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시티 프리퀄]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 #2

in stimcity •  3 months ago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 #2

+ Flat Earth



‘플랫어스’, 음모론 버전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상징일 뿐입니다. 일루미나티로 대변되는 세상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 자꾸 음모론을 양산하게 만드는 일련의 무의식적 흐름들. 세상에 드러나는 현상은 모두 인류의 집단 무의식의 발현입니다. 음모론이 주장하듯 어느 강력한 한 존재가, 몇몇의 비의를 공유하는 집단과 단체가, 이토록 지속적으로 완벽하게 세계를 통제해 갈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인류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며 발전시켜 온 빛과 어두움의 의식의 이 편이고 저 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쉽게 인식할 수 없기에, 마치 원시인들이 태양을 신으로 섬기듯,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 등의 이름을 가져와 붙이고, 그러한 현상과 의식의 한 측면을 가늠해 보려 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온갖 이름을 갖다 붙여도 그 실체는 결국, 물질이고 돈입니다. 일루미나티도 결국 다 돈 벌려고 하는 짓이란 말입니다.

 

“그니까. 왜 NASA가 그 쇼를 해가면서 사람들을 속이고 있는 건대?”
 
“예산 따 먹을라구요. 어마어마한 예산을 책정해 놓고 뒤로 빼돌리는 거죠. 그래서 어떤 미국인은 세금 사용의 실체를 밝히라고 정부를 고소한 사람도 있다니까요.”

 

‘그렇구나. 다 돈 벌자고 하는 짓이구나. 뭐 아무리 거창해 봐야, 돈 벌려고 만든 발렌타인데이의 상술이나, 아무리 먹어도 별 차이 없다는 비타민의 음모론과 별 차이 없는 거구나. 일루미나티도, 외계인도, 헐리우드 영화 팔아 먹으려고 퍼트린 마케팅 수단이 아닐까?’

 
물질과 정신의 대립, 돈으로부터의 속박과 꿈을 담보로 감당해야 하는 안정.. 현대 인간의 가장 큰 적(敵)도 돈이요. 가장 강력한 신(神)도 돈입니다. 영혼을 빨아먹는 직장생활인 줄 알면서도 그 직장에 취업하려고 간절히 기도하는 취업 준비생들의 기도는, 일루미나티에게 상달되는 것입니까?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 아니요.’라던 그리스도에게 상달되는 것입니까? 온갖 불법과 탈법을 자행하면서도, 연일 대박 치는 재벌 회장님의 후한 십일조와 감사헌금을, 신의 축복이라며, 믿음의 증거라며 칭송하는 목사님은, 일루미나티의 제사장입니까? 하나님의 대리인입니까?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스타게이트에서, 미지의 존재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여행을 시작한.. 예수와 막달라마리아가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살았을지도 모른다며,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믿음으로 고백하지 않는.. 천국과 지옥이 있는지 없는지는 죽어봐야 안다는.. 매우 이교적인, 그래서 자신을 스스로 마법사라고 칭하고 있는 멀린을 쫓아온 너희는 뭐니? 결국 거진 공짜로, 싼값에 유럽여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홀까닥 넘어가, 일루미나티에 넘겨 질지도 모를 선택을 한 너희는 뭐니? 내가 유럽 어느 뒷골목에서 삼십 유로를 받고 너희를 일루미나티에 넘길지도 모르는 데, 너희를 수면제 먹여 재운 뒤 스톤헨지와 몽세귀르로 데려가, 외계인의 인체 해부용 모르모트로 넘길지도 모르는 데 말이야.’

 
돈의 위력은 참으로 강합니다. 진정한 믿음은 그것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니 그것을 신념에 따라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믿음은 그것으로 참입니다. ‘맘몬’의 신이 주관하는 세상에서, 그 ‘맘몬’을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면, 그가 신이요, 그 믿음이야말로 진정한 것입니다.

 


일전에 어떤 디자이너에게 로고 디자인을 의뢰했는데 거절당했어. 로고에 별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말이야. 별이 사탄의 상징이라나?? 내가 알기론, 그 디자이너가 돈이 매우 급한 상황이었는데 말이야. 믿으려면 그 정도는 믿어야지. 어쩌니 한스야, 너희는 사탄의 앞잡이일지 모를 마법사의 돈을 덥석 받아버렸구나. 살려면 어쩌겠니? 구원을 얻으려거든 일단 돈부터 토해내야 하는 거야.

 
한스가 ‘플랫어스’이론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를 멀린은 알 것 같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신념을 뒷받침해 주기 때문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대로 믿어야 한다는 근본주의적 신념 말이죠.

 


그래, 루터도 그랬어. 동시대 사람이었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대해 이렇게 말했지. “그 바보는 천문학을 완전히 뒤집어엎을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성서에도 나와 있듯이, 여호수아가 서라고 한 것은 태양이다. 지구가 아니라.."

 
때로 신념은, 자신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아니, 오히려 신념이란 외부적입니다. 타고 태어난 성향 위에, 성장과정에서 영향을 받게 되는 주변 환경에 따라, 신념, 세계관은 다양한 모습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장한 뒤에는 굳어지고, 그 후로는 굳어진 신념을 뒷받침해줄 정보들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대략 중년에 들어서며 흔들리지 않는 신념체계를 가지게 되고, 우리는 이를 불혹(不惑)이라 부르거나, 너무 고집이 강해져서 ‘신도 포기한 40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면 성장은 멈추는 것입니다. 나이를 불문하고, 어떤 신념체계를 강력하게 형성한 개인은, 이후로는 그 신념에 적합한 정보만 참으로, 진리로 인식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앞서 얘기한 것처럼, 성장하려는 자는 열린 자세로 모든 정보와 상호작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가 왜 그런 신념체계를 가지게 되었는지, 그 개인의 신화를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온전한 이해의 길이 열립니다.

 


루터는 타락한 중세 교권주의자들에게 개혁을 요구했어. 성경으로 돌아가자고, 성경에 쓰여진 그대로 살아야 한다고, 그게 복음이라고 말이야. 그러려면 사제들뿐만 아니라 모든 성도들이 성경을 읽을 수 있어야 했지. 그래서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고 출간했지. 그런 루터에게 성경의 문자적 해석에 반하는 지동설은, 그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바보 멍청이’들이나 믿는 거짓으로 다가왔겠지. 이미 입장이 정해진 뒤에는 자신의 입장을 강화해 줄 정보만 참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거야. 좋은 정보지? 사람들에게 그것보라고 마틴 루터도 ‘플랫어스’를 지지했다고 설득해 보렴.

 
그러한 루터도 자신의 주장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재세례파와 갈등을 빚고, 이에서 파생된 농민전쟁에서 수십만의 농민들이 학살되도록 방조하고 심지어 독려합니다. 개혁은 평화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듣지 않는 농민들을 미친개로 여긴 루터는 위정자들에게, 할 수 있거든 찌르고, 치고, 목을 비틀라고 당부했습니다. 평화를 말하면서, 그 말을 듣지 않는 농민들을 학살한 것입니다. 자기 말이 법인 것이지요. 입장을 가져버린 신념의 한계입니다.

 

“그래, 그래서 너는 ‘플랫어스’이론을 알리기 위해 무얼 할 거니?”
 
“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거예요. 아직은 소수의견이라 어디서도 제대로 지원을 못 받는 것 같으니.. 이런 이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많은 연구들이 필요해요. 그러려면 돈이 많아야겠죠.”
 
“(그렇구나. 맘몬의 신과 대적하기 위해 또 맘몬이 필요하구나.) 그 돈은 어디서 구할래?”
 
“그런 뜻을 가진 부유한 신도들을 만나야죠. 그들에게 뜻이 있는 곳에 재정을 사용하도록 설득해야죠.”

 
일루미나티가 장악한 산업시스템 속에서, 영혼을 팔지 않고는 부를 축적할 수 없는 시스템 속에서, 일명 ‘선한 부자’가 있을 거라 한스는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일루미나티 짝퉁일지도 모를 마법사와 손을 잡았습니다. 출처가 어딘지 모를 돈을 받아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은 ‘플랫어스’를 감싸고 있는 하늘 막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신의 내부에 존재한다는, 그러니 우리 모두가 신이며, 신의 일부라는 신관을 가진, 이단적 마법사의 돈에 홀리고 있습니다. 투자를 해 준다니까, 돈을 대 준다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이 밴드는 깨졌습니다. 사역을 한다고 모였던 팀이, 먹고살아야 하니까, 생업이 필요하다며, 사업, 비즈니스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그 바람에 팀워크에 금이 가고, 소통의 부재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한스의 깨어진 밴드는 그렇게 본질에서 벗어나 맘몬과 손을 잡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거룩하지 못한 마법사의 돈을 받아 스튜디오를 열어 놓구서는, 미니스트리는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맘몬의 신은 이 밴드를 격파해 버렸고, 갈라져 나간 팀은 아예 맘몬의 품에 안겨 비즈니스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돈을 벌어서, 언젠가는 선한 사역에 사용할 거라는 꿈같은 명분으로 스스로를 설득하며 말입니다. 그리고 한스는 그렇게 당해 놓구서도 또 마법사의 유혹에 넘어가, 예수와 결혼한 막달라마리아의 행적을 뒤쫓는 반기독교적 순례와, 예수는 인류의식의 성장을 위해 자신들이 보낸 외계인이라는, 이단적 채널링 정보가 말하는 스타게이트를 탐방하는 의식에 동참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따라오고 있습니다.

 

“멀린, 걱정 마세요. 돈 많이 모아서 멀린도 후원해 드릴게요.”
 
“뭐라구.. ㅋㅋ 괜찮아, 난 후원 안 해 줘도 돼. 마법사잖니.”

 
한스는 별 때문에 작업을 거절한 디자이너처럼 순수했어야 합니다. 멀린이 자신을 마법사라고 소개한 순간, 흠칫 놀라며 그의 모든 제안을 거부했어야 합니다. 그것이 순전한 믿음입니다. 그러나 순진한 꿈의 사나이 한스는 아예 마법사의 후원자가 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이 모든 사실을 말할 수 없는 멀린은 짐짓 미안한지, 한스의 제안을 살며시 밀어내 봅니다. 마법사가 쓸데없는 양심만 살았습니다.

 

‘그래 모로 가도 돈이 필요하구나. 그들의 음모를 알리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면.. 어쩌니 그들은 이미 그 돈을 가지고 있으니. 네게 필요한 그 돈도 결국 그들의 손에 있겠구나. 맘몬을 어찌 이길꼬..’

 
‘일루미나티’, ‘맘몬’, ‘플랫어스’.. 그러한 상징들이 말하는 비의와 음모가 무엇이든, 상징은 인간 무의식의 반영일뿐입니다. 한 방향으로 치닫는 현대사회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이, 상징적인 대상과 언어에 빙의해 ‘어쨌든 우리는 속고 있는 건지 몰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현실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믿든 현실 속에서, 현실의 방법으로, 어떻게 억압하는 시스템과 대결해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꿈 따위 꾸어봐야 공무원이 최고라고 사람들을 속이며, 인류의 창조성과 도전정신을 말살해 가는 맘몬의 손쉬운 전략에 맞서, 꿈을 포기하지 않고 맞서, 도전하고, 성취하며, 현실의 장벽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삶으로 말해주는 개혁자들의 발자취를 따라야 합니다.

그것은 아이들의 천재성을 말살하려는 일루미나티의 계략에 맞서,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마약성분이 든 치료제 투약을 멈추는 일입니다. 또래 아이들이 걸어가는 길과는 정반대로 걸어가는 선택을 용기 있게 하는 것입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음원 하나 내지 못한 밴드에게, 직관이 말하는 대로 다가가 투자를 제안하는 일입니다. 본인들도 신뢰하지 않는 재능을 읽어내고, 도전을 멈추지 않도록 독려하는 일입니다. 상식으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상식은 그 밴드의 이전 음반 판매량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지만, 직관은 모두가 떠나버린, 상처 입은 순진한 리더 한스에게 이 천만 원을 투자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가 신과의 약속을 잊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가 마법사의 미션을 완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상식적인 투자제안을 하고 비상식적인 일정과 코스의 여행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구상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생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을,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의 버킷 리스트 속에 담겨져만 있는 일(유럽 일주, 게다가 내 돈으로 하는 여행이 아닌, 수많은 밴드들이 꿈만 꾸는 버스킹 투어를..)이 이 상처투성이 밴드에게 일어난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맘몬의 시스템을 파괴하는 일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일루미나티의 계략에 맞서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안식일에 병을 고쳤던 예수처럼, 백성들이 일요일에 닭을 먹을 수만 있다면 개종도 마다하지 않았던 앙리 4세처럼 말입니다. 비록 암살당하거나, 십자가에 못 박혀 죽더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멀린, 지구가 평평하다는 증거가 이것만이 아니라니까요.”

 
한스의 ‘플랫어스’ 전도는 기회가 날 때마다 반복되었습니다. 멀린은 생각합니다. ‘지구가 평평하면 어떻고 둥그면 어떠니? 이러고 돌아가면 난 굶어 죽게 생겼는데.. 그래도 일루미나티에 맞서 싸웠으니 천국엔 가겠지. 적어도 다음 생에 개로 태어나진 않겠지? 아니 개팔자가 더 나은가?’ 뒤죽박죽 엉망이지만, 어쨌든 마법사 멀린과 플랫어스 신봉자 한스, 그리고 그러거나 말거나 팔자 좋은 잭은 유럽을 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곧 도착할 캠핑장에서 드디어 첫 캠핑을 해야 합니다. 진실은 이것뿐입니다.

 

‘그래 가 보자. 지구가 평평하다면 우리는 유럽을 일주하는 게 아니라, 지구의 중심을 향해 가는 거다. 세상의 중심까지 달려보자.’






박살 난 유리창은 암스테르담에 버려져 있다 |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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