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22. 큐레이션의 시대를 상상해 온 개발자 :)
총수 지원자
본격적인 총수추대 미팅이 시작되었습니다. 추대 후보로 선정된 분은 총 4명입니다. 총수추대 후보를 선정하는 기준은 간단했습니다.
하고 싶은 사람이
댓글로
기한 내에 신청한다.
"누가 '저요!' 하고 번쩍 손 들겠어요. 한국 사람들 멍석 깔아주기 전에야 좀처럼 마음의 갈등을 넘어서지 못하고, 옆에서 들썩들썩 해줘야 '그럼 어디 한 번' 못 이기는 척 자리를 털고 나서는 거죠. 그래서 포스팅에 달리는 댓글마다 "총수! 총수 지원하시는 겁니까?"라고 열심히 부추겼죠. 뭐 대부분은 손사래를 치거나 응원한다며 슬쩍 뒤로 물러났지만, 딱 4명이 그걸 거부하지 않고 받았어요. 아, 그러고 보니 4분 모두 일언지하에 지원! , 지원!! 이라고 의사를 명확히 하셨죠. 역시 대통령도 총수도, 하고 싶은 사람이 하는 겁니다. 지원 기간이 끝나고 총수 지원자 4명을 차례차례 만났습니다."
누구를 만났는가, 아마도 [스팀시티]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것은 운명적일 테고 또한 선택적일 것입니다. 마법사와 총수의 만남. 그리고 새롭게 일어나는 화학작용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모두 훌륭한 분들이었어요. 솔직히 기준을 정하고서는, 당황스러운 만남이 생겨나면 어쩌나 염려를 하기도 했는데, 모두가 총수로서의 자질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분들이었습니다. 이제까지의 경험과 경력이나, 블록체인/암호화폐에 대한 이해도, 그리고 커뮤니티에서의 신뢰와 인지도 모두 부족함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실험입니다. 사람들은 도박이고 사기라 말하는데, 미래를 보고 이 실험에 동참하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해요. 그럼에도 리스크를 지나치게 많이 지게 되는 일이면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 볼 수가 없죠. 적어도 추대의 시점에서 자신의 생업에 지장을 주는 시도가 되면 서로 부담스럽고, 자유로운 실험이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단 본업이 있으신 분, 그리고 본업이 [스팀시티]와 바로 연동될 수 없는 분들은, 일단 다음 스텝으로 기회를 넘기기로 정했어요.
그러고 나니 이미 직장에 다니고 계신 2분을 제외하고, 남은 총수 후보는 2명으로 압축되었습니다."
큐레이션의 시대를 상상해 온 개발자 :)
후에 [스팀시티] 온라인 플랫폼의 총수가 된 조총수는 마법사의 포스팅에 댓글을 달아 먼저 연락을 취했습니다.
'멀린님, 안녕하세요. 저희 팀과 가볍게 미팅을 한번 해보시면 어떨까요? 저희는 스팀잇 전용 앱브라우저를 만들고 있는 팀인데요, 5월 중 첫 버전을 런칭할 예정입니다. 멀린님께서 진행하시고자 하는 스팀방송국에 대한 기술적 준비는 이미 저희 팀이 완료해놓은 듯해 보입니다. 아마 직접 보시면 상당히 흥미로우실 겁니다. :) 시간 내주실 수 있을까요?'
"조총수는 북잼이라는 전자책 관련 스타트업의 대표였어요. 이미 10여 년의 사업 경험이 있고, 실리콘 밸리에서 투자를 받았을 정도로 유망한 기업이더군요. BXP라는 자체 전자책 포맷을 개발해서 앱스토어 전체 1등을 한 적도 있는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였어요. 조총수의 첫인상은 매우 스마트한 전형적인 테크 스타트업의 대표의 모습 그대로였어요. :) 이모티콘의 현실 버전이라고 생각할 만큼 유쾌하고 긍정적인 사람이더군요.
조총수는 만나자마자 자신의 회사에서 개발한 기술을 설명하는데 쉽지는 않더라구요. 아무래도 기술적인 부분은 마법사의 영역이 아닌지라, 정확히 잘은 모르겠지만, 스팀잇에 특화된 콘텐츠 전용 앱브라우저를 개발 중이라고 했어요. 곧 출시 예정이라고, 스팀방송국의 콘텐츠 브라우저로 사용하기 좋을 거라더군요. 그게 뭔지는 잘 몰라도, 암튼 요즘 몸값이 천정부지라는 개발자, 아니 개발자들이 모인 회사가 [스팀시티]에 조인하는 것은 매우 큰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겠어요. 당근 환영이었죠."
북잼은 에버노트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전자책 기술을 인정받고 있는 회사였습니다. 여러 유수의 출판사들과 합작하여 다양한 전자책 상품을 출시하였고 그중에는 큰 호응을 이끌어낸 베스트셀러들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스팀시티]로서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수확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는데, 계속 큐레이션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거예요. 회사를 시작한 10여 년 전부터, 언젠가 큐레이션의 세상이 올 거라 예상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해 왔다더군요. 큐레이션이라는 말이 흔한 말은 아니잖아요. 큐레이션이라고 하면 미술관 큐레이터나 연상하곤 했는데, 스팀잇에서는 큐레이션이 매우 중요한 단어이죠. 보상을 나누기 위한 기준 같은 거니까. 개인주의가 확대되고 개인의 취향이 각광을 받을 수록, 넘쳐나는 창작품 중에 취향에 따라 좋은 콘텐츠를 선별해 주는 큐레이션은, 그 자체로 부가가치를 발생시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능이 되어 가고 있어요. 그게 수익으로 바로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준 곳이 스팀잇이구요. 창작물에 대한 평가가 바로 직결될 수 있는 부분이죠.
조총수는 이 부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열정적으로 어필했어요. 이 스팀잇의 큐레이션 기능과 결함한 [스팀방송국], [스팀시티]의 역할까지요. 스팀잇이 기반 시스템만 제공하고 부가기능들을 써드파티 디앱들을 통해 구현하는 걸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 [스팀방송국], [스팀시티]도 자체 앱이나 브라우저를 가져가야 할 텐데, 그러한 기술적인 영역을 해결할 수 있는 튼실한 기업이 [스팀시티]에 조인한다는 것은 엄청난 힘이 되는 일이죠. 하지만 또한 기업이 조인한다는 것은 약점이 되기도 해요."
진입장벽
스팀잇의 정서상, 기업이 조인한다는 것은 부정적인 메시지를 주기도 합니다. 개인으로 모인 커뮤니티로 시작하고 있는데,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매체나 기성기업이 진입하게 되면, 커뮤니티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게 되지 않을까 염려들을 해왔기 때문이죠. 물론 자금력을 가진 기업의 진출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스팀잇의 가능성이 그만큼 증명되고 확대되는 일일 테니까요. 또한 시세의 성장과 안정성 모두 일정 수준 이상 담보되는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까지 진입을 시도한 기업들은 모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실패했습니다. 1차적으로는 기업에 대한 기존 스티미언들의 비토 정서가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지만, 진입을 시도한 기업들의 블록체인/암호화폐 커뮤니티에 대한 몰이해가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러니까 일반 비즈니스 하듯 해서는 이 블록체인/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환영받기가 어려워요. 일단 무턱대고 밀고 들어와서 엉덩이 들이밀고 '이리 오너라~'해봐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단 말이죠. 이곳은 커뮤니티로부터 시작된 영역이라 천천히 진입하고, 개인으로 시작하여 인사도 나누고, 친분도 쌓고 하면서, 관계를 맺기 시작해야 진입이 가능한 곳이에요. 독특하죠. 현실 세계에서야 건물 임대해서 자리 쫙 펼치고, 할인, 1+1 이벤트 막 날려가며 사람들을 끌어모으면 매출이 막 올라가고 자리를 잡겠지만, 이 암호화폐의 커뮤니티에서는 접붙임 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거든요. 커뮤니티로부터 연결되어 인정을 받고, 커뮤니티와 동기화하면서 성장해 가야 해요. 그게 근대 일반기업의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에요. 매출이 계속 나와 주어야 하고 수익을 빠르게 상승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시세에 따라 오락가락 예측하기가 어렵고, 커뮤니티 내부에서 의사소통하는 방식도 커뮤니티의 일원이 아닌 소비자로서 대하면 상호작용을 일으키기가 어렵죠."
진입을 시도하던 기성기업들이 제일 먼저 부딪히는 장벽은 커뮤니티의 문법입니다. 일방적으로 말과 글, 제품과 서비스를 쏟아내 봐야 좀처럼 커뮤니티가 반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먼저 인사하고, 통성명하고, 댓글도 달고, 보팅도 하면서, 얼굴 익히는 시간을 가진 뒤에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정서와 지향을 파악하며 서비스를 펼쳐 가야 하는데, 성질 급한 기업들은 다짜고짜 밀고 들어와 전단지 뿌리듯 포스팅을 남발하거나, 고압적인 자세로 가르치듯 포스팅하며 보팅해줄 테니 내 꺼 써 하니, 반발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스팀잇 서비스 자체를 위해 시작한 몇몇의 디앱 스타트업을 제외하고는, 외부의 기업이 스팀잇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은 사례가 거의 없어요. 빠르게 요동친 시세 때문에라도 기업이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회수할 수 없기도 했고, 충분히 공부가 되지 않은 상태로 성급하게 뛰어들었다 실패사례만 남기기도 했죠. 그건 그런데 스팀잇 커뮤니티 자체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니에요. 외부 유입 없이 커뮤니티가 성장할 수 없고, 결제 시스템인 스팀잇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외부 기업들과의 협력이 확대되어야 하거든요. 그러나 스팀잇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전업투자자 고래들의 텃세도 쉽지 않고, 개별 창작자들의 기성기업에 대한 반감도 어려운 일이었어요. 할 수만 있다면, 그 간극을 [스팀시티]가 메울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었죠. 그건 정서의 차이이거나 블록체인/암호화폐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오는 것들이니까, 중간에서 플랫폼을 잘 만들면 현실 세계와 암호화폐 커뮤니티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볼 수 있겠다, 생각 했죠."
그것은 지금도 역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이 어떻게 현실 세계와 조우 할 것인가 하는 문제 말이죠. 이렇게 일부 투자자들과 얼리어답터들의 울타리에 갇혀 있지 않고, 외부 비즈니스 세계와 연결하고 진입하여 생태계를 확대하고 빨아들이는 작업은, 곧 어디선가, 누군가가 해내고야 말 예정된 미래입니다. 온라인 인터넷 세상이 결국 오프라인 현실 세계의 비즈니스를 모두 빨아들였듯이, 이 블록체인/암호화폐의 생태계도 연결되고 흡수하는 과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을 누가 먼저, 어떻게 잘하느냐의 과제가 남아있는 것이죠. 눈앞에 작은 이익만을 생각하는 개인으로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합니다. 굳이 생각할 문제가 아니기도 하구요. 그러나 산업의 측면, 인류의 새로운 경제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지점입니다. 그러나 스팀잇은 그 부분에서 시행착오와 실패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게토화 되어버린 스팀잇 커뮤니티가 어떻게 쪼그라들었는지는, 남아있는 현 시점의 스티미언 모두 목격하고 있는 바이니까요. [스팀시티]가 좀 더 역할을 했더라면, 지금 우리는 다른 스팀잇 세상을 만나게 되었을까요? 500억 펀드를 말하던 그때에 [스팀시티]는 이미 그런 가능성을 품고 있었습니다.
"시도는 계속되었어요. 이날 마법사와 조총수와의 만남은 2년 뒤, 2조 단위의 M&A까지 확대되었으니까요."
안녕하세요, 멀린님.
저희는 모이또(Moitto)라는 이름의 스팀잇 전용 앱브라우저를 개발하고 있는 팀입니다.
제가 대표로 있는 북잼은 블루홀의 장병규 대표를 비롯하여 본엔젤스,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기술중심의 스타트업입니다. 그간 저희는 전자책 관련한 원천기술을 개발해왔으며, 현재는 전자책 원천기술을 더 발전시켜 앱을 설치하지 않고 바로 실행하는 브라우징 기술을 개발 완료했습니다. 이 기술과 암호화폐를 결합시키면 암호화폐 기반의 탈중앙화된 앱스토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의 사업화를 위해 콘텐츠 사업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암호화폐인 스팀 전용 앱 브라우저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5월 중 런칭할 예정이며, 이 브라우저에서는 웹툰이나 팟캐스트, 유튜브 비디오 등을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앱이 설치없이 실행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앱을 만들어서 지인들끼리만 사용하는 것도 가능한 브라우저입니다. 이 설치없는 앱스토어 개념이 멀린님께서 말씀하신 스팀방송국의 기반 기술로 활용되기 안성맞춤이라고 봅니다.
또한 앞으로 SMT를 발행하여 스팀 전용 앱 브라우저에서 사용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저희가 발행할 토큰은 문화상품권을 대체하는 암호화폐라는 비전을 갖고 있으며, 이미 이 토큰으로 종이책을 구매할 수 있도록 사업 파트너십을 만들어놓은 상태이고, 거래 가능한 문화상품을 계속 확대시킬 계획입니다. (이 토큰 부분은 저희가 공표할 때까지 당분간 비밀로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간 내주시면 저희 기술과 비전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회신 기다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
_ 조총수의 첫번째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