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14. 마법사의 각성

in #stimcity11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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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와의 만남



말은 해 버렸고 주워 담을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박제되는 블록체인에 기록했으니 이미 역사가 된 것 입니다. 마법사가 기대했던 스팀잇의 리더십 모델에 관한 논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무관심하거나 지지하거나 지켜보거나.. 대중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지만 시작한 이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지원자가 없었으면 해프닝으로 끝났을 텐데, 안타깝게도(?) 지원자가 있었습니다. 총수를 지원한 사람이 정말 있었습니다.


"결국 마법사 혼자 떠들어 버린 게 되었어요. 반발이나 이견을 예상하고 강하게 톤을 높였는데, 반발은커녕 지지와 지원이 생겨나서 빠져나갈 수도 없게 되었죠. 가볍게 시작한 일이 무거워지게 생긴 거에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한편으로는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으니, 기왕 이렇게 된 거 갈 데까지 가보자 할 수밖에 없죠. '장난이었어요. 미안~' 이럴 수는 없잖아요. 지원자가 있으니 일단 추대 절차를 진행해야겠죠. 향후 절차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가 없었으니, 총수추대위원으로서 F와 일단 한 번 만나야 했어요. 다행히 지원 기간이 끝난 주말에 F가 서울로 올라올 일정이 있다고 해서, 일정 논의를 위한 미팅을 가지기로 했어요. 아, F는 지방거주자였거든요."



F는 자신의 신상에 대해 아무것도 마법사에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끝날 때까지.. 만남의 초기였으니, 그리고 익명의 온라인 공간이니 마법사도 개의치 않고 있었지만, 지방거주자라고 하면서, 어느 도시에 사는지 물어도 밝히기를 꺼려 하는 것이 좀 이상하긴 했습니다. 뭐 아직까지는 마법사도 자신의 신상을 밝힌 게 아니라 서로 마찬가지라 생각했지만요.


"막상 F를 만나고 보니.. 음 좀 당황스러웠어요. 상상했던 이미지와 달랐거든요. 글로 볼 때는 마법사보다 연배가 높거나 아님 비슷할 줄 알았는데. 아, 뭐 글로 보는 이미지와 실제는 차이가 날 수 있죠. 마법사가 여성인 줄 알았다는 사람도 있었으니까요. 하하 마법사는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이 처음이라 그런 부분은 좀 생소했어요. 그런데 F의 첫인상은 뭐랄까.. 성실해 보이는 오타쿠? 그런 느낌이었어요. 연배도 마법사보다 어리고.. 내심 살짝 실망하긴 했죠. 마법사는 F가 돈도 좀 있고 경험도 많은 시니어가 아닐까 기대했거든요. 뭐 스팀방송국에 자본금을 막 투자할 수는 없어도, 여유가 좀 있어서 활동 지원도 좀 해주고, 경험도 많아서 관계적인 부분도 부드럽게 보호해 주고, 그런 역할을 감당해주면 좋겠다. 혼자만의 상상을 하고 있었거든요. 후후 사실 공격적으로 포스팅을 하고 나니, 그걸 앞으로 어케 감당할까 싶기도 했고, 지쳐 떠돌다 흘러들어와 숨 좀 돌리고 있었는데, 어쩌다 갑자기 시작된 일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일이 많이 커져 버렸습니다.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으니 사이다 공장을 차릴 수 있다 말하는 것과 진짜로 사이다 공장을 차리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니까요. 말을 내뱉었으니 막히는 지점까지는 나아가야 합니다. 그건 번복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그래도 F와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이 점차 놓이기 시작했어요. F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경험이 아주 많더라구요. 오래되기도 했고. 이미 이러 저러한 많은 일을 겪고 그 과정에서 상처도 많이 받았더라구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 쉽지 않은 일이구나.' 오프라인에서 유대 관계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 일하는 것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일은 정말 많이 다르구나 느끼게 되었죠. 그런데 그런 일이 그날 그 자리에서 바로 벌어졌어요. 아, 그러니까 이제 총수추대위원으로 향후 일정과 형식을 논의하는 첫 번째 자리인데, 누군가 자신이 총수 후보로 추천받았다며 미팅 자리에 나타난 거예요."



총수 후보라고?


일요일에는 총수 추대 위원회로서의 첫 오프라인 미팅을 가졌습니다. 전반적인 일정을 논의하고 향후 절차와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우연치 않게 총수 추대 관련 미팅을 하게 되었는데요. F님과의 사전 약속으로 동석하게 된 스티미언 분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본인은 이번에 총수 후보로 추천된 줄로 알고 미팅에 나오셨더라구요. 아마도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던 듯합니다.

저희는 어쨌든 오셨으니 그럼 미팅을 가져보자 하고, 동석하신 스티미언 분과 여러 의견을 나누고 상황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여러 가지로 준비되어 계셨고, 많은 인프라를 가지고 계셨으며, 관련해서 많은 활동을 스팀잇과 외부에서 하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저희는 총수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레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급작스럽게 시작된 미팅이 서로 살짝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어쨌든 주관자로서 맨땅에 헤딩해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매우 혹할만한 많은 인프라와 경력과 능력을 겸비하신 분이었습니다.

_ [스팀방송국 (9)] 본격적인 총수 추대 관련 미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 @mmerlin


"그게 어떻게 된 일인고 하니.. F가 미팅 일정을 잡으면서, 그 자리에 스티미언 한 명이 동석을 해도 괜찮겠냐고 물었어요. 팟캐스트를 하고 계신 분인데 스팀방송국 관련해서 의견 청취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해서, '네 좋아요' 했죠. 그런데 막상 자리에 나오신 분은 자신이 총수 후보로 추천된 줄로 알고 계신 거예요. 그래서 오늘 자리가 총수 지원자 미팅인 줄로 알고 나오셨다는 거예요. 아.. 그럴 리가요. 오늘 처음으로 총수 지원자 미팅의 형식과 향후 일정을 논의하는 자리인데, 더군다나 지원자에게 개별 연락하기로 하고, 아직 일정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총수 지원자 미팅이라니요. 그분도 당황하시고 우리도 당황하고,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스팀방송국의 총수를 찾습니다.' 공지가 나가고 마법사에게 가장 먼저 메일을 보냈던 스티미언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스팀잇에서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스팀방송국과 관련해서 스튜디오든 장비든 인력이든 여러 인프라를 연결해 줄 수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은 이미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총수를 할 수는 없지만, 바지사장이 필요하면 기꺼이 희생하겠다고 제안을 해왔습니다.


"바지사장이라.. 제안 자체는 혹할만한 제안이긴 했어요. 맨땅에 헤딩하는 상황에 그 정도의 인프라면.. 그러나 총수는 바지사장이 아니지요. 바지사장을 뽑으려고 총수를 찾고 있는 게 아니었어요. 주체성을 가지고 자신의 그림을 구현해 갈 전권을 가진 총수를 추대하려는 거였지, 마법사가 뒤에서 수렴청정하는 허수아비를 뽑으려는 게 아닌 거지요. 그런데 그 말을 듣고 나니, 아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어 바로 포스팅을 했죠. '총수는 바지가 아니다. 날개다.'"


바지사장을 구하는 거냐?

포스팅을 올리고 보니, 어쩌면 우리가 바지사장을 공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실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차라리 어떤 분들은 '그냥 니들이 하지 그러니..'하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욕심나는 이들은 저의를 수상쩍게 여길 수 있고, 어서 빨리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나는 부담스럽다..는 분들은 단물만 빨겠다는 심정으로, 응원이라는 비겁한(?) 핑계를 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전자는 아직은 거의 없겠지만.. 후일 방송국이 본궤도에 오르면, 아마 나타날 겁니다. (그래서 미리 밝혀두는 바입니다.)

현재로서는 대부분 후자일 테지만.. 그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총수가 아닙니다. 그러니 필요한 건 응원이 아니라 지.원.입니다. 응원이 필요한 건, 우리가 아니라 바로 그대입니다.

_ [스팀방송국 (3)] 총수는 바지가 아니다. 날개다. / @mmerlin



바지마법사, 바지방송국


"결국 노회한 마법사가 책임지기 싫어서 바지총수를 뽑은 거라는 말을 듣긴 들었으니 예상은 맞았네요. 노회한 마법사가 이미 그걸 예상하고 총수는 바지가 아니다 선언했죠. 총수가 바지가 아니려면 절차와 원칙에 충실해야겠죠. 편법과 꼼수로 부리면 누구든 알 겁니다. 총수는 바지라는 걸 말이에요.

그런데 그 메일을 보낸 스티미언은 소위 말하는 고래였어요. 이미 스팀잇에서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많이 하고 있었고, 투자에만 몰두하는 다른 고래들과 달리, 창작자들의 편에서 여러 지원을 하고 있는 평판이 좋은 고래였어요. 고래와의 대승적 연대를 모색하는 일이 이 스팀방송국의 중요한 다음 스텝이기도 했으니, 마다할 만한 제안이 아니었죠. 그러나 직관은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어요."


경고의 내용은 이것입니다. '시작하는 시점에, 원칙과 절차를 소홀히 하지 말아라.' 마법사로서 말이죠. 저는 마법사로서 명민하게 캐치했어야 합니다. 지금의 이 [스팀방송국]의 총수 추대의 과정이 매우 운명적으로, 마법적으로, 본질적으로, 원칙에 따라.. 진행되어야 가능하다는 점을 말이죠. 그래서 본질에 관해 계속 포스팅을 했고 그것은 박제되어버렸습니다. 이제 저는 빼도 박도 못 하게 되었습니다. 운명이 그것을 막아서기까지.. 저는 갈 수 있는 한 최대한 나아가야 합니다.

제가 간과하고 있었던 지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총수 추대의 절차와 원칙.

  1. 하고 싶은 사람이
  2. 댓글로
  3. 기한 내에 신청한다.

위의 3가지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그것에 예외는 있을 수 없습니다.

이것으로 원칙은 다시 확인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아쉽지만, 동석하신 스티미언 분과는, 총수 추대 관련 1차 미팅을 진행하면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절차와 원칙에 위배되는 일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분이 가지신 인프라와 경험, 능력에 혹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여러 절차를 무시하고, 어떤 식으로든 involve 하도록 길을 열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모든 부정과 비리가, 다 그런 식으로 시작합니다. 절차와 원칙을 무시하는 일.. 이중 신분 속으로 숨는 일..

혼란한 kr 커뮤니티의 절차와 원칙을 세워보자고 시작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언론사, 방송국이어야 한다고 저는 앞의 포스팅에서 말했습니다. 그러니 이 방송국의 총수가 추대되는 과정에서조차 절차와 원칙은 지켜져야 합니다. 그것에는 예외가 없어야 합니다. 그래야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 사회의 그 온갖 예외들에 얼마나 분노했던가요..

시작부터 불성실했던 마법사의 실수를 사과를 드립니다. 아까운 시간 내어 동석해 주셨던 스티미언 분께도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명확하게 일정과 절차를 공지하지 못했던 점 사과를 드립니다. 마법사가 정신이 나갔었나 봅니다. ㅜㅜ

_ [스팀방송국 (9)] 본격적인 총수 추대 관련 미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 @mmerlin


"아닙니다. 마법사는 정신이 나가지 않았어요. 향후 절차와 흐름상 이 포스팅을 하긴 했지만, 마법사는 고래 스티미언의 메일에서 직관을 이미 감지하고 있었어요. 바지사장이 아니라 바지마법사, 바지방송국으로 활용하려는 무의식 말이에요. 누구도 그런 생각을 대놓고 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나 사람은 성향과 스타일에 따라 자신의 행동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쳐지는지 잘 모르고 행동하는 경우가 있어요. 고래 스티미언은 스팀잇에서 나름 커뮤니티에 도움이 되는 많은 기여를 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그 프로젝트들이 그의 바지였는지도 몰라요. 물론, 이건 마법사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마법사의 입장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불안 요소였어요. 그래서 가타부타 답하지 않고 향후 일정에 따라 연락을 드리겠다고만 답했죠. 처음에는 미심쩍은 감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좀 더 분명해졌죠.

총수 후보인 줄 알고 나오셨던 분은 당황하며 바로 그 자리에서 고래 스티미언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마침 휴가 중이라 한국에 있지도 않은데, 어케어케 억지로 통화를 연결해서,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지더군요.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친구 사이였어요.

노회한 마법사랍니다. 이 정도 상황이면, 이게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인지 알 수 있죠. 당황한 총수 후보자(?)는 심지어 전화를 마법사에게 바꿔 주기까지 했어요. 마법사는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말하고 가볍게 통화하고 끊었어요. 상황은 파악했으니 분위기를 정리해야 했죠. 어차피 이렇게 된 일, 일단 총수 지원자 미팅을 해보자고 하고 몇 가지를 물었죠. 지금 하고 있는 팟캐스트 등등의 일을 필요하다면 정리하고 새롭게 스팀방송국으로 시작할 수 있냐고 물었고, 그분은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답하셨어요. 하고 있는 일의 연장선상에서 확장해 가고 싶다고 하셨죠.

네 알겠습니다 하고 자리를 정리했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는 일이죠. 절차와 형식을 무너뜨린 채로 시작하는 일의 결과 역시 뻔한 일일 테니까요."



마법사의 각성



이 사건은 마법사를 깨어나게 했습니다. 가벼운 해프닝으로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직관은 강하게 경고하며 마법사를 깨어나게 했습니다. 그것은 이 일의 시작되는 흐름에서 [마법사입니다. 그렇다구요]라고 선언하며, 마법사로서의 존재를 스팀잇에 드러내었던 그 시점으로부터입니다. 마법사는 스팀잇에서 더이상 자연인 M.멀린이 아닌 것입니다. 계정인간 @mmerlin이 아닌 것입니다. 그러니 어떠한 경우에도 바지마법사일 수는 없습니다. 마법사 멀린은 마법사가 된 이후로 누군가의 바지가 되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안락한 자리와 안정된 보상을 보장해 준다 해도, 마법사는 언제나 직관을 따라 절벽을 달렸고, 지칠 대로 지친 상황에서도 자존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것은 마법사의 본능이니까요. 게다가 인류의 역사를 변화시킬 스팀방송국의 총수자리에 바지을 추대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바지로 세워진 총수가 인류의 운명을 감당할 역량을 가졌을 리 없으니까요.


우리는 삶의 현장에서 많은 이중 신분을 갖습니다. 경찰이자 아버지, 경찰이자 어머니, 경찰이자 남편, 경찰이자 아내, 경찰이자 자식.. 그런 것은 매우 좋은 핑계가 됩니다. 불리할 때면 경찰이거나.. 또 반대로 불리할 때면 아버지의 핑계를 대며 숨습니다. 그래서 직장에서는 비겁하고, 가정에서는 비루해집니다. 여기서는 직장 핑계를 대며 비루해지고, 저기서는 가정 핑계를 대며 비겁해집니다.

그 이중 신분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내 맘대로 할 수 없다고 핑계대지만.. 그 이중 신분 덕택에, 나는 어느 쪽의 부담도 지지 않고 도망 다닐 수 있습니다. 그것은 너무 일상화되어.. 꿈에 대해 물을 자리를 남겨 두지 않습니다. 나는 그 이중 신분의 한쪽으로 피해 다닐 수 있으니까요. 꿈꾸기 시작하는 순간, 이중 신분이 박탈될까 두려운 것이죠.

꿈꾸는 이는 이중 신분을 갖지 않습니다. 오히려 꿈을 이루기 위하여 필요하다면 이중, 삼중의 직업을 갖습니다. 그러나 그의 신분은 오로지 하나입니다. '꿈꾸는 자', '도전하는 자'..

마법사 또한 많은 이중 신분 속에 놓였었습니다. 그것은 강요되었다고 느끼지만, 결국 모두 제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에서 빠져나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다 암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기 스팀잇에서 운명은 제게 오로지 마법사로서의 신분만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F님과의 첫 대면과, 동석하신 스티미언 분과의 첫 미팅에서 저는.. 이중 신분의 버릇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_ [스팀방송국 (9)] 본격적인 총수 추대 관련 미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 @mmerlin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어요. 운명은 얼마나 가혹한지.. 심심하던 차에 논쟁이나 해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미 기록되어 있는 역사였던 겁니다. 그걸 만만하게 보고 가볍게 시작했던 겁니다. 그러나 직관은 가차가 없습니다. 이미 선로에 들어섰으니 방심하다가는 폭주 기관차에 추격을 당하고 마는 것이죠. 글이 아니라 행동, 포스팅을 공언이 아닌 역사로 변화시켜야 했어요. 그 책임을 감당할 총수를 진짜로 찾아내야 했어요. 그게 마법사의 역할이고 운명이었음이 분명해졌으니까요. 그러고 나니 F에게도 가혹한 잣대를 제시할 수밖에 없었죠. 그도 이미 선로에 들어서 버렸으니까요. 이렇다 할 말도, 의견 표명도 없이, 마법사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던 그 말이 진실인지 증명해내야 했죠."



우리는 역사의 수레바퀴가 어떤 속도로 어떻게 진행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쉼을 허락하지 않고 예외를 놔두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와 -로, 음과 양, 인과응보로 계산되고 기록됩니다. 게다가 마법사는 신호등처럼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한밤중에도 파란불과 빨간불을 밝혀야 합니다. 방심하다가는 한 방에 훅 가는 겁니다. 그러다 마법사는 암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도망치다시피 피해 온 스팀잇에서도 직관은 마법사를 불러내었습니다. 경고를 주었습니다. 마법사는 각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방심하다가는 마법사를 바지 삼으려는 유혹과 겸손을 가장한 조종과 획책에 휘말려버리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그런 손길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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