 겁니다. 그렇게 되어야 하는 거거든요. 현재의 국가주의적 패권으로는 인류의 진화가 정체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이에 반하여 등장한 여러 흐름이 있었지만, 도무지 제대로 결과를 내고 있지 못하단 말이죠. 암호화폐/블록체인의 철학 역시 강력한 힘과 명분이 만나고, 그것이 시스템적으로, 샤를마뉴 당시의 형제 상속처럼 제도적인 권력 분산의 과정을 통해 문화화되지 않으면, 인류는 다음 차원의 진화로 나아가기 어려울 겁니다."



"아이작 말씀을 들어보니, 강력한 중앙집중적 패권이었던 동로마 제국에 대항하여 서편 세계가 샤를마뉴를 추대한 과정이, 마치 [스팀시티]가 탈중앙화를 기치로 시작된 블록체인 시스템에서, 탈중앙화로 인한 파편화를 극복하기 위해 총수를 추대한 과정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네요. 또한 총수로부터 시작되는 권력의 집중과 분산화가 명분을 얻으려면, 일단 총수가 장자 상속과 같은 기존의 질서를 따르지 않고, 형제 상속과 같은 분권화된 질서를 채택함으로써 문명의 전환을 일으켜 낼 수 있어야 하겠네요."



"그러려면 먼저 총수의 능력과 자질이 검증되어야 하겠죠. 중앙화된 권력과 맞서는 일이니. 무능한 총수를 허수아비로 추대하신 건 아닐 테니까요."



"네 물론입니다. <위즈덤 레이스>는 그것을 검증하는 과정이자 획득하는 과정이죠. 그건 총수뿐만 아니라 [스팀시티]의 시민이 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부여된 미션이죠.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형제상속이 어떻게 분권화의 상징이 될 수 있는 거죠?"



"그건 매우 중요한 질문인데요. 왕이 '국가'로 상징되는 자신의 성과물에 집착하면 형제 상속을 할 수 없어요. 그건 자신이 이룬 국가를 지속시키려는 욕심이죠. 형제에게 나라를 나누어주면 국가가 해체되고 말거든요. 프랑크 왕국이 셋으로 나누어 졌듯이 말이죠. 자신이 이룬 국가를 사후에도 존속시키려고 하면 장자 상속을 하려고 하겠죠. 그러면 형제간에 왕좌를 놓고 일대 혈투가 벌어지죠. 그건 모든 문명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이잖아요. 왕좌를 획득한 하나의 왕만 살아남고 다른 형제들은 처형되거나 유배되거나 미친 척이라도 해야 하죠. 물론 국가는 살아남겠지만 자손들은 서로 원수가 되는 거예요. 그런데 형제 상속을 하면 국가는 사라지고 나라는 쪼개질지언정, 형제끼리 원수가 되는 일은 막을 수 있죠. 물론 그렇게 나눠 주었다고 해서 서로 뺏고 빼앗기는 전쟁을 안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외부의 적으로 인한 위기 시에는 연방으로 뭉쳐서 함께 대항하기도 하죠. 형제 상속은 국가라는 허명뿐인 이상에 집착하지 않고 상호 긴장과 필요에 따라 연합을 도모하는 실용적 분권화를 내재화할 수 있죠. 그런데 그건 프랑크 왕국의 전통이었어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프랑크 왕국은 메로빙거 왕조로부터 시작된 나라이죠."



"아~ 메로빙거 왕조라면 예수의 후손들이 세웠다는 그 왕조 아닌가요?"



"네 맞아요. 전설이긴 합니다만. 어떤 의식적 흐름이 있는 것이죠. 분권과 분산화의 흐름이, 중앙집중적 권력이었던 유대교, 로마 권력과 맞선 예수로부터, 죽음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해체하고 제자들을 통해 세상에 분산 시켜, 새로운 질서를 탄생시킨 크리스트교로부터 시작되어 흘러온 것이죠."



"그건 지금 시대에도 필요한 시대정신인 것 같네요."



"네 맞아요. 8세기의 세계 질서도 지금과 비슷했어요. 오랜 동로마 제국의 패권과 이에 맞서는 새로운 분권화의 질서가 등장하는 시대변혁기에 직면해 있는 거죠. 그걸 [스팀시티]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하하하 저도 그렇게 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만.. 그러자면 말씀하신 대로 먼저 총수의 능력과 자질이 검증되어야겠네요. 분권과 분산화의 철학을 수용하고 실천할 수 있는지. 아니 그보다 먼저 새로운 질서의 흐름 속에서 그것을 끌어당길만 한 실질적인 힘과 매력을 소유하고 있는지, 먼저 증명해야겠지요. 로마 교황청에게 매력적이었던 샤를마뉴처럼 말이죠."



"아, 그런데 그 주역 궤를 해석해 주신 분 세례명이 피터라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초대 교황 피터?"



"오~ 맞아요! 이건 상징인가요? 그러네요. 초대 교황 베드로로부터 총수의 미래가 점쳐지고 있었네요. 하하하 이거 마법사들 말고 누가 들으면 꼴값들 떨고 있네 할 거 같네요. 정작 <위즈덤 레이스> 경비도 없어서 쩔쩔매고 있는데.."



"예수께서 말씀하셨잖아요. 전대에 금이나 은이나 동전을 넣어가지고 다니지 말 것이며, 식량 자루나 여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도 가지고 다니지 말아라. 일하는 사람은 자기 먹을 얻을 자격이 있나니.."



"네 암요. 이미 우주의 투자를 받아 놓은 상태랍니다. 총수님 역시 열정 충만인 상태구요."



"하하하 기대가 됩니다. 가라앉은 [스팀시티]를 찾는 일이 성배를 찾는 일이 되었군요. 아시겠지만 원탁의 기사 전설 역시 성배를 찾는 이야기이잖아요. 그런데 이건 모르셨을 것 같은데, 그 성배의 원형 중에 마법의 가마솥이 있어요."



"네? 정말요? 아니 저 피터 님의 주역 궤에 등장한 이미지가 솥이었는데?"



마법의 가마솥



"그러니까요. 아까 솥 얘기를 하시길래 생각이 났는데, 원탁의 기사 전설의 원형이 켈트족 신화인데, 켈트족 신화에 등장하는 마법의 가마솥에서 성배가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어요."



"마법의 가마솥이요? 무슨 마법을 부리죠?"



"용감한 자와 겁쟁이를 가려낸다는군요."



"이크, 그렇군요. 성배를 찾아 떠나는 여정 자체가 보통의 용기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은 아닐테니.."



"하지만 일단 찾기만 한다면.. 마법의 가마솥에서는 끝없이 양식이 나온다고 하니까요."



"음.. 정말 마법의 가마솥 답네요. 역시 용기 있는 자가 마법의 가마솥, 성배를 차지하겠군요."



"네 용기가 중요하죠. 사실 샤를마뉴가 로마 교황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강력한 힘으로 침공해 오던 이슬람 세력을 방어했기 때문이기도 해요. 동로마 제국은 이슬람의 침공에 무력했던 반면, 샤를마뉴는 매우 적극적으로 이에 대응했거든요. 그것은 당시의 시대상으로는 매우 용기 있는 행동이었어요. 피레네 산맥을 두고 당시 이슬람의 지배를 받고 있던 히스파냐(지금의 스페인)의 이슬람 군대와 맞서, 서편 기독교 세계를 방어해 냈으니까요. 그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서편 세계는 이슬람 지역이 됐을지도 모르죠. 당시의 일을 그린 유명한 작품이 있죠. '롤랑의 노래'라고."



"롤랑의 노래요?"



"네 읽어 보시면 도움이 되실 거예요. 총수의 자질이 어때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죠. 엑스칼리버의 원형도 등장한답니다. 마법사 멀린이시니까, 어느 생엔가 직접 보셨을 테지만."



"네? 엑스칼리버요? 검이 등장한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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