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13. 겸손이 가진 경우의 수

in #stimcity11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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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보상이 나의 보상


"성서에 보면 포도원 품꾼의 비유라는 게 나와요. 포도원에서 아침부터 일한 품꾼이, 일이 끝나기 한 시간 전에 나와서 일한 품꾼에게도 주인이 같은 삯을 주자 항의를 하죠. 그러자 포도원 주인은 너랑 약속한 대로 너의 품삯을 줬는데 니가 뭔 상관이냐, 내 포도원에서 내 맘대로 하는 데 네가 따질 게 아니지 합니다. 이 비유가 이해가 됩니까? 마법사가 되기 이전에는 이걸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한마디로 주인장 맘대로, 이 말이잖아요. 그래서 이걸 이해해 볼라고 한동안 애를 썼었는데, 어느 날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만일 두 품꾼이 한 가족이었다면, 아침부터 일한 품꾼과 한 시간 전에 나와 일한 품꾼이 같은 경제 공동체였으면 저게 억울한 일이었을까?

아니죠. 저건 잘된 일이죠. 너의 보상이 우리의 보상이니까요. 그때 알게 되었어요. 커뮤니티의 힘 말이에요. 그냥 말뿐인 커뮤니티 말고, 경제 공동체 말이에요."



경제 공동체, 이익 공유 공동체. 그것이 커뮤니티의 실체입니다. 우리는 공동체와 커뮤니티를 여기저기 가져다 쓰지만, 실상 흔들고 흔들어 댄 후에 끝까지 남게 되는 공동체는 경제 공동체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인 가족 공동체조차 경제적인 문제로 깨어지고 경제적인 요인으로 결합하니까요.


"그래서 식구인 거 아니겠어요. 밥상 공동체, 생존의 운명이 함께 묶인 사이가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강력한 공동체, 커뮤니티인 거죠. 그런 공동체는 외부의 압력이 셀수록 단단히 결합합니다. 견뎌내고 뚫어내죠. 그러나 명분과 이상만으로 결합한 공동체는 돈 앞에 무력합니다. 금세 무너지고 사라지고 자취를 감추죠. 이 기록을 남기는 시점에도 역시 그래요. 열풍이 꺼진 이곳에 남은 건 투자자들뿐이에요. 자발적으로 남았든, 본의 아니게 투자금이 물려 버렸든, 고인물이 되었어도 이곳을 지키고 있는 이들은 경제 공동체로 묶여 있는 투자자들뿐이죠."



그들은 욕하던 플랑크톤 창작자들의 말대로 모두를 쫓아내 버린 주역들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고래들의 예언 역시 틀리지 않았습니다. 시세가 떨어지면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이들에게 왜 투자를 해야 하는가? 투자하고 공동체를 키워갔더라면 그렇지 않았을까요? 위기는 내부에서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외부 환경의 변화는 결국 공동체의 결속력으로만 이겨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속력은 구심점을 필요로 합니다. 그 구심점은 무엇으로부터 나올까요?



탈중앙화를 위한 반작용, 총수


"돈만 댄다고 구심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비전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에게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죠. 돈 많이 준다고 덥썩 입사하고, 결혼했다, 결국 이게 아니야 하고 돌아 나오는 예는 허다하죠. 그런데 구심점에는 전권이 필요합니다. 특히 백지처럼 아무것도 세워져 있지 않은 이 초기 커뮤니티에서는, 눈치 안보고 자기 마음대로 그림을 그려나갈 이가 없으면 모두 쭈뼛거리다 말게 되죠. 기회는 떠나가는 거예요. 그러나 그 기회를 붙드는 이는 좀 막무가내고 제멋대로일 수 있죠. 뭘 많이 알고 따지다 보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총수에게는 전권이 있어야 해요. 권한과 책임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자기 맘대로 할 수 있어야죠. 그렇지 않으면 누가 하려고 들지도 않을 거고 해나갈 수도 없어요. 마법사의 생각은 그랬어요.

탈중앙화라는 이념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악용될까요? 분권과 자율로 이쁘게 포장되어 있는 그것의 내부에는, 협력을 위장한 무책임과 배려를 가장한 견제, 빠져나갈 구멍을 숨긴 엉성한 합의구조가 도사리고 있어요. 그런 것들이 성숙하게 다루어지고 있다면 고래전쟁이 계속 발발할 이유가 없죠. 아주 기초적인 합의조차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만큼 스팀잇은 무질서했어요.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만들어가려면 빅뱅이 있어야 해요. 그것은 충돌이고 혼돈을 뚫고 나오는 힘이죠. 그러려면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도 배제될 수도 있어요. 그러면 그러한 힘에 대응하는 또 다른 힘이 등장하죠. 도전과 응전, 그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우주는 진화해 온 거고 인류는 사회를 발전 시켜온 거예요. 블록체인/암호화폐의 시스템은 외적으로는 기존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에 도전하는 도전자의 위치에 있지만, 내부로는 그것의 아젠다인 탈중앙화의 무질서함을 질서로 변화 시켜 낼 응전에 직면해야 해요. 그러면서 자리를 잡아가게 되고 규칙과 질서를 만들어 가게 되는 거죠. 그게 진짜 힘이 되는 거구요.

스팀방송국의 총수는 그러한 무질서에 질서를 세우는 반작용이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탈중앙화의 이념적 정서에 반하는 반작용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었죠."



마법사는 그것이 이 커뮤니티의 현재적 필요라고 생각했습니다. 회의만 해대는 쥐들에게 고양이를 등장시키는 일, 그러므로 미래의 위기가 아니라 현재의 공포로 직면시키는 일, 그것이 마법사의 할 일이고 장기이기도 합니다.


"그건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요. 마치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 같은 포지션이라고 할까? 후후 마법사는 그런 일을 좀 즐기죠. 위장된 평화를 누리는 이들에게 '어쭈, 이것 봐라~' 하고 검을 빼 드는 거죠. 그리고는 엉성한 연대에 위협을 가하죠. 모두 당황하게 됩니다. 자, 첫 번째로 당황한 이는 누구였을까요?"


F : 총수라는 사람이 뭔가 특권이 있다거나 하지는 않고 말 그대로 함께 하는 위치인 것이죠? 간단하게 비전을 함께 제시하고, 플래닝을 함께 하고, 매니징을 함께하는 그럼 사람이라고 보면 될까요?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요.

마법사 : 이런 얘기를 만났을 때 해야 하는데, 총수의 역할에 대한 정의와 각자의 생각 말이죠. 지금부터 하죠. 저는 특권 부분을 제외하고 다른 부분은 그보다 더 주체적이라고 생각해요. 책임의 최종자로서 권한도 그만큼, 그러나 위임은 본인의 선택.

F : 특권 부분도 생길 수 있는 부분으로 봐야하는거지요?

마법사 : 그럼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운용의 철학.



어떤 리더를 원하는가?



7일간의 총수지원 기간이 끝나고 본격적인 총수 지원자 미팅이 시작되기 직전이었습니다. 총수추대위원인 마법사와 F 간에는 첫 번째 이견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아무런 사전 합의도 하지 않고 각자 자기가 그리는 총수상에 대해 포스팅하기로 했어요. F는 자신을 순욱형 참모 스타일이라고 하며 전반적으로 마법사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여러번 의사를 표명했어요. 마법사는 직관에 따라 계속 스팀잇, 스팀방송국의 가능성에 대해 확장된 의견을 제시했고, 그것을 감당해야 할 총수는 어떤 자리인지 재차 강조했어요. 사실 이 과정에서 처음에 바랐던 것은 F와 마법사가 포스팅으로써 부딪히는 일이었어요. 지금처럼 100% 동의하는 모양새가 될 걸 기대하진 않았어요. 그런 게 어디 있겠어요? 뭔가 불편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부분들이 하나라도 있겠죠. 아니면 부분적으로 의견이 다르거나 전면적으로 대립 할 수 있죠. 그러면 그걸 가지고 논쟁을 시작해 볼 수 있겠다, 이 커뮤니티에 리더십에 관한 컨센서스가 좀처럼 이루어지지 못한 채로, 저마다 고래, 네드, 재단, 증인 욕하기만 바쁘니, 그럼 스팀잇 커뮤니티의 이상적이고 현실적인 리더십 모델은 무엇인가 논의를 시작해 보자는 것이 이 시도의 가장 핵심적인 목표였어요. 그래서 오히려 한쪽 방향의 강력한 리더십, 총수를 내세운 것이죠. 일부러 더 도발적으로 표현했죠. 그러나 이것이 마법사의 블록체인/암호화폐 커뮤니티 리더십의 궁극적 모델이냐고 누가 물으면,

'아닙니다. 그건 아니에요. 일단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극단적 모델을 제시해 본 거에요. 그리고 궁극적 모델, 이상적 모델.. 그게 뭔지는 마법사도 몰라요. 그러니까 이제 얘기를 시작해보자는 거예요.'

라고 답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김빠지게 누구하나 딴지를 거는 이가 없는 거예요."



마법사와 F는 마법사가 관련 포스팅을 해나가는 와중, 전혀 부딪히지 않았습니다.


F : 인적성 검사에 보면 믿음직한 참모 순욱형이라고 나옵니다. 근데 제가 생각하던 것과 인적성 결과가 일치해서 테스트 결과에 신뢰가 갑니다.

"'순욱(믿음직한 참모)형'을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말은 '실용'과 '안정'입니다. 이 유형의 사람은 날카롭고 논리적인 분석력으로 책임감 있게 업무를 수행하여 성과를 내고 조직을 안정감 있게 유지하는 일을 선호합니다.

자신이 경험해본 일,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자료로 파악이 가능한 일, 현실적인 유용성을 지니고 즉각적으로 결과를 파악할 수 있는 일을 좋아합니다. 목표가 분명하고, 이를 성취하기 위한 절차가 예상 가능하고, 사전 준비, 성실성이 필요한 업무를 선호하며 일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따라서 안정적이고 업무지침이 명확한 상황에서 현실적이고 직접적으로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를 내는 일을 할 때 최대한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조용하고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순발력을 발휘해서 일을 처리하기보다는 미리미리 준비하는 데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는 사람입니다. 또한 주변 사람들의 말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일관적인 업무 수행을 보이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책임감 있는 조직의 구성원이 되기에 적합합니다. (후략)"

부분적으로 다소 다른 부분도 있지만 거의 정확한 것 같습니다. ^^

_ [스팀방송국] 스팀방송국의 총수님을 찾습니다 / @mmerlin


"부분적으로도 다소 다른 부분이 없어 보일 정도로 F는 정확히 저 설명에 일치하는 사람이었어요. 길게 관계한 것은 아니지만, 옆에서 경험한 F는 아주 성실한 참모 스타일이었어요. 개인적으로 합이 잘 맞을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어요. 마법사는 동역자로서 언제나 F와 같은 유형을 필요로 했었거든요. 그래서 반갑고 큰 힘이 되었죠. 그가 반응해 주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시작도 해보지 못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아직 질서가 생겨나지 않은 필드에서의 겸손은 무책임 또는 일방적인 희생으로 인한 배신감으로 쉽게 변질돼요.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말이죠."



마법사는 F의 겸손한 태도가 반가우면서도 우려를 느꼈습니다. 질서가 갖추어진 곳에서의 겸손과 양보는 절차와 보상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질서가 갖추어지지 않은 곳에서의 겸손과 양보는 당황스러운 배제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마법사가 총수가 아닌 이상 그것을 보상하거나 보장해 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추대되는 총수의 몫이고, 총수에게 그것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좋습니다. 전적으로 마법사의 의견을 따르겠다는 말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사람이 그럴 수 있나요? 100% 동의라는 게 세상에 어디에 있겠어요. 의견 표명을 아끼는 것은 동의라기보다 빠져나갈 구멍을 확보하는 일이기도 해요. 의견을 표현하는 사람에게는 책임이 따르지요. 말을 했으니 말에 대한 책임이 따라오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그래서 말을 아끼는 사람들이 있고 그것과 상관없이 말을 마구 하는 사람도 있죠. 모두 책임의 문제와 연동되어 있어요. 말을 아끼는 사람은 책임지는 게 부담스럽고 말을 마구하는 사람은 무책임 할 수 있죠. 이게 정반대에 있는 듯하지만 실상 본질은 같아요. 모두 책임감이 없는 것이죠."



말하지 않는 이들의 경우의 수



일에 뛰어들기 전에는 누구든 신중할 수 있고 의견을 표명하지 않을 자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일을 시작한 이들은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 것조차 의견이 되는 것입니다. 일은 말하는 자들의 뜻대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함께 일을 하고 있으면서 의견을 표현하지 않은 이들은 동의한 것으로 간주된 채로 책임만 지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세상에 책임만 지고 싶은 사람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자신이 느끼기에 부당하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시점이 오면 갑자기, 아끼던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내 생각은 그렇지 않았는데요."


"그럴 거면 진작에 의사를 표현했어야지요. 그래서 말하는 이는 자꾸 물어야 합니다. 정말 전적으로 동의하는지, 다른 생각이 있는데 분위기상 말을 못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또 물어야 합니다. 물어야 답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죠. 물론 물어도 답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언제든 뒤통수를 칠 수도 있다고 여겨야 해요. 그의 의도, 성정과 상관없이 상황이 그렇게 만들거든요."



이것은 노회한 마법사의 경험입니다. 사람들은 생각을 숨기기도 하지만 뒤늦게 자신의 생각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자신은 책임을 지고 싶지도, 질만 한 능력도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때에는 대책이 없습니다. 무리를 하거나 포기를 하는 것이죠. 그러나 리더는, 먼저 말해 온 이들은, 그것까지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니 그것은 예상되어야 할 일이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일입니다. 말하지 않는 이들의 경우의 수 말이죠.



책임을 진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곤봉체조 같은 것일까요? 함께 무게를 나누어지면 모두가 덜 힘들 겁니다. 그러나 누구라도 힘을 빼면 남은 이들이 무게를 감당해야 합니다. 커뮤니티에서의 말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최대한 소통하는 일이 진정한 배려입니다. 끊임없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감당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일, 그것이 진짜 배려입니다. 일방적인 희생으로, 무의식속에 불만을 가두어두기만 하다 어느 날 두손 두발 다 들고나면, 몰랐던 구성원들은 뒤통수를 맞게 되고, 모든 피해를, 진짜 피해를, 감수해야 되는 것입니다. 어쨌든 말한 이들은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F에게 마법사의 총수상은 감당하기 어려운 모델이었을 거에요. 마법사조차 극단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나 이건 논의를 촉발시키기 위한 모델일 뿐이었어요. 그러니까 나는 그런 리더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당신은 어떤 모델을 그리고 있느냐 묻고, 그럼 너는 그런 식으로, 나는 이런 식으로 시도해보고 비교해 보자 할 생각이었죠. 링 위에서 한판 대결을 펼쳐보려고 극단적 캐릭터를 세웠는데, 아무도 링에 올라오지 않는 거예요. 싱겁게 시리. 구경하는 사람들이야 상관없는데, 시도를 함께하는 이가 모두 동의한다며 따로 오니 뭔가 좀 불안했죠. 그래서 포스팅을 해나가면서 잠자코, 아니 상당히 동조하며 따라오는 F의 스텝이 반가우면서도 우려스러웠어요. 그럴수록 부딪힘의 충격은 더 커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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