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35. [스팀시티]를 둘러싼 음모, 그래봐야 찻잔 속 태풍 (1)

in #stimcity10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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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스트릿>의 예산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그것은 라과장의 몫인가? 라총수의 몫인가? 그것을 감당하는 날.. 라라님은 드디어 추대되어진 총수의 자리를 획득할 것이고.. 자신이 원하는 밑그림을 마음대로 그려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라총수님.. 조총수님.. 즐거웠습니다.
소통은 일단 여기까지입니다.
우리가 약속한 금액이 있습니다.
그것이 확보되거든..
다시 소통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everything'이라면 말이죠.

그러나 'nothing'이라면..
그래서 그럴 수 없다면..
이번 생은 여기까지입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결과는 포스팅으로 알려 주세요.

_ [스팀시티 어쩌면 라스트] 라과장이 라총수 되는 날



마법사의 글쓰기



모두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은 마법사의 포스팅. 문제는 무엇이었을까요? 마법사의 소통 방식이었을까요? 아니면 <미니스트릿>의 예산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는 표현이었을까요? 이때까지, '<미니스트릿>의 예산이 모두 빚으로 남았다'는 틀린 표현이 아닙니다. 라총수의 친구 '이오'의 수백만원의 돈은 이때까지 '빌린' 상태이지, [스팀시티]의 라총수에게 '투자'된 돈이 아니었으니까요.


"라총수는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의 책임을 모두 감당하려고 했고, 그 바탕에서 자신의 권한 역시 100% 행사했어요. 권한의 일부는 함께 조인한 스탭들에게 분산했으나, 핵심적인 부분에 관해서는, 마법사나 F의 권유와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그림을 관철시켰죠. 문제가 될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모든 권한과 모든 책임을 지는 아름다운 행사를 치러낸 것이죠. 오히려 그 과정이 자랑스러워 마법사와 조총수는, 채무로 남은 라총수의 재정적 부담을 분담하려고 했어요. (물론 인건비 역시 라총수는 모두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행사 비용은 모두 결제가 끝난 상황이었고 스탭 인건비만 남아있었죠. 우리는 스팀잇 커뮤니티로서의 상징성을 담아, 스팀달러로 결제를 하기로 했어요. 마법사와 조총수의 분담금으로 회의 자리에서 바로 거래소에서 스팀구매를 하려고 하는데, 오류가 계속 뜨면서 구매가 안 되는 거예요. 그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아무런 공지도 없이 오류가 며칠 동안 계속되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오류가 풀리길 기다리면서 <미니스트릿> 후기 포스팅 작성을 시작했는데.."



마법사는 왜 그런 포스팅이 나왔는지 설명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먼저 마법사의 글쓰기 방식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법사는 직관적 글쓰기를 오랫동안 훈련해 왔습니다. 그건 일종의 받아쓰기입니다. 어차피 마법사의 생각이고, 마법사의 의식과 무의식에서 나온 내용들이겠지만, 마법사는 생각하고, 고민하고, 고르고, 다듬으며 글을 쓰지 않습니다. 그는 그저 자판 위에 손을 올려놓을 뿐입니다.


"보통 첫 문장이 떠올라요. 오늘은 이런 글을 써야지 하고 쓰는 경우는 없어요. 의도된 글은 거의 쓰지 않아요. 어느 날 문장이 떠오르고, 그게 계속 따라다녀서 매우 귀찮아지는 시점에, 자판 위로 손을 가져가 그 문장을 기록하고 나면, 그 뒤로 고구마 줄기따라 나오듯 계속 글이 쏟아져 나와요. 그건 머리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손이 글을 쓰는 거죠. 그게 가장 적확한 표현일 거예요. 손이 쓰는 받아쓰기. 마법사의 모든 글이 그래요. 특별히 행정적인 기록을 남길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글과 포스팅이 그런 '자동기술'의 방식으로 기록되죠. 그래서 나는 이걸 글이나 문학이라기보다, 기록이라고 표현하고 직관적 글쓰기라고 정의하죠.

그날의 글쓰기 역시 그랬어요. 나는 당연히 성황리에 끝난 아름다운 행사의 후기를 쓰게 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러나 손이 받아 쓴 첫 문장은 '예산은 요?'였죠. 그리고 이후의 기록은 상상치도 못한 치명적인(?) 내용들이었어요.

왜 그런 글을 일부러 쓰겠어요. 잘 끝난 행사의 여세를 몰아서 붐업을 시켜가야 하는 타이밍이었는데, 게다가 다음에는 부산에서 만나자고 공언까지 해 놓은 상황이었는데 말이죠. 그럴 이유가 없죠. 이렇게 위기와 혼란으로 스스로를 몰아넣을 이유가 전혀 없죠. 미치지 않고서야.."



그러나 마법사는 직관을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건 마법사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고, 그렇게 되면 마법사의 직관으로부터 시작된 [스팀시티] 역시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게 될 테니까요.


"생각지 못한 글이 나오고, 작성이 끝난 뒤에도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봤어요. 이걸 올려야 하나? 이게 도대체 어떤 혼란을 일으킬까? 주저되는 마음이 컸죠. 진정이 안 돼서 일단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들어왔는데, 그래도 선뜻 업로드 버튼에 손이 가지 않더군요. 도대체 그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이 가지 않으니까요. 결국, 동전을 던져 보기로 했어요. 그렇게라도 다시 직관을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나 역시 직관은 Go!"


행사가 끝이 났으니 정산을 해야 한다. 역시 분담해 보려고 이렇게 저렇게 방법을 마련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팍스 스달, 스팀 입출금이 오류가 났다. 여직 안 되고 있다. 직관은 말하고 있다. '니가 총수니?'

라라님 미안합니다. 이번에도 분담은 안 된다네요.

이제 [미니 스트릿]의 예산은 고스란히 총수의 몫이 되었다. 이 이야기는 포스팅을 통해 라라님에게 전하는 바이다. 이것을 해내야 한다. 노트북을 팔아서라도.. 고래를 쫓아가 무릎을 꿇고서라도.. '제발 돈 좀 주세요..' 할 수 있어야 한다. 총수는 그런 자리이다. 그리고 그런 총수에게 [스팀시티]는 역중앙화의 결정권을 모두 몰아 줄 것이다.

책임지는 총수는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어설픈 호스트 역할을 하느라 뻘쭘하게 행사장을 배회하지 않아도 되고,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방식을 그저 사람들의 이목과 예산 때문에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된다. 총수가 원하는 그것 그대로 그림을 그려가면 된다.

_ [스팀시티 어쩌면 라스트] 라과장이 라총수 되는 날



차단과 연금



업로드 버튼과 동시에 마법사는 [스팀시티]와 차단되었습니다. 총수들은 물론 모든 관계자들과의 연락은 금지되었고, 해명과 설명 등 직접적인 어떠한 상호작용도 차단된 채 동쪽 나라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직관은 분담을 허가하지 않았어요. 네 그렇습니다. 마법사는 총수가 아니죠. 마법사와 조총수 모두 자신의 권한과 책임 밖에 있는 <미니스트릿> 예산을 분담할 자격이 없는 거예요. '너가 총수냐?'는 직관의 질문에 대답할 말이 없었어요. 아직 역할과 자리매김이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마법사의 섣부른 분담은 미묘한 흐름을 만들어 내게 돼요. 라총수가 책임자로서 총수의 자리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교묘하게 무너뜨리게 되죠. 언젠가는 '그러면 그때 왜 재정을 분담한 거죠?' 하는 상황이 올 테고, 그때에는 명확하지 않은 책임소재에 휘말려 커뮤니티가 균열되기 시작할 거예요. 그런 예는 허다하죠. 좋은 게 좋은 거다, 호의와 동정으로 시작되어 결과물을 놓고 아귀다툼을 벌이게 되는 일 말이죠. 그러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정확해야 해요. 계산 말이죠. 100% 권한에 따르는 100%의 재정책임. 아니나 다를까, 후에 보니 저 포스팅 작성이 끝나고 나자마자 거래소의 오류가 해결되었더군요. 일부러 차단되어 있었던 거예요. 그러나 직관은 단호했어요. 아예 마법사의 스팀잇 접근 자체를 차단시켰어요. 그 후로 두 달 동안, 마법사는 직관이 지시한 포스팅을 올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포스팅도, 어떤 댓글도 달 수도 없었을 뿐더러, 아예 읽지도 못하도록 완전히 차단 당했어요. 스스로를 변명하거나, 이해시킬 아무런 기회도 갖지 못했죠."



그런 포스팅을 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입니다. 그건 마법사의 입장에서 더 어이없고 오해를 살게 뻔한 일입니다. 재정 분담이 싫어 먹튀하는 마법사로 비칠 수 있을 테니 말이죠. 그러나 직관은 매우 단호하게 마법사를 커뮤니티로부터 분리시켰습니다. 모든 접촉을 금지한 채 아예 동쪽 나라로 쫓아버렸습니다. 마법사는 두 달여 뒤 연금에서 해제되기까지, 댓글은커녕 다른 이의 포스팅을 읽을 수도 없었습니다. 다만 포스팅을 올리기 위한 접속만이 허락되었고, 그 와중에도 다른 포스팅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총수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F는 어떻게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는지, 위즈덤 러너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스팀시티]를 견제하던 이들은 어떤 행위를 했는지..


"모든 것을 차단당한 채로 동쪽 나라에 구속되어 있었어요. [스팀시티] 사태를 놓고 벌어진 마법사들의 마스터 회의 법정에 증인으로 불려 나가 추궁을 당해야 했죠. 그 기간 동안 스팀잇은, 포스팅을 올리기 위해 잠시 잠깐 접속할 수 있고, 타 포스팅의 제목 정도를 볼 수 있었을 뿐이에요. 나중에 구속이 끝나 연금이 해제되고 나서야, 다들 어떻게 반응했는지 알 수 있게 되었죠. 그런데 그게 참.."



Everything이 아니라면 이번 생은 여기까지라며, 분담하려던 재정도 취소한 채로 행적을 감춰버린, 마법사의 폭탄 같은 포스팅에 대한 반응은 여러 갈래로 흩어졌습니다. 모두 이해할 수 없다는 공통적인 느낌을 가지고 다양한 평가와 선택, 행동이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궁금했던 것은 당연히 총수들의 반응이 아니었겠어요? 직접적인 당사자들이니까요. 그런데 그들은 오히려 의연했어요. 포스팅 제목처럼 유쾌하고 호기롭게 대응하고 있었어요. 어차피 행사 이후, 이미 [스팀시티]의 여름방학을 선언한 뒤라, 방학을 잘 마치고 돌아올 거라고, 별일 아니라고 사람들을 다독이고 있었어요. [스팀시티]를 지지하던 사람들도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사람들 모여서 일하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있기 마련이니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이었어요. 그런데 정작 난리가 난 쪽은 [스팀시티]를 견제하던 이들이였어요. 그들은 행사에 와보지도 않고서는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라총수가 모든 재정을 감당해야 하는 거냐며, 사기를 당한 거라고 강하게 라총수를 흔들었어요. 아니.. 대관료가 얼만지는 어떻게 알았죠? <미니스트릿> 예산에 대해서는 한 번도 공식적으로 공개한 적이 없는데, 대관료는 얼마고, 예산을 라총수가 일방적으로 다 부담하는 게 말이 되냐고 왜 묻죠?"



음모는 소문



사람들은 팩트가 아닌 음모에 스스로 걸려들었습니다. 수면 아래 어둠의 공간에서는 사실이 아닌 소문이 인기를 얻고 공신력을 갖습니다. 그들은 소문에 근거하여 상대를 중상모략하고 헐뜯습니다. 수면 아래의 어둠의 공간에서 [스팀시티]는, 경계의 대상이며 방어의 대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스팀시티]의 헛점을 노리고 있었고, 꼬투리 하나라도 잡히면 잔뜩 물어뜯을 태세를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침 조총수가 '토론'이 아닌 '논쟁'이란 표현을 썼다가, 꼬투리 하나를 붙들린 상태였습니다. 이제 뭔가 더 확실한 꼬투리 하나면 찬물을 잔뜩 끼얹을 수도, 아예 전복 시켜 버릴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찰나에, 마법사가 먹튀하고 내빼는 듯한 포스팅을 남겼으니, 이거야말로 천우신조요. 물 만난 물고기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도 이해가 잘 가지 않아요. 대관료가 얼만지 어떻게 알았지? 그게 왜 궁금하지? 심지어 행사장에 와보지도 않구선 어떻게 실패한 행사라고 단정을 짓지? 게다가 더 이해가 가지 않는 건, 같이 행사를 준비한 스탭들 중에서도 그 비난의 대열에 가세한 이들이 있었단 말이죠. 아니, 웃으면서 같이 일 잘해놓구선,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면 되고, 걱정스러운 게 있으면 건의를 하면 될 텐데. 왜 이런 반응을 보이지? 이걸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죠? 견제하던 이들이야 잘나가는 듯한 [스팀시티]가 꼴 보기 싫어서 그랬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함께 행사 잘 치르고 웃는 얼굴로 헤어져놓구선, [스팀시티]와 마법사를 사기꾼으로 매도하는 행렬에 가담해서 적극적으로 비난해대는 모습이, 참.. 이해가 안 되고, 안타깝더군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법사의 문제의 포스팅이 올라가고 몇 시간 뒤, F의 폭탄선언이 연이어 터져 나왔습니다. '여러분, 저는 스팀시티 프로젝트에서 빠지기로 하였습니다'라는..


"카메라 뒤에서 칼을 들고 상대를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그림을 내세우며, 공격적으로 쓰여진 F의 포스팅에 모두들 기겁을 했죠. 견제하던 이들은 얼마나 좋았겠어요. 내부자가 확인사살을 해주었으니 신이 나서 동조하고 가세할 만한 문제적 포스팅이었죠. 불난 집에 불을 확 끼얹는 일이 된 거죠. 그런데 그 포스팅, 마법사는 두 달 뒤에나 읽을 수 있었지만, 참 안타까워요.. 조금만 더 차분히 생각했더라면 그렇게 반응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말이죠. 보세요. 분명 시간상 마법사의 포스팅을 읽고 작성한 포스팅이었을 텐데. 마법사가 뭐라고 했나요? 빚은 고스란히 라총수의 몫으로 남았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파운더라는 사람이 자기도 빠지겠다며 포스팅을 하면 외부에서 보기에는 재정책임을 분담하기 싫어서 도망가는 모양으로밖에 더 비치겠어요. 프레임에 씌워졌다고 구구절절 이유를 대도, 지금 타오른 문제의 핵심은 결국 돈 문제잖아요. 혼자 독박을 쓰게 된 라총수에 대한 동정 여론과, 분담하지 않고 내뺀 마법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막 타오르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나도 빠질 테다 하면, 그걸 누가 곱게만 받아들여 주겠어요. 자기도 분담하기 싫어서 도망치는 모습밖에 더 되냐구요. 답답하긴.. 타이밍도 참..

이 부분은 F와의 이전 대화에서 마법사가 크게 화를 내며 지적한 부분이었어요. 행사가 이랬어야 한다, 저랬어야 한다, 따지고 들며 실패했다고 지적하는 F에게, 그렇게 하고 싶은 게 많았으면 본인이 총수를 하지 그랬냐? 그런 지적을 하고 싶으면 그 전에 먼저, 예산은 어떻게 되고 있냐? 부족한 것은 없냐? 분담을 해도 되냐? 묻는 게 우선이 아니겠냐고 말이죠. 예산 문제, 돈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하지 않으면서, 자기가 마련한 돈 가지고 자기 스타일대로 행사를 진행한 사람에게 잘잘못, 실패를 따지는 게 얼마나 비겁한 행동이에요. 게다가 타이밍은 어쩜 그렇게 못 맞추는지, 다들 마법사가 먹튀하는 거 아니냐며 날카로운 상황에, 자신도 빠지겠다고 하면 누가 지지해 주겠어요. 어쭈 저 사람도 파운더라며, 돈 문제가 불거지니까 꽁무니를 내빼는구나 생각하는 게 당연하죠. 뭐 그렇게 해서라도 [스팀시티]를 망쳐버리고 싶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럴 거면 본인 명분은 확보해 가면서 해야지. 참 나.. "


총수 추대의 과정에서 누군가 물었다.

"총수라는 사람이 뭔가 특권이 있다거나 하지는 않고, 말 그대로 함께 하는 위치인 것이죠? 간단하게, 비전을 함께 제시하고, 플래닝을 함께 하고, 매니징을 함께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보면 될까요?"

함께? 풉, 뭐가 함께 인가? 돈은 누가 대는 데? 독박..이라고 쓰고 함께..라고 읽는 게, 이제까지의 관습 아닌가? 누가 예산을 마련하는가? 돈 얘기하면 고개 숙이고 딴청만 피우다, 무언가 결정권을 행사하려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분권과 평등, 민주를 외쳐대는 허위에 신물이 났다. 그러다 빵꾸 난 예산을 들이밀면, 쏜살같이 사라지는 인간들에게 저주의 불화살을 쏘아대는 게 마법사의 역할이다.

_ [스팀시티 어쩌면 라스트] 라과장이 라총수 되는 날



아니나 다를까, F는 뒤늦게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그 후로 자취를 감추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러나 팩트에 기반한 마법사의 직관적 포스팅은 의구심을 증폭시켰을지언정, 견제하던 이들이 소원했던 것처럼 [스팀시티]를 전복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음모는 소문에 기반하고 있어요. 그러니 그것은 그저 음모론으로 끝나야 합니다. 음모론에 기반해서 현실적 행동을 취하게 되면 취약해지고 말아요. 팩트가 드러나는 순간 모든 기반이 무너져 내리게 되거든요. '빚은 고스란히 총수의 몫이 되었다'의 팩트는 모든 비용의 정산은 끝이 났고, 모든 예산을 감당한 총수는 자신의 그림대로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입니다. 비용은 처음부터 총수들과 마법사가 분담하기로 했고, 마법사는 비겁하게 부담을 지고 싶지 않아서 꽁무니를 빼버렸다가 팩트가 아니에요. 그건 소문이죠. 도대체 그 소문이란 건 얼마나 불확실한가요? 그러면서 대관료가 얼마인지는 어떻게 알았죠. 행사장에 전화해서 물어봤나? 그리고 그게 진짜로 어떻게 된 건지 궁금했다면 마법사와 총수들에게 크로스체킹을 했어야 하죠. 그러나 누구도 물어본 이가 없어요. 그리고 그것을 밝혀야 할 이유도 없죠. 이것은 [steem city]가 아닌 [stim city]의 내부적인 일이니까요. 행사 비용을 모금한 것도 아니고, 얼마가 드는지,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오픈한 게 없는데, [stim city] 총수단의 합의와 결정에 따라, 라총수가 응당 자신의 스타일을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책임도 모두 감당하기로 되어 있었던 일인데, 뭐가 문제죠?

덕분에 누가 어떤 마음으로 [스팀시티]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어떤 태도로 [스팀시티]에 참여하고 있었는지 확연히 알 수 있게 되었죠. 이것은 부수적인 효과예요. 그걸 예상하고 덫을 놓을 만큼 마법사가 정치적이거나 모략적이지 못해요. 그저 직관을 따랐을 뿐인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를 커밍아웃하게 되었어요. 지지자로, 비판자로, 음해자로.."



라총수는 <미니스트릿>이후 쏟아진 어떤 제안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미 모든 권한과 모든 책임을 지는 [스팀시티]의 총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태도에 대해 사람들은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요즘 세상에 누가 그렇게 하냐고, 권한은 최대로, 책임은 최소로, 이것이 현명한 처세가 아니냐며 살아온 이들일수록, 이건 다 거짓말이라고,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런 이들은 한사코 라총수가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고, [스팀시티]는 건재하다고 증언을 해도, 그럴 리가 없다며, 혹시 감금된 게 아니냐, 어서 빠져나와라, 그러다 큰일 난다, 순진하게 마법사의 꼬임에 넘어가서 인생 망치게 생겼다며, 메일로, 전화로, 메시지로 집요한 설득을 해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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