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67. 롤랑의 노래 그리고 대제의 탄식

in #stimcity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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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의 노래



샤를마뉴가 거느린 프랑크 군은 이슬람이 지배하고 있던 히스파니아로 원정을 떠납니다. 궁지에 몰린 히스파냐의 마르실 왕은 항복을 하고 이에 샤를마뉴는 누구를 항복 교섭 사절로 보낼지 고민하는데, 이때 롤랑은 지략과 화술이 뛰어난 자신의 의붓아버지 간롱을 추천하지만,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간롱은 자신을 사지에 몰아넣은 롤랑에게 앙심을 품고 그를 죽일 것을 결심합니다. 간롱은 자신의 화술을 최대한 활용해서 12 팔라딘만 제거되면 히스파냐와 프랑크 사이에는 평화가 있을 것이라고 마르실 왕을 부추깁니다.



'샤를마뉴가 퇴각할 때 12 팔라딘이 후미를 방어할 것이다. 그리 많지 않은 군대만 남을 거니 그때 공격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간롱의 계략은 성공하여 롤랑은 2만의 군사와 함께 롱스보(지금의 스페인 론세스바예스) 계곡에 남겨지고, 곧 마르실 왕이 거느리는 50만의 이슬람군이 이들을 습격해옵니다. 그리고 처절한 공방전이 이어집니다.



롤랑은 샤를마뉴로부터 커다란 뿔 나팔을 건네받았었는데, 언제든지 자신이 위험해 처해 있을 때 뿔 나팔을 불면 샤를마뉴가 그것을 듣고 도우러 달려 올 것이라고 약속을 하였습니다. 적의 숫자가 많음을 알아본 롤랑의 가장 절친한 친구이자 12기사 중 한 명인 올리비에는 롤랑에게 뿔 나팔을 불 것을 권하지만, 롤랑은 자신이 아직 위험해 빠지지 않았고 더더욱 그의 아버지까지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없다며 권유를 거부하였으나 결국은 수세에 몰리자 뿔 나팔을 불었습니다. 얼마나 세게 불었는지 롤랑의 코와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으며 관자놀이는 터져버렸고, 세 번째 불었을 때 는 뿔 나팔이 산산조각나버렸습니다.



싸움이 거의 종결로 흐르고 있을 때 올리비에는 싸움 도중에 눈을 다쳐서 소리를 의지하여 검을 휘둘렀습니다. 얼마나 처절했으면 같은 팔라딘들을 공격할 정도였습니다. 모든 팔라딘과 프랑크 군이 다 쓰러지고, 홀로 남겨진 롤랑은 근처 연못으로 말을 몰아갔습니다. 그의 말인 브리글리아도르는 연못에 도착하자 힘이 다해 쓰러져버렸습니다. 이때 이슬람군이 자신을 표적으로 끊임없이 몰려오고 있었습니다. 이에 롤랑은 자신의 검인 뒤랑달 만큼은 넘겨주지 않기 위해 옆에 있는 바위를 세게 내려쳐 부러뜨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짓을 3번을 해도 뒤랑달은 흠집 하나도 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바위가 동강 나고 주변의 지면이 갈라져 버렸습니다.



롤랑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죽을 때까지 적을 베어나갔습니다. 이후 롤랑의 나팔 소리를 듣고 달려온 샤를마뉴가 도착했을 때는 10명의 팔라딘과 후위 부대는 이미 전멸해 있었습니다. 분노한 샤를마뉴는 적들을 철저히 도륙했습니다. 배신자 간롱 또한 처참하게 처형당하고 맙니다.



그러나 그의 팔라딘들과 롤랑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야 했습니다. 롤랑에게는 알데라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히스파냐 원정 전 롤랑과 약혼한 사이였는데, 전쟁이 끝나고 샤를마뉴로부터 롤랑의 죽음을 전해 듣자 바로 그 자리에서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고 전해집니다.



_ 롤랑의 노래 (나무위키)



사명의 수호성인



멀린은 공교롭게도 [스팀시티]가 시작되기 1년 전, 그곳을 지나갔습니다. 롤랑의 혈전이 벌어지던 그 계곡,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피레네산맥을 넘어가면 나타나는 론세스바예스의 계곡. 그리고 그곳에서 백마를 보았습니다.


생장드피에르포트를 떠나 오리손 산장에서의 버스킹을 마치고, 일행은 피레네산맥을 넘어갑니다. 안개와 구름이 가득한 피레네산맥은 구불구불 거친 도로가 끝없이 산맥을 타고 이어집니다. 그러다 마침내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을 넘어 론세스바예스에 이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한 하늘을 보여줍니다. 구름은 스페인 국경을 넘지 못하고 계속 피어났다 물러났다를 반복하였습니다.

“앗! 백마다.”

“어디! 어디~”

론세스바예스를 떠나 본격적인 카미노(산티아고 순례길)에 접어들 무렵, 뒷좌석에 앉아있던 잭이 외칩니다. 백마를 보았다는 것입니다. 여기저기 소들이 풀을 뜯고 양들이 풀어져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유럽의 목축 환경에서도, 백마를 보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백마 맞아? 정말 백마야?” 한스가 묻습니다.

“네 맞아요. 정말 백마였어요.” 잭은 확신하며 대답합니다.

“유니콘 일지도 몰라..”

“유니콘 이라구요??”

멀린은 백마가 유니콘일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수 유니콘, 환상의 동물.. 스페인의 끝없이 펼쳐진 이국적 풍경이라면 유니콘이 나타나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카미노의 수호성인 ‘聖 야고보’(산티아고는 ‘聖 야고보’의 스페인식 발음)는 스페인인들에게 백마를 타고 나타나 적을 무찌르는 용맹한 기사로 묘사됩니다.

스페인은 720년부터 800여 년간, 이슬람 무어인들의 지배를 받습니다. 이때 북부로 쫓겨난 스페인 사람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세력을 결집하고 국가를 재건해 갔습니다. 그러다 11세기에 접어들며, 내부 분열로 세력이 약화되기 시작한 이슬람 지배 세력에 대해, 레콩키스타(재정복)라는 국토회복 전쟁을 벌이게 됩니다. 1492년, 마침내 이슬람 세력을 완전히 몰아낸 스페인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 식민지 확대 등으로 말미암아 전 유럽의 강자로 떠오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산티아고’(사도 야고보)는 그들의 아이콘이자 수호성인으로 전 국민들에게 추앙을 받게 된 것입니다. 어쩌면 잭이 본 백마는 이들을 환영하기 위해 산티아고가 보낸 환영의 사절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쟌다르크가 프랑스를 떠나는 일행을 배웅하기 위해 보낸 환송의 사절일지도 모릅니다. 일루미나티에 대항하여 제2의 레콩키스타를 수행할 전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말이죠. 어쨌든 일행은 백마의 배웅과 환영을 받으며 스페인의 순례길에 올랐습니다.

_ M.멀린 <박살 난 유리창은 암스테르담에 버려져 있다>


"그때 보았던 백마는 롤랑의 말 브리글리아도르였는지도 모르겠어요. 카미노의 수호성인인 백마 탄 기사 '야고보'의 원형이 롤랑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어쨌든 신념으로, 자신을 죽음에까지 희생한 롤랑의 정신이, 인생의 순례를 걷고 있는 순례자들의 발걸음을 지키고 보호해 주고 있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피레네산맥을 넘어오던 그 길에 어찌나 안개가 잔뜩 끼었던지 매우 긴장하며 차를 몰았었는데, 론세스바예스에 진입하자 그 안개가 거짓말처럼 걷히고 화창한 하늘이 펼쳐지던 광경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절로 시 한 구절을 읊었지요."


마음의 구름은 피레네산맥에 걸려 넘지 못하고
환하게 걷힌 네 마음은 너만 생각하여라.

_ M.멀린 [박살 난 유리창은 암스테르담에 버려져 있다]



마음의 구름이 가득 끼었을 겁니다. 죽음을 앞둔 롤랑과 기사들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그들을 사지로 보낸 채 죽음에 이르게 한 샤를마뉴의 마음 역시 그러했을 겁니다. 반복되는 전쟁과 끝이 보이지 않는 원정에 샤를마뉴의 마음도 많이 지쳐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만 자신의 사명을 멈추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헛될 뿐


모든 복수가 끝나자 샤를 대제의 분노는 어느덧 옅어지고 말았다. 그에게 대적하던 이교도들은 그에게 모두 무릎 꿇고 세례를 받았지만, 대제는 날이 갈수록 침울해졌다.

큰 방에 놓인 옥좌에 앉아 잠들어 있던 대제의 꿈에 하느님이 보낸 성 천사 가브리엘이 나타났다.

"샤를, 네게 급히 주어진 임무가 있다. 신실한 하느님의 종 비비앙의 영지가 야만스런 이교도들에게 포위되었다. 고통받는 기독교인들이 네 이름을 간절히 부르는 중이다."

잠에서 깬 샤를 대제는 주름 가득한 얼굴을 찌푸렸다.

"나는 싸움으로만 인생을 지새우는가?"

대제는 자신의 새하얀 수염을 매만지며 탄식했다. 그의 두 눈에 물기가 고였다.

_ 롤랑의 노래, 마지막 챕터



욕망으로 전쟁을 거듭하는 이들은 지치지 않습니다. 욕망은 끝이 없고, 정복하고 정복할수록 갈증은 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들은 새로 정복할 세상을 만들어서라도 전쟁에 나설 만큼 에너지가 넘칩니다. 그러나 신념과 사명감으로 전쟁에 나서는 장수는 갈수록 지쳐갑니다. 신념과 사명감이란 것이 승리를 거듭할수록 고갈되는 것이어서 그렇습니다. 연전연패, 막강한 장벽에 좌절을 거듭하고 있다면, 오히려 신념과 사명감은 증폭됩니다. 욕망으로 접근한 이들이야 나가떨어지더라도, 막아서는 힘에 굴복하지 않고 그들은 지치지 않는 도전을 이어나갑니다. 그러나 승리한 세상, 신념과 사명감이 증명된 세상에서 그들은 목표를 상실합니다. 온 세상이 천국이 되면 악마와 싸우던 전사들이 갈 곳을 잃는 겁니다. 그리고 극단은 서로 통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선으로 악과 싸우며, 신념과 사명감에 불타던 이들이 그 전쟁의 종국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거울 속 자신의 선입니다. 세상이 음과 양으로 이루어진 반쪽짜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이쪽에서 바라보아 악이었을 뿐. 저쪽과 대비하여 선이었을 뿐. 그리고 인생이 허망하여지는 것입니다.



많은 희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잃었습니다. 사랑하는 부하를 잃은 대제의 마음은 한없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연인에게 부하의 죽음을 알리는 대제의 마음은 또다시 내려앉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연인마저 충격으로 세상을 떠났으니…



대제는 아들 같은 부하에게 나팔을 불라고, 반드시 네게 돌아올 테니, 위기에 처하거든 나팔을 불라고 신신당부를 하였습니다. 그는 롤랑의 진짜 아버지가 아니었지만, 롤랑은 그의 혈육 같은 부하였습니다. 그러나 두려움에 휩싸인 또 다른 가짜 아버지는 그를 적에게 팔아넘겼고, 그는 그런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나팔을 불지 않고 버텼습니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가 아니었습니다. 두려운 자는 아버지가 아닙니다.



그리고 결국 롤랑은 나팔을 불었습니다. 아버지를 불렀습니다.



얼마나 세게 불었는지 코와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으며 관자놀이는 터져버렸고, 세 번째 불었을 때는 뿔 나팔이 산산조각나버렸습니다. 그는 아버지를, 자신의 영웅을, 그렇게 온 몸을 다해 불렀습니다.



아버지는 응답합니다. 아들의 구원요청을 거절하는 아버지는 없습니다. 아버지는 말을 타고 달려옵니다. 모든 병력을 이끌고 온 힘을 다해 달려옵니다. 그러나 아들은 처절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고, 신념과 사명감을 온 몸으로 지켜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정된 죽음은 그를 지나쳐 가지 않았습니다. 그의 말 브리글리아도르도 쓰러지고 그도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다만 무엇으로도 부러트릴 수 없던 그의 검, 훗날 엑스칼리버의 원형이 된 그의 검 뒤랑달만이, 아직도 그의 주인을 기다리며 전장의 어느 절벽에 박혀 있을 뿐입니다.



같은 일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제에게 다시 내려온 전투 명령에 그는 탄식을 내뱉습니다.


"나는 싸움으로만 인생을 지새우는가.."



눈물짓는 그 마음은 아버지의 마음일 겁니다. 자식 같았던 팔라딘의 기사들을 잃고 얻은 승리가 그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그러나 가혹한 운명은 그의 사명감을 또 한 번 자극합니다.


"야만스러운 이교도들에게 포위되어 고통받는 이들이 너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그러나 대제의 마음은 가난해져 버렸습니다. 그에게 사명감은 상실의 다른 말이 되었습니다. 신념은 슬픔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쏟아져 나오는 탄식은 대제의 인생을 모두 무위로 만들어 버리고 있습니다. 그간의 전쟁과 그간의 승리가 모두 한낱 일장춘몽에 불과한 헛된 짓처럼 여겨지는 것입니다. 인생무상 앞에서 대제가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헛되고 헛되다. 헛되고 또 헛되도다.' 일 뿐입니다.


"그때에 우리는 갈 곳을 잃게 됩니다. 신념과 사명감이 바닥 난 이에게 세상은, 삶은, 그저 헛되고 피곤할 뿐입니다. '모든 만물이 피곤하다는 것을 사람이 말로 다 말할 수는 없나니' 희생도 헛되고 탐욕도 헛되며, 승리도 헛되고 칭송도 헛될 뿐입니다. 그런 감정이 몰아칠 때 우리는 그를 놓아주어야 합니다. 먼지로 돌아가든, 근원으로 돌아가든, 그에게 괴롭지 않은 하루를 살고 사랑하는 아내, 자식과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놓아주어야 합니다. 그를 또다시 신념과 사명감으로 붙들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매우 잔혹한 일입니다."



그리하여 멀린은 풍총수를 놓아주기로 합니다. 그는 [스팀시티] 총수로서의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고, 샤를 대제의 말로 그것을 거부하였습니다. 그의 남은 인생을 싸움으로만 지새우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그의 사랑하는 연인에게 돌아갈 자격이 있습니다.


근데 이 전쟁이라는 게, 빠바밤 웅장한 음악을 들으며 링에서 멋지게 싸우는 것과는 원래 거리가 멀다. 매번 스트레스에, 결정되지 않은 일에 초조해하고, 고심 끝에 악수를 두고 이 과정 속에 감정적 자극으로 심신이 나가리가 난다. 호쾌한 전격전 따위는 없고, 무더위 속에 행군, 삽질, 행군, 삽질 반복. 이러다 총 한 번 못 쏴보고 콜레라나 걸려 설사하다 죽을 기세. 생각을 그만두고 잠이나 자고 싶은데, 나이는 속절없이 먹고 있어서 초조하기 그지없다.

_「롤랑의 노래」 마지막 파트를 읽고 눈물 짓다 - 인생이 전쟁이로구나 / 풍총수



"무릇 시온에서 슬퍼하는 자에게 화관을 주어 그 재를 대신하며, 희락의 기름으로 그 슬픔을 대신하며, 찬송의 옷으로 그 근심을 대신하시고, 그들로 의의 나무 곧 여호와의 심으신바, 그 영광을 나타낼 자라 일컬음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구약성서 이사야 61장 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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