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09. 마법사입니다. 그렇다구요.

in #stimcitylast year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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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


아시다시피.. 저는 마법사 멀린입니다. 마법사는 직업입니다. 의아해하시겠지만.. 뭔가 상징이 아니냐 싶으시겠지만.. 정확히, 제 직업은 마법사입니다.

오래전에 사라졌거나, 지금은 안내양처럼 없어진 직업이 아닌가 싶으시겠지만.. 여전히 존재합니다. 뭘 먹고 사냐구요? 이슬 먹고살지 않습니다. 돌을 떡으로 만들어 먹지도 않습니다. 마법으로 먹고삽니다.

어떤 운명을 수행하면 먹을거리가 생겨납니다. 정직하게 일하고 그에 따른 보수를 받습니다. 그러나 보수를 지급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가능성을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적이라, 우연이라, 치부하고 마법사의 보수를 흐지부지합니다. 그러면 마법은 사라지고, 저주로 변환되어 가진 모든 것을 앗아갑니다.

안타깝습니다. 아직은 젊은 마법사라.. 역량의 한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믿지 않으면, 저의 보수도 함께 사라집니다. 이건 뭐 샴쌍둥이도 아니고.. 아직은 제가 미숙한 탓이라 믿고, 젊음으로 버티고 있긴 합니다만..

_ [steemitnamechallenge] 마법사입니다. 그렇다구요. / @mmerlin


"의도했다면 그런 글을 쓰지 않았을 겁니다. 천기누설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니까요. 그냥 경제공부하는 코알못 뉴비로다가, 글이나 쓰고 보팅이나 받고 닭이나 먹고, 그럴려고 했어요. 눈치 빠른 마법사가 직관으로다가 안되는 판이구나, 글렀구나, 그럼에도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니 거대한 시작에 와 있는 건 분명하다, 지켜볼 만 한 가치는 있다, 그러나 함부로 뛰어들 일이 아니다. 딱 그 정도의 스탠스를 세우고 있었단 말이죠."



마법사는 자신을 노출해 버렸습니다. '스팀잇 네임 챌린지' 그것은 너의 닉네임이 왜 그 모양이냐? 설명해 봐라. 뭐 그런 챌린지였습니다. 게다가 모두들 할 만큼 하고 거의 끝물이었는데, 그래서였겠지만, 딱 지목을 당한 겁니다. 3명의 스티미언에게서 동시에 말이죠.


"그건 어떤.. 계시였을까요? 마법사의 정체를 밝히게 된 그 상황이 말이죠. 나도 모르게 쏟아져 나온 글이라. 주워 담을 수도 없었습니다. 이제까지 @mmerlin의 계정인간이었다면, 정체를 밝힌 마법사는 마법사 노릇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죠. 말과 글에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마법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되돌아온 다는 것을 말이죠. 게다가 마법은.. 사람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결정적이고 운명적인. 그래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죽거나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아니 그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인생의 3번뿐이라는 기회, 그 결정적인 기회를 사용해 버리게 되는 것이니 말이죠. 이번 생에서는 더이상 만날 수 없는 그 기회를 써버리게 되니 말이죠. 치명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아.. 그 마법사 노릇 지칠 대로 지쳐 있었는데 말이죠."



아니야 아니야 가만히 있어 가만히


마법사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만, 크게는 은둔형 마법사와 가이드형 마법사가 있습니다. 저는 가이드형 액팅 마법사에 속합니다.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를 연상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주로 하는 일은 개인의 인생 여정의 결정적 순간에 나타나 가이드를 합니다. 길게는 10여 년, 짧게는 2~3년여간 인생의 전환기를 함께 동행합니다.

제안은 운명적이고 선택은 본인이 해야 합니다. 가이드를 받게 되는 본인은, 결정적 한계상황에 처해 있게 되는 게 보통이고, 마법사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큰 인생의 전환점을 경험하게 됩니다. 보통 그 본인이 살아온 인생 중 최고점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마법사와 함께 경험하는 최고점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마법사는 포텐셜을 인지 시켜 줄 뿐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본인들'이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대개는 도전을 멈춥니다. 여기가 좋사오니.. 안타깝게도 맛보기에 불과한 성취에 멈추는 바람에, 마법사 멀린은 번번이 손가락만 빨아야 했습니다.

_ [steemitnamechallenge] 마법사입니다. 그렇다구요. / @mmerlin



손가락만 빠는 일을 또다시 시작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도 빨아서 이미 문드러져 버렸으니까요. 자연인 M.멀린으로, 계정인간 @mmerlin으로.. 익명성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온라인 세계를 휘돌아다니고 싶었습니다. 댓글과 보팅, 딱 그 정도의 관심과 연결이면 족한 거였습니다. 더이상, 책임을 감당하는 일, 나서서 길을 밝히는 일, 타인의 운명에 관여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대개는 도전을 멈추었으니까요. 대개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 버리니까요. 그래서 자신을 감추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각오를 하고 다짐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 않으리라!
귀를 닫으리라!
보지 않으리라!



그런데 그놈의 닭이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나의 아저씨', 그놈의 드라마가 문제였습니다.



나의 아저씨, 그대의 마법사


진정성이 매도되고, 진심이 의심받는 세상에서, 마법사는.. 이 마법사는 마법을 부려서라도, 주문을 외우고 또 외워서라도, 너에게.. 그대에게.. 친절할 겁니다. 반갑게 아는 척할 겁니다. 행복하겠거든.. 꿈을 이뤄야겠거든.. 그래서 누가 없나? 나를 도와줄 누가 없나.. 돌아보게 되거든.. 거기 있을 겁니다. 마법사가.. 거기 서 있을 겁니다.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마법사가.. 여지껏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계속 그렇게 살랍니다. 그래서 너 꿈 이루는 거 볼 거고, 그대 행복해지는 거 볼 겁니다.

그러니 내 장례식에 꼭 오십시오.
그대 생일파티에 꼭 가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부탁입니다.
그렇게 합시다.

_ [steemitnamechallenge] 마법사도 닭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 @mmerlin


"미쳤지 미쳤어. 왜 저딴 소리를 해가지고, 게다가 지워지지도 않는 블록체인에 봉인까지 해 버렸으니.. 계속 그렇게 살겠다고? 미쳤어? 이제 그만 그렇게 살기로 했잖아! 언제까지 손가락만 빨 셈이야. 이건 아니잖아. 이런 건 하지 말기로 했잖아..

이제 와 하는 소립니다. 그때는 닭 처먹고 흥분해서 마음이 붕~ 떠 있었나 봐요. 물론 그것은 직관이고 계시였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어요. 염려하던 대로 되었고, 앞선 사람들이 하던 대로 되었어요. 물론 끝난 건 아닙니다. 전반전을 마친 결과가 그렇다는 얘기죠."


너 말고도, 내 인생에 껄끄롭고 불편한 인간들 널렸어. 그딴 인간 더는 못 만들어. 그런 인간들, 견디며 사는 내가 불쌍해서.. 더는 못 만들어.

_ 드라마 '나의 아저씨' 中



조심하고 조심해도 사람의 천성을, 사명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은 태어난 대로 살게 되고 믿는 대로 행하는 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을 교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마법사의 손모가지를 분지른들 결국에는 저딴 소리를 해댔을 테고, [스팀시티]는 탄생하고 말았을 겁니다. 그것은 모두 기록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니 필요한 것은 발단입니다. 촉발시키는 트리거.



닭 처먹으며 보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또 어떻게 성장하는지,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보여주었던 마법사의 최애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발단이었던 겁니다. 그것은 마법사 인생의 매뉴얼. 그것은 마법사의 미션. 그것은 마법사의 운명. 그것을 드라마가 콕 집어 지적하고 있었어요.


'너 뭐 하고 있니? 마법사 노릇 안 하고?'


"나도 모르게 커밍아웃을 하고 말아버린 거예요. 아니요. 그것은 직관이고 계시였습니다. [스팀시티]의 마법사는 이미 영장을 받아들고 있었던 겁니다. 조심한다고 거부한다고 되는 일이겠습니까? 우리는 만나기로 약속했고, 이제 약속한 공간에 들어왔으니, '내가 그대의 마법사요!'하고 정체를 밝혀야 하는 겁니다. 그런 때가 도래했던 겁니다."



그때에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지금에는 그 모든 것이 순서를 밟아 나가고 있었구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야 할 곳에서 만나 상호작용하는 일. 어떤 사람의 인생에 결정적인 순간이 도래하고 있었던 겁니다. 물론 선택은 자신의 몫입니다. 마법사는 그저 물을 뿐입니다. 찾아 나설 뿐입니다.


"그대가 총수입니까?"



바로 다음 날이었습니다. 직관과 계시를 따라 [스팀방송국]의 총수를 찾겠다며 방을 붙인 날이..


마법사의 인생에도 껄끄롭고 불편한 인간들이 널렸습니다. 그딴 인간 더는 못 만듭니다. 마법사의 남은 생에.. 그런 인간들 견디며 사는 마법사가 불쌍해서, 더는 못 만듭니다. 그니까 너두 털고.. 나도 털고.. 친철하게 하고 말이지. 인간이 인간에게 친절해야죠. 예의를 지켜야죠. 존중을 잃지 말아야죠. 마법사가 따뜻하진 않지만.. 지켜는 봅니다. 열심히 지켜는 봅니다. 너가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상, 열심히 지켜봅니다.

그리고..

행복해지는 걸 보고 말 겁니다. 결국, 꿈을 이루는 걸 보고 말 겁니다. 이번 생에 안되면 다음 생에도, 그다음 생에도..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반갑게 아는 척할 겁니다.

'나야.. 마법사 멀린이야..'

지멋대로, 꼰대 같아 보이더라도, 반갑게 인사할 겁니다.
그리고 계속 물을 겁니다.

행복하니? 행복합니까?
너 꿈이 뭐니? 그대 꿈이 뭡니까?

_ [steemitnamechallenge] 마법사도 닭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 @mm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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