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15. 이상한 남자

in #stimcity11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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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는 어떤 사람인가



각성한 마법사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단순 관전자로, 논쟁의 촉발자로 가볍게 미션에 임할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일반적인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삶에 마법사가 개입하게 되는 상황 말이죠. 그런 적이 있습니까? 누가 살면서 마법사를 만나본 적이 있나요? 그건 매우 이상한 상황입니다. 비현실적이고 컬트적이기까지 합니다. 무언가 상징이 아니겠냐고, 메타포가 아니겠냐고 가볍게 생각하고 넘기면 큰일이 납니다. 마법사는 누군가의 삶에 약속한 기회를 제시하고 그것을 성취하도록 돕지만, 안이하게 대응하거나 번복하면 기회는 저주로 전환되고 마니까요. 저주로 전환된 기회는 하나의 생에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생과 생을 따라다니며 굴레를 조여 갑니다. 마법사를 만나지 말았어야 합니다. 아니, 이 글도 읽지 마셔야 합니다. 어서 덮으세요. 굳이 파우스트의 선택을 자신에게 도발할 필요가 없습니다.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그것은..


멀린은 어떤 사람인가?

누군가 왜 멀린님은 [스팀시티] 총수로 전면에 나서지 않고 다른 사람을 총수로 세우려고 하냐는 질문을 하더군요. 누군가는 재정적인 부담을 껴안기 싫어서가 아닌가라는 의문을 던졌고 또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서라고 힐난했습니다.

사실 그것은 일반적으로 ‘합리적’인 사람들이 쉽게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일지도 모릅니다. 일단 멀린님의 정체성과 구상의 허황됨을 문제 삼는 사람들조차도, 최초 스팀잇 입주 시부터 멀린님이 구사해온 문장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사람을 바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뒤에서 교묘하게 상왕 노릇을 하려는 것은 아닌가, 부담은 껴안고 싶어 하지 않는 노회하고 교활한 중년의 남성은 아닐까, 쉽사리 그런 의문을 가지는 것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닙니다.

사실 멀린님 같은 분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제가 예전에 스스로를 사기꾼이라고 믿는 사람보다, 자신은 주님의 일을 한다, 국가를 위한 헌신을 한다라고 믿는 사람들이 훨씬 위험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문장은 멀린님을 타깃으로 쓴 것은 아닙니다만 본 [스팀시티]를 기준으로 한다면 분명 멀린님에게 적용될 수 있는 글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그 사람이 아직 어린 중2병 환자도 아니고, 노회한 어른이라면 말이죠.

_ 스팀방송국 풍총수


마법사 : 그 부분을 제가 감당하고 싶은데 그럼 저한테 미안해지겠죠?

F : 해당 포스팅에 함께하면서 그 흐름을 같이 했던 저에게도 책임이 있으니 공식적으로 같이 해야지요. 저는 조금 신중하게 생각하고 시간을 두고 결정하는 편이라서.... 그때 저도 그냥 그 템포에 따라가 버렸네요.

마법사 : ㅎㅎ 이런 일이 계속될텐데 제가 하는 주요한 일이라.. 많이 당황스러울 거에요. 저를 욕하고 저주할지도 몰라요

F : 그런가요. 그 부분들이 당황스럽고 걱정스러운데요? ㅎㅎㅎ

마법사 : 그러니까요. 그래서 초반에 저를 드러내고 있어요. F님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되죠. 선택의 국면입니다. 그래서 길게 포스팅을 해온 거고 저는 직관을 벗어날 수 없어요. 배신할지도 몰라요.

F : 배신이요?

마법사 : F님이 느끼기에 배신으로 느낄 수.. 위험한 마법사죠. 그런데 제가 추천하고 싶은 것은 마법사가 보는 직관을 한번 따라 보면 어떻겠느냐 하는 거예요. 파우스트처럼.. 그건 그냥 선택의 문제에요.

F : 네 그렇죠.



보안과 혼선


"저 대화 직전에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어제의 총수 지원 해프닝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F는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융통성을 발휘해서 총수 후보군에는 포함시켜 주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고 있었어요. 논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제안이며 매우 포용적인 의견이었어요. 일상적이라면 그것을 고려하는 것이 성숙한 태도였겠죠.

그런데 그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화상 전화가 계속 걸려 오는 거예요.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F와 채팅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거든요. 대화가 길어지고 제가 좀 완강한 태도를 보이자, F가 직접 전화를 건 줄 알고 받았는데, 웬 낯선 남자가 화상 전화에 나타난 거예요. 그게 좀.. 섬뜩하더라구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고 물어도 대답도 없이 빤하게 쳐다보기만 하는 거예요. 그래서 다급히 끊었는데 몇 번이고 계속 전화가 왔어요. 그래서 F에게 혹시 내게 전화를 걸고 있냐고 물었는데 아니라는 거에요. 우리는 서로의 전화번호를 모르고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전화를 할까요? 하길래 내 전화번호를 알려 주었는데, F는 전화를 하지 않고 SNS의 보이스채팅을 연결하더군요. 일단 지하철에서 내려서 전화를 받아보려고 했는데, 그것도 어떻게.. 연결이 계속되지 않았어요. 그 와중에도 그 이상한 남자의 화상 전화는 계속 오고, F의 보이스 채팅과 엇갈려서 받아보면, 그 이상한 남자가 섬뜩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어요. 그 사람 얼굴은 어제 본 F의 얼굴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 자꾸 보니까 내가 얼굴을 잘못 기억하고 있나 의문이 들더군요. 그 사람 이름은 박순열이에요. 화상채팅 화면에 표시된 이름 말에요. 그래서 F에게 이름이 박순열이냐고 물었어요."


마법사 : 엥, 혹 전화? 전화 하신 거에요?

F : 아니요? 번호 남겨주시면 제가 콜 하지요. 전화? 라고 하시길래 전화하라고 한 줄 알았는데요? 저는 전화 못 하죠. 연락처도 없는데~

마법사 : 010 **** **** 아, 제가 모르는 화상 전화가 와서, 전화하셔도 되고 톡으로 하셔도 돼요.

F : 네 잠시만요.. 지금 톡 전화 건 사람이 접니다.

마법사 : 얼굴이 다른 사람인데..

F : 저 얼굴 아닌데요? 병아리인가 그럴 텐데요?

마법사 : 박순열?

F : 아닌데욥

마법사 : 제가 걸게요

F : p***(닉네임)일 텐데요. 안들리셍? 안 들리세요? 전 들리는데요? 잠시만요. 아무래도 제 휴대폰 보안 프로그램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보안 프로그램 비활성화하고요. (잠시 후) 당장 통화할 일 없으면 채팅으로 하시죠. 그동안 저는 보안 프로그램 비활성화 좀 할게요.

마법사 : 통화는 안 해도 괜찮아요.

F : 네 저도요.

마법사 : 지금도 또.. 뭔가 오류가 났네. 제 전화로 모르는 사람이 화상통화를 걸었어요.

F : 전화번호 변경하셔야 되는 것 아닌가요?

마법사 : 음.. 어쨌든 이번에는 좀.. 메시지가 세게 오는 것 같아요.

F : 혹시... 스토킹이라던가 도청, 감청인가요?

마법사 : 다른 사람에게는 그냥 해프닝인데, 마법사에게는 싸인이죠.

F : ?

마법사 : F 님에게는 낯설겠지만..



보안의 경고, 직관의 경고



마법사에게는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직관이 마법사에게 경고하는 방식 말이죠. 그것은 주로 전자기기를 통해 일어납니다. 어떤 때는 이유도 없이 멀쩡한 노트북이 망가지더니 하기로 했던 일이 취소된다던가, 휴대폰을 바꾸었다가 주소록이 업데이트되면서 만나지 못했던 사람을 만나게 된다던가.. 아, 그런 적도 있었지요. 산 지 얼마 안된 멀쩡한 휴대폰을 두고, 새로 나온 신제품을 또 사라는 직관을 따랐다가 경품으로 자동차를 타게 된 일..



직관은 마법사에게 경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각성한 마법사에게 상황을 정리하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었습니다. 마법사는 상황을 새롭게 인식해야 합니다. 통상이나 일반적 범주가 아닌, 직관과 마법의 범주 속으로 사람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메시지 말이죠. 이제 사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이벤트 참여자가 아닌, 마법의 제안을 받아든 운명의 순간으로 진입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위험하고 두려운 일입니다. 예정되었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거부하면 이번 생에는 다시 없을 운명적 선택의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날의 직관은 무엇을 말하고 있었던 걸까요? 이제 와 생각해보면 해프닝 너머 F의 반응이 그 답을 말해주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마법사에게 전화번호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마법사와 통화하려면 자신의 보안 프로그램을 해제해야 했지요. 보안, 그것은 F에게 매우 중요한 정체성이에요. 그는 보안에 매우 철저한 사람이었거든요. 그는 누구에게도 자신의 신상을 밝히려 들지 않았어요. 마법사뿐만 아니라 [스팀시티]의 관계자 누구도 그의 이름, 나이, 사는 곳, 연락처, 학력과 경력은 물론이고 개인에 관한 어떠한 정보도 알고 있지 못합니다. 지금까지도 말이죠. 그는 그것을 노출하는 것에 극단적으로 예민했어요. 어차피 알게 될만한 사항들도 끝까지 부인하고 확정해 주지 않았어요. 그뿐만 아니라 마법사와 관계자들에게 주의해야 한다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계속 경고했어요. 처음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경험이 많다고 하더니, 뭔가 힘든 일을 많이 겪었나 보다 생각했는데, 그게 좀 과도하더군요."



그는 박순열이었을까요? 마법사가 만난 그는 진짜 F가 맞을까요? 아님 박순열이 보낸 대리인이었을까요? F는 박순열이라는 가상인격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요? 그의 보안 프로그램은 무엇을 보호하고 있었을까요? 박순열일까요? 계정인간 F일까요? 아니면 우리는 모르는 두번째, 세번째, 열번째, 백번째 인격들일까요? 감추는 자는 두려운 자입니다. 투명한 거래 과정, 심지어 만인에게 오픈된 지갑을 자랑스러워하는 블록체인은 커뮤니티 없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커뮤니티는 익명성의 암호 장벽 너머에 존재합니다. 누군지 모를 계정인간, 수많은 가상인격 봇들과 커뮤니티를 이루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선택의 국면


"철두철미한 보안 의식, F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문장이죠. 그러나 그것은 안정된 세계에서만 보호될 뿐, 모험의 세계, 불확실의 세계에서는 보장받을 수 없는 거예요. 그의 세계는 그의 보안 프로그램 속에 감추어져 있어요. 그러면 우리는 그의 바운더리와 경계의 주변에서만 그와 상호작용할 수 있죠. 그것으로는, 벌거벗고 날것으로 새로운 역동을 일으켜 내는 마법의 작용을 감당해 낼 수 없어요. 다치게 됩니다. 좋지 못한 결과를 내게 됩니다. 그러면 그는 왜 마법사를 만나게 되었을까요?"



F는 마법사에게, 자신은 수시로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보안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한다고 자랑했습니다. 그의 보안 의식은 매우 철두철미해 보였고, 그는 그것을 대놓고 자랑할 만큼 자신 있어 했습니다. 그러나 직관은 내부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보안은 외부의 공격을 방어할지는 몰라도, 내부의 변이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구원은 외부로부터, 타인으로부터 오는 것이니까요.


"그는 외로워 보였어요. 왜 안 그렇겠어요. 철두철미한 보안의 방호벽 속에 자신을 가두어 놓았는데, 어느 누가 그의 성안으로 발을 들일 수 있겠어요. 그러나 직관을 확인한 마법사는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없어요. 그것은 마법사의 의무이고 선택은 그의 권리이니까요. 그러나 마법사의 손을 잡으려면 그는 먼저 보안 프로그램을 해제해야 해요. 그의 보안 프로그램에 모험과 도전, 위험과 위기는 차단되어 있을 테니까요. 게다가 이상하고 괴상한 마법사의 마법은 더더욱.."


아무래도 채팅보다는 메일이 신중하게 생각하시기 좋을 것 같아 메일로 제 생각과 입장을 전달하겠습니다.

일단 우리가 처음 정한 것은 함께 포스팅을 올리고 마감시한까지 지켜보자였으니 미션은 1차적으로 완수된 것 같습니다. 그 뒤에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서는 지금 다시 정리하면 될 것 같아요. 마침 그럴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일반적인 리더들과는 다릅니다. 그래서 마법사라는 캐릭터에 대해 계속 포스팅을 해 오고 있습니다. F님에게 매우 낯설게 느껴지리라 생각합니다.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그래요. 그래서 당황하시더라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저에 대해서 잘 어필하지 않아요. 살면서 마법사 만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설명하고 이해했다고 해서 마법사의 직관을 따라올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것은 그냥 선택일 뿐이죠. 저를 이해시키면서 무언가를 해나가기에는 너무 난해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무엇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저와 운명적으로 함께 하게 되는 사람에게 일단 일정 기간 동안 저에게 헌신을 요구해요. 이해되지 않아도 따라오려거든 따라오는 거죠. 그런 게 아니면 대화와 합의로는 일을 해 나갈 수가 없어요. 기적을 어떻게 말로 설명하겠어요. 설명되어지는 것은 계획일 뿐이죠.

역시 제가 누군가를 도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그저 직관을 제시할 뿐이고 선택은 본인의 몫이에요. 저는 직관이 멈출 때까지는 어떠한 이유로도 상대를 떠나지 않아요. 보통 기한이 정해지기도 하고, 직관으로 떠나야 할 때를 알게 되기도 해요.

총수가 선정되고 제가 그와 함께하게 된다면 역시 그럴 거예요. 그가 이 커뮤니티 전체에서 욕을 먹어도, 저도 매우 그가 싫어도, 직관이 가라고 하면 저 혼자라도 남아서 그와 함께 갈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F님이 이걸 계속 감당하며 함께 해 가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이 선택의 순간이지요.

자.. 이제 제 입장에서 제안을 드릴게요.

  1. 남은 1차 미팅의 일정을 제가 단독으로 진행하되,
  2. 외부에는 F님이 지방거주 중이시고, 본업이 있으셔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참여가 어려우므로 남은 1차 미팅의 일정은 마법사가 진행하기로 협의하였습니다.라고 고지

이것입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우리가 이런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 매우 다행이라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를 계속하게 될 거예요. 그러나 혹.. 아주 혹시라도 운명 같은 게 느껴지시거든 남은 기간 저의 다른 글들도 좀 보시고, 여러모로 생각해 보셔서.. 선택을 하셔도 좋습니다.

만일, 마법사와의 동행을 선택하시게 되면 저는 매우 가혹하고 강력한 헌신을 요구하게 될 거예요. 잘 생각해 보시고 답변을 주셔요. 내일 오전이 지나면 답변과 상관없이 일단 포스팅은 발행할 예정입니다.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그 전에 답신을 주셔요.

저는 F님과의 지금까지 시간이 좋았습니다.



F의 답변은 짧았습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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