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춘자] 피터, 이번 생에는 반드시

in #stimcity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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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에 관하여



'한 겁'이 43억 년이라고 하는데, 옷깃을 스치는 인연에는 500 겁이 필요하고, 하루 간의 동행에도 2천 겁의 인연이 필요하다는군요. 이웃으로 만나려면 5천 겁의 인연이 필요하다니, 도대체 우리는 서로를 피해 갈 수가 있겠습니까?



인연은 소중하고 또한 아름답지만, 지긋지긋하고 벗어나고 싶기도 합니다. 저토록 오랜 시간의 인연이란, 어느 생을 거치더라도 우리는 결국 매번 만나게 된다는 걸 말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 생은 다음 생으로 가기 위한 인연의 연속극입니다. 이 생에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 생에 또 만나고, 그 다음 생에도, 그 다음다음 생에도.. 몇 겁의 생이 반복되도록 만나고 마주치고 또 얽혀 들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인생을 잘 사는 방법 중 하나는, 인연들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일 겁니다. 베풀어야 할 인연, 정리해야 할 인연, 바로 잡아야 할 인연, 보답해야 할 인연, 심지어 복수해야 할 인연까지.. 어차피 만나고 또 만나게 될 텐데,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는 것이 이번 생의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부자가 되는 것보다 더!



[스팀시티]를 시작하며, 새로운 인연들, 그러나 몇 겁의 인연이었을 누군가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벌써 수많은 생에서 만났을 텐데, 이번 생에는 [스팀시티]라는 이름으로 만나게 된 것이죠. 왜 하필 이때에, 이런 모습으로 만나게 되었을까요? 이유는 모르지만, 지난 생에도 만났고, 다음 생에도 또 만날 테니, 풀어야 할 것은 풀고, 맺어야 할 것은 다시 맺어야 합니다. 기왕이면 아름답게 말이죠. 그러나 그것이 불가하다면 중단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감당할 수 없는 인연은, 붙들고 있어 봐야 불필요한 카르마만 더하게 될 테니까요. 그런 인연과는 멱살 잡고 아귀다툼을 할게 아니라, '이번 생은 여기까지'하는 게 현명합니다. 맺고 끊고 중단하면서 우리는 이번 생을 또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번 생에 [스팀시티]로 만났으니 갈 데까지 가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음 생에, 하다 만 [스팀시티]를 홀로 다시 시작하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아, 이것은 우리들 생에 몇 번째 [스팀시티]일까요?



인연의 이름, [스팀시티]



피터를 처음 만난 건 길상사에서였습니다. [스팀시티] '오월애' 밋업에 참석하기 위해, 성북동 길상사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습니다. 그는 동굴에서 나왔다고 했습니다. 이런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처음이라고. 그는 동굴에 칩거하며 성인들과 대화했다고 했습니다. 이런저런 병을 거치며 몸을 이해하려고, 성인들과 몸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고 했습니다.



성인들과의 만남은 세월을 잊게 합니다. 그 옛날 성서 속 피터도, 성인들을 만나고서는 너무 좋은 나머지, 초막 셋을 짓고 여기서 살면 안 되냐고 주님께 간청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의 피터도 동굴이 좋았나 봅니다. 그렇게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지내는 그를, 만나야 할 인연들에게로 인도한 것은 어머니의 스마트폰이었습니다. 반도체 회사를 때려치우고 어머니의 동굴로 찾아든 피터,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지내는 아들 피터에게, 어머니는 자신이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남겨 놓고 떠나셨습니다.



'이제 그만 나아가렴. 너의 인연들이 기다리고 있단다.'



피터는 어머니가 남겨 놓은 스마트폰의 불빛을 따라 동굴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인연들에게로 나아왔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의 인연들이라고 해봐야, 글자 속 성인들의 인연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만질 수도, 얼굴을 볼 수도 없는 온라인 속 인연들과는, 기껏 해야 댓글과 보팅을 나눌 뿐입니다. 그러나 극락이 아닌 이승의 인연이란 그런 것이 아닐 겁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옷깃을 스쳐야 인연인 것입니다.



그래서 [스팀시티]는 피터를 현실 세계로 불러내었습니다. 온라인의 인연들과 옷깃이라도 스치자고 개최한 '오월애'. 그는 용기를 내어 동굴을 박차고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인연들을 찾아왔습니다.



동굴 속 현자도 복잡한 현실 세계로 나오면 두렵기 마련입니다. 코라도 베어 가면 어쩌나 걱정이 되는 것이 당연할 겁니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니까요. 그런 그를 배려하듯 어머니는 길상사로 그를 인도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관음성모상으로 분하여 아들 피터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아들의 '박차고 나옴'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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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에는 반드시



동굴을 박차고 나온 그는 내친김에 온 세상을 돌아다니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간 못 돌아다닌 한을 풀려고, 배낭 하나를 메고 유럽의 수도원을 헤매고 돌아다녔습니다. 동굴에서 나와 처음 찾아간 곳이 동굴 속 성인들의 보금자리였으니, 피터는 자신이 떠나 온 자리를 확인해 보고 싶었나 봅니다. 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작별인사를 고하고 싶었나 봅니다.



[스팀시티]는 그런 그를 격려하려고 유럽 땅으로 마중을 나갔습니다. 그리고 [스팀시티] '글쓰기 유랑단'에 합류한 피터와 함께, 근 일주일간의 여정을 함께 했습니다. 수천 겁의 인연을 쌓게 된 것이죠. 큰 일 났습니다. 다음 생에도 또 만나게 생겼군요. 하하하. 그러니 [스팀시티]는 피터를 가만 놔 둘 수가 없습니다. 지난 생에도 만났을 테고, 다음 생에도 또 만날 테니, 이번 생에는 한걸음을 더 나아가야 합니다. 이번 생에는 반드시 그의 기록을 세상에 내어놓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피터의 친구 춘자는 이 인연을 소중히 여겨, 그의 동굴 속 기록을 세상에 내놓겠다 선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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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와 '글쓰기 유랑단'은 유럽의 한 수도원에서 조우했습니다. 그곳에는 피터의 어머니가 마중을 나와 계셨습니다. 힐데가르트 성녀의 모습으로.. 우리는 그곳에서 어머니의 포도주로 건배를 나누고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는 피터의 친구 춘자에게 열쇠를 건네주었고, 춘자는 건네받은 열쇠로 피터의 영성을 세상에 열어 보이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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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힐데가르트 성인의 만다라와 피터의 성령칠은 주역 궤상해석이
춘자에 의해 부적카드로 재탄생했습니다.



피터와의 인연은 신기하게도 수도원 화장품으로 연결되었습니다. 피터가 소개해 준 수도원 화장품을 받아 들고 춘자는 보부상을 시작했습니다. 로마의 한 백화점에서 캐리어가 제 발로 굴러와, '수도원 화장품을 담아가지고 가야 한단 말이야.' 속삭였습니다. 덕분에 춘자는 여행경비를 벌게 되었고, '보부'라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보부는 춘자와의 인연을 받아들여 호주로 나아갔고 피터의 화장품을 완판 시켰습니다. 아, 몇 개 남았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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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춘자 동생 보부



그래서 감히 마법사는 대박을 예언합니다. 몇 생을 거쳤을지 모를 우리의 인연을, 이번 생에는 축배로 장식하고 싶습니다. 동굴을 박차고 나온 피터의 에너지가 세상에 마구 쏟아져 나와,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기를 바랍니다. 그의 약손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비록 춘자의 첫 출판 도전은 실패했으나, <위즈덤 러너>의 지혜에 관한 첫번째 기록, '글쓰기 유랑단'의 첫번째 글쓰기가, 스팀잇 동굴을 박차고 나와 반드시 물리적 실체로 세상에 현현하기를 기원합니다. 너에게도 찾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즈덤 러너>, 그대와의 인연도 우리를 가만 놓아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합시다! 이번 생에는 반드시!!

[스팀시티] 하다 말 것 같습니까?
보십시오. 이 질긴 인연을..
다음 생에 또 만나기 싫으면

합시다! 이번 생에는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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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축배를 듭시다!





*야매 영성가의 도발적인 유럽 수도원 기행, <배낭영성> 텀블벅 펀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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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신부님께 간곡히 청원드렸으니 목표가금방 달성할 것입니다. 나중에 저두 책내면 밀어주셔야 합니다. ^^ 아빠는 요리사~

오호~ 감사합니다! 책 내실 때 알려 주셔요~~ 지구 끝까지 밀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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