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시티 프리퀄] 북유럽은 개뿔

in stimcity •  27 days ago




북유럽은 개뿔

+ Copenhagen, Stockholm, Oslo



한국 사람들에게 천국같이 여겨지는 스칸디나비아반도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 3국, 우리가 스칸디나비아라고 적고, 다시 태어나고 싶은 나라로 읽는 꿈의 나라입니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과 부족한 면들을 비판할 때마다 비교의 대상이 되는 이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매우 궁금했습니다.

 


4K 인생이야.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말이야. 초고화질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더라구. 일단 환경이 그래. 어떻게 그렇게 화창하고 쨍하지? 눈이 부실 정도로 맑고 깨끗하더라구. 브라운관 TV로 보다가 갑자기 4K 고화질 모니터 화면을 보는 것처럼 모든 것이 선명하더만. 잘 정돈된 도시환경도 그렇고, 실용적이면서 고급스러운 건축물들과 가구들, 별 문제 없이 평온해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 모든 게 정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어 보이더라구. 그런데 정말 여기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할까?

 
그렇지 않을까요? 노르웨이는 세계 행복도 조사에서 늘 1위를 차지하는 나라이고, 그 뒤를 스웨덴, 덴마크 등이 따르고 있지요. 참고로 한국은 50위권 밖이랍니다.

 


그래 그렇겠지.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들이니. 행복은 내일에 대한 염려 없음,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보장된 시스템 위에서 싹트겠지. 그런 면에서 이 나라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이상할 거야? 하지만 정말 그럴까? 안정은 행복의 필수 조건일까? 안정되지 않은 삶은 불행한 걸까?’

 
정말 행복은 안정 위에 싹트는 걸까요? 불안정한 삶은 불행한가요? 그러면 안정은 무얼 말하나요? 경제적 안정은 마음의 행복의 절대적 조건일까요? 그럼 도전에서 오는 행복은 행복이 아닌가요? 목숨을 걸고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일은 불행한 도전인가요? 이들의 행복 조건이 궁금해집니다. 정말 이 나라 사람들의 행복은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잘 정돈된 삶. 변화가 없는 안정성. 우리 사회처럼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함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천국 같을 거야. 그런데 좀 지루하지 않을까? 역동성이 떨어지면 삶은 무료해지잖아? 계속 의문이 드네.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솔직히 아직 문명화가 덜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이런 삶은 우리도 살았었잖아. 대가족이 한마을에 몰려 살며, 매일매일이 반복되던 전통적 농경사회 말이야. 이 나라 사람들 아직도 그런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있어 그런 건 아닐까? 스웨덴의 외곽 휴게소에 잠깐 들른 적이 있었는데 화장실이 재래식이더라구. 푸세식 말이야. 이제는 한국의 시골집에서도 보기 힘든 재래식 화장실이 말이야. 그래도 나름 휴게소였는데 말이야.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속살을 좀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판타지처럼 존재하는 이 나라들의 속살은 사실 그렇게 판타스틱하지만은 않습니다. 먼저 경제적인 부분을 살펴볼까요? 덴마크는 놀랍게도 세계에서 가장 빈부격차가 큰 나라입니다. 상위 20%가 전체 자산의 99%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상위 10%가 70% 점유) 또한 세계에서 가계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합니다. 가계부채가 330%가 넘는데 이는 우리나라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수준입니다. GDP 대비 부채율은 122.9%이고 (한국은 87.2%) 평균 세율은 42%에 달합니다. (한국은 9% 수준) 고소득자의 세율은 56.5%로 세계 최고입니다.

스웨덴은 부익부빈익빈이 계급구조처럼 이루어져 있어서 최상위층 90%가 상속에 의해 부를 획득하고, 상위 1%가 부의 25~40%를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상속세도 세계 최하위 수준이었는데 2000년대 들어서는 아예 상속세를 폐지해 버렸습니다. 최고세율은 55%에 달합니다. 부가세는 25%이고 가계부채는 가처분소득의 2배에 달합니다. 심지어 상속세는 0%인데 창업하면 내는 창업세가 67%에 달합니다. 교육 부분에서도 스웨덴은 의외로 주입식 교육이라고 합니다. 창의적 교육을 하는 귀족학교가 있기는 하나 수가 많지 않고, 무상교육인 국공립에 비해 학비가 턱없이 비싸고 입학 경쟁도 치열하다고 합니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학력 저하가 문제가 되어, 한국식 교육제도를 도입해야 할지 말지를 놓고 논쟁이 일기도 했다는군요. 70년대 유전이 터져 나오는 바람에 세계 5위의 산유국이 된 노르웨이는 논외로 하더라도,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속살은 그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만은 않습니다. 역시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운용하는 사람들의 자세일까요?

 


스칸디나비아의 나라들이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운이 제일 크지. 일단 바이킹 시대 이후 산업혁명기까지,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유럽 변방국가들이었다가, 오히려 2차 세계 대전 때 전쟁에 휘말리지 않음으로써, 전후 유럽 복구 사업의 혜택을 톡톡히 입은 측면이 있어. 한국전쟁 이후 일본이 패전국에서 선진국으로 급부상했던 것처럼 말이야. 게다가 땅덩이는 넓은데 인구는 적고, 분쟁이 있기는 했지만, 칼마르 동맹처럼 서로 형제 국가들처럼 지내면서 정치적으로도 안정되어 있었지.
 
그러니까 현대자본주의 사회로 진입하는 국면에서 여타 서방 선진국가들과는 달리, 제로베이스에서 사회제도를 세울 수 있었다는 이점이 있었던 거야. 그 바탕 위에 강력한 복지국가를 건설한 거지. 서유럽 자본주의 국가들과, 소련과 동유럽에 걸쳐있는 사회주의 국가들 사이에 놓여있었던 지정학적 위치도 한몫했지. 양쪽 모두에서 영향을 받고, 장점들을 모아, 자신들에 맞는 국가 시스템에 접목한 것은 매우 지혜로운 선택이었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부패도, 청렴도, 언론자유도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로베이스에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장점들을 잘 접목하여 세운 국가복지시스템 위에, 안정된 정치 시스템까지. 운도 좋았으나, 그 운을 기회로 삼아 자신들의 것으로 잘 소화해 낸 지혜가 지금의 스칸디나비아 국가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도와 정치 지도자들의 현명함 만으로 시스템의 유지가 가능할까? 개별 국민들의 인식과 의식수준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리 현명한 임금이 나타난다 해도 몇 대를 가지 못해 뒤집어지는 게 세계의 역사였잖아. 스칸디나비아의 정신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법칙이 있어. 일명 ‘얀테의 법칙’이라고 불리는 스칸디나비아즘 말이야.

 
‘얀테의 법칙(jante law)’ 북유럽 사람들의 십계명이라고 불리는 얀테의 법칙은 1933년, 악셀 산드모세의 소설 ‘도망자 지나온 발자취를 다시 밟다’에 소개되면서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얀테의 법칙’은 덴마크가 스칸디나비아를 지배하면서 자연스럽게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이식되어 보편화된 생활 법칙입니다

 

[1]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You're not to think you are anything special.
[2] 네가 다른 사람들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지 말라
You're not to think you are as good as we are.
[3] 네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You're not to think you are smarter than we are.
[4] 네가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자만하지 말라
You're not to imagine yourself better than we are.
[5] 네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You're not to think you know more than we do.
[6] 네가 다른 이들보다 더 중요할 거라 생각하지 말라
You're not to think you are more important than we are.
[7] 네가 뭐든지 잘 할 것이라고 여기지 말라
You're not to think you are good at anything.
[8] 다른 사람을 비웃지 말라
You're not to laugh at us.
[9] 다른 사람이 너를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You're not to think anyone cares about you.
[10]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들지 말라
You're not to think you can teach us anything..

 


한마디로 튀지 말라, 잘난 척하지 말라, 이 얘기야. 좋게 얘기해서 겸손과 절제, 평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쁘게 얘기하면 기준선 밖으로 튀어나오지 말라는 얘기야.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래. 똑똑하다고도 좋은 사람이라고도 생각하지 말래. 심지어 뭐든지 잘 할 거라고도 여기지 말래. 이거, 이거, 한국 사회에서는 절대 통하지 않을 말들이지. 모든 반대로 하고 있잖아. 그런데 이게 천국 같은 나라, 스칸디나비아를 만든 원동력이야. 기준을 정하고 모두 그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 말이야. 그러니 그 세금들을 내고 살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수입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걷어가는 사회가 말이죠. 물론 그렇게 걷어다가 기본생활을 어느 수준까지 철저하게 보장해 줍니다. 연금도, 집도, 생활비도.. 하지만 그 이상은 ‘노터치’입니다. 꿈도 꾸지 말아야 합니다. 한 번 부자가 된 사람들만이 그 부를 계속 상속하고, 그 세계에 들어갈 동력은 국가 차원에서만 관리되는 것입니다. 개인으로서는 부자를 꿈꿔 볼 수도 없습니다. ‘얀테의 법칙’이 바로 작동될 테니까요. 평생 주거가 보장이 되지만 내 집은 아닙니다. 빈부의 격차는 한 번 정해지면 뒤집을 수가 없습니다. 아니 비교하면 불행해질 테니까 태생부터 부자였던 소수의 귀족은 별개로 하고, 땅을 사면 배가 아플 이웃사촌들 간에는 임금격차를 좁혀 놔서, 의사를 하건 용접을 하건 소득이 비슷합니다. 배 아플 일이 없습니다. 세금을 무지막지하게 뜯어가니 (심지어 창업을 해도 세금을 떼어가니) 굳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의욕도 없습니다. (대표적인 스웨덴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 이케아의 회장도 국적을 스위스로 옮겼습니다.) 아! 물론 꿈이면 하겠네요. 실패해도 먹고사는 게 해결되니 도전해보고자 하면 생계 걱정 없이 도전해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그런가요. 생계 때문에 도전을 못한다고 하지만 도전의 가장 큰 동력은 생계 해결이기도 합니다. 핑계대기 나름인 것이겠지요.

맥도날드 알바생과 의사의 급여 차이가 3배가 나지 않습니다. 맥도날드 알바생 급여가 100만 원이라면 의사의 급여가 300만 원이라는 말입니다. 덕분에 직업의 귀천은 없습니다. 굳이 힘들여서 이것저것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물가가 살인적입니다. 우리처럼 프랜차이즈로 도배되어 있지도 않고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늘려갈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세금으로 대부분 걷어가는 급여수준에 고물가.. 그냥 집에서 식료품 사다가 해 먹는 게 속 편합니다. 외식 한 번 하려면 등골이 휠 테니까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가정적이 되는 겁니다. 남편들이 말이죠. 그래서 엄마들이 꿈꾸는 사회 같지만, 화목한 가정에 단란한 가정환경은 쇼핑과 성형, 자녀의 전교 1등을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삶의 스트레스도 확 줄고, 재미도 확 주는 겁니다. 매일매일이 반복되는 일상이 될 테니까요.

 


누군가에게는 환상적인 사회겠지만, 역동성을 원하는 누군가에게는 또 지옥 같을 거야.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이와 비슷한 복지국가인 캐나다에 갔을 때 그러더군. 이 사람들의 유일한 낙이 ‘복권’사는 거라고 말이야. 왜 그런 줄 알아? 그게 그 사회에서 유일하게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이라 그렇대. ‘성장 가능성’이 거세된 사회. 그렇게 표현해도 될까? 평균의 삶만이 보장된 사회 그러나 절대 튀어선 안 되는 사회. 그게 행복일까?

 
‘네 꿈을 펼쳐 봐’, ‘넌 뭐든 할 수 있어’, ‘You are special!’... 이런 슬로건들은 스칸디나비아의 금기입니다. 모두 ‘얀테의 법칙’에 위배되기 때문이죠. 우리는 이 ‘얀테의 법칙’을 모르고 스칸디나비아를 꿈꾸면 안 됩니다. 아니 100% 실패합니다. 그 나라들의 복지제도와 사회시스템을 ‘얀테의 법칙’을 모르고 접목하려 들면 탈이 나게 되어있고 되지도 않습니다. 한 사회가 모두 함께 공유하는 집단정신을 가지려면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일단 집단 구성원의 성향도 어느 정도 일치해야 합니다. 소위 ‘국민성, 민족성’이라고 부르는, 집단정신이 공유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바탕 위에 자신들의 시스템을 세워갈 수 있는 것입니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게는 좋은 시절입니다. 지금이 말이죠. 일단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세계대전의 포화를 피해 갈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전후 복구 사업의 엄청난 수혜를 입을 수 있었습니다. 공유하고 있는 집단정신이 있었고, 그 위에 좋은 기회가 운으로 다가왔습니다. 심지어 석유(노르웨이)와 천연가스(덴마크)까지 터져 나왔으니 대박이었을 겁니다. 이들이 지혜로웠던 것은 그렇게 쏟아져 들어온 기회를 자신들의 시스템에 잘 접목하고, 집단정신을 기반으로 사회구성원들이 소통하고 합의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황금시대가 계속될까요? 언제까지나 4K 인생이 계속될 수 있을까요?

 


세계경제와 정세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자칫 그 격랑 속에 잘못 휘말리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앞 날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지. 지금은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영국과 스페인처럼, 하루아침에 위기에 처하게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어. 게다가 끊임없이 경쟁 속에 살아온 다른 국가들과 달리, 국가의 부(富) 때문에 상향 평준화 되긴 했으나, 국민 개개인의 역량의 차이가 별로 없는 평준화 사회가, 위기에 대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야. 위기는 언제나 영웅을 필요로 하니까 말이야. 그건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일이지. 뭐 어쨌거나 그건 그들의 문제이고, 우리는 백 날 부러워해봐야 이런 사회를 만들어 낼 수가 없어. 열강들 사이에 끼어서 게다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정전(停戰) 국가가 ‘얀테의 법칙’을 따를 수는 없는 일이야.

 

확실히 그것은 이 법칙의 부정적인 측면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그보다 더 큰 위험이 숨어 있다. 이 세상이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악행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건, 고맙게도 이 법칙 덕분이다. 우리는 이라크에서 벌어진 불필요한 전쟁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전쟁이 그 대가로 많은 희생자를 양산해낸 것도. 우리는 잘 사는 나라들과 못 사는 나라들 사이의 극심한 간극을 목도한다. 많은 이들이 사회적 불균형, 통제 불가능한 폭력, 부당하고 비열한 비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꿈을 포기한다. 이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히틀러는 이미 그의 의도를 여러 방식으로 뚜렷이 표명한 바 있다. 그리고 자신의 계획을 거침없이 밀어붙일 수 있었는데, 이 세상 누구도 감히 그에게 도전해오지 못하리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얀테의 법칙’ 때문에 평범하다는 것은 매우 편안하다. 어느 날, 비극이 문을 두드리며 이렇게 물을 때까지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서 어째서 모두 아무 말 안 한 거지?”
 
간단하다.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아무 말 안 했으므로.
 
_ 파울로 코엘료 <흐르는 강물처럼> 中

 
우리는 북유럽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 나라. 한반도 몇 배의 땅덩어리에 한반도 인구의 10%도 살고 있지 않은 나라. 석유와 천연자원이 쏟아지는 나라. 어쩌면 그들은 부자 몸조심하느라 ‘얀테의 법칙’을 활용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척박한 나라.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에게 튀지 말라고 하는 건, 살지 말라는 이야기 일 것입니다. 게다가 그렇게 숨죽이고 있다고 세상에 악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불평등과 부정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덴마크는 히틀러가 침공하고 2시간 만에 항복했으며 전사자가 16명에 불과했습니다. 스웨덴은 심지어 나치에게 물자를 공급하기도 했고 노르웨이를 침공하도록 길을 열어주기도 했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얀테의 법칙’을 따라야 하니깐요. 2계명, 다른 나라들처럼 좋은 나라가 되면 안 되니까요. (2. 네가 다른 사람들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하지 말라) 9계명, 다른 나라를 신경 쓰면 안되니까요. (9. 다른 사람이 너를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그들이 ‘얀테의 법칙’을 따르는 동안 세상은 비극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수혜를 입었는지는 모릅니다. 그리고 그런 조건 위에서 세워진 삶의 방식을 뭐라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지혜였을 테니까요. 하지만 재벌 2세로 태어난 사람의 삶의 방식을 서민의 자손들이 따라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부러워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바닥을 치고 솟아오르는 힘은 ‘얀테의 반대 법칙’을 통해서만 가능할 테니까요.

 


무식하게 비유하자면, 대원군이 쇄국정책을 펼치는 와중에 인천 앞바다에서 석유가 터진 꼴이야. 게다가 중국 치러 간다는 일본한테 2시간 만에 항복하고 알아서 비켜준 것 같은 일인 거야. 그러다 태평양 전쟁이 끝난 뒤에 멀쩡한 사회기반 시설과 산업시설로, 일본과 중국의 전후 복구 사업을 도맡아 하면서 부를 축적하게 된 거라구. 그리고는 중국, 소련의 공산주의와 미국, 일본의 자본주의 사이에서 좋은 점만 떼다가 사회복지시스템을 건설한 거라구. “얀테의 법칙”만큼 강력한 “유교의 법칙”으로 말이야. 그런데 그게 가능했겠어?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에서 말이야. 안중근, 윤봉길, 김구 같은 사람들이 없어야 가능한 일이야. 튀면 안 되니까. 그런 사람들이 사회에 나타나지 않도록 억압해야 가능한 일이라구, 불리하면 독도가 아니라 경상도쯤 슬쩍 집어줄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구.

 

모든 것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이제는 ‘얀테의 반대 법칙’을 활용해야 할 때가 아닐까. “당신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존재이다. 당신이 믿지 않는다 해도 이 세상에서 당신이 하는 일과 당신의 존재는 중요하다. 얀테의 법칙을 무시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혼란스러워 말고 계속 두려움 없는 삶을 살아라. 그러면 결국 당신은 승리할 것이다.”
 
_ 파울로 코엘료 <흐르는 강물처럼> 中

 


겸손과 절제가 ‘얀테의 법칙’의 긍정적인 측면이라면, 두려움과 눈치는 ‘얀테의 법칙’의 부정적인 측면이지. 안타깝지만 운 나쁜 우리 사회에 접목하기에는 기후 차이만큼 이질적이야. 그래서 실망스러웠어. 운 좋은 졸부의 정원을 한 바퀴 도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어쩌겠어. 한반도에 태어난 우리로서는 복권만 긁고 있을 수는 없잖아. 게다가 튀면 안 되는 이들에게 마법사는 아무 필요가 없지.

 
‘얀테의 법칙’의 숨은 11번째 계명은 ‘너에 대해서 우리가 모른다고 생각지 말라 (perhaps you don’t think we know afew things about you?)’ 입니다. 그러니까 ‘튀어봐야 벼룩이다.’ 뭐 이런 말인가요? 앞의 10계명을 어찌 잘 피했다 싶어도, 결국 ‘우리는 너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 이런 말이 되는 겁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매우 무서운 말이며 전체주의적인 말입니다. 물론 ‘걱정 마, 우리는 너의 필요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라고 좋게 해석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고, 전체 질서 속에 튀어 오르지 않아야 한다는 강력한 전제는 매우 무서운 일이기도 합니다. (물론 사회의 입장에서는 개인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아는 것이 통제에 유리하겠지만)

어머니의 보호 속에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어른아이로서야 만족스럽겠지만, 부모의 곁을 떠나 홀로 독립해야 할 주체적 인간으로서는, 참으로 갑갑한 정서가 아닐 수 없겠습니다. 그래서 스칸디나비아의 고학력 엘리트일수록 자국에 남아있기보다, 다른 사회로 진출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세금으로 다 가져갈 텐데 말이죠.) 국가의 부와 국토의 경쟁력으로 유지되는 사회의 모델을, 우리나라처럼 개인의 경쟁력으로 유지되는 사회가 따라 하기에는 좋은 모델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한 배에서 나왔으나 서로 다른 나라에 입양된 쌍둥이처럼 우리는 우리 사회에 적합한 성장 방식, 분배 방식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개인으로서는 더더욱 자신의 역량을 신뢰하고 개발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오히려 ‘얀테의 반대 법칙’을 실천해야겠죠.

 

*멀린의 ‘얀테의 반대 법칙’
 
[1] 너는 특별한 사람이란다.
You're not to think you are anything special.
[2] 너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야.
You're not to think you are as good as we are.
[3] 너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스마트하다고 생각하렴
You're not to think you are smarter than we are.
[4] 너는 다른 사람보다 더 나아질 거라고 상상하렴
You're not to imagine yourself better than we are.
[5] 너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알고 싶어 해야 된다.
You're not to think you know more than we do.
[6] 너는 다른 누구보다 더 중요한 존재란다.
You're not to think you are more important than we are.
[7] 너는 뭐든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렴
You're not to think you are good at anything.
[8] 너는 다른 사람을 웃게 하렴
You're not to laugh at us.
[9] 너는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돌볼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You're not to think anyone cares about you.
[10] 너는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You're not to think you can teach us anything..
 
그리고 11번째 계명은 이것입니다.
 
[11] 우리는 너의 재능을 다 알지 못하니 마음껏 펼쳐 보이렴.
perhaps you don’t think we know afew things about you?



*이 포스팅은 지난 포스팅 [멀린's 100] 북유럽은 개뿔과 같은 글입니다.





박살 난 유리창은 암스테르담에 버려져 있다 | 북유럽은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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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째 계명을 덧붙이면 완벽해지겠네요:-)

[12] 그런데 잊지말하야할 것, 남도 너와 같이 가치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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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가 @peterchung님의 소중한 댓글에 $0.012을 보팅해서 $0.011을 살려드리고 가요. 곰돌이가 지금까지 총 1032번 $15.200을 보팅해서 $13.226을 구했습니다. @gomdory 곰도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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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천국은 없군요 잘 읽었습니다

북유럽의 환상?을 깰 수 있게 해준 글이네요~! 안테의 법칙과 그 반대... 재미있네요 ㅎㅎ👍

얀테의법칙..알아갑니다...북유럽에 대해서 조금은 더 알아가는 포스팅이네여

왠지 익숙하다.. 라고 생각했더니 전에 쓰신 글이었군요. 다시 봐도 너무 좋은 글입니다.

북유럽 좋아하는 사람들은 실상을 전혀 모르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