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ic Catch] 자기와 자기의 그림자의 경계선

in #stimcity2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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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govia, Spain



“나는 정말로 의사라든지 선생님이라든지 그런 직업이 적성에 맞지 않을까 하고 곧잘 생각해. 현실적으로 그러한 직업에 종사했다면, 나는 행복한 인생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지. 그건 별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어. 하려고 맘만 먹었으면 될 수도 있었으니까.”

“지금은 행복하지 않나?”

“어려운 문제야”라고 고탄다는 말했다. 그러곤 집게손가락 끝을 이번엔 이마 한가운데에다 대었다. “요컨대 신뢰감의 문제인 거야, 자네 말대로. 자신이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지 어떤지 하는 것. 시청자들은 나를 신뢰해 주지. 하지만 그건 허상이야. 그저 이미지일 뿐. 전원 스위치를 끄고 영상이 사라져버리면, 난 제로야. 안 그래?”

“응.”

“하지만 혹시 내가 진짜 의사나 선생님을 하고 있다면, 스위치 같은 건 없지. 나는 언제나 나거든.”

“하지만 지금만 해도 연기하고 있는 자네라는 건 언제나 존재하고 있지 않나?”

“가끔가끔 몹시 지쳐버린다고, 그런 것에”라고 고탄다는 말했다.

“굉장히 지치지. 두통이 난다고. 진짜 자기라는 게 무엇인지 모르게 되지. 어느 것이 나 자신이고 어느 것이 등장인물인지 말이야. 자기를 잃어버리는 수가 있어. 자기와 자기의 그림자의 경계선이 보이지 않게 되어버리지.”

“누구든 많건 적건 그런 거야. 자네뿐만은 아니지”라고 나는 말했다.

“물론 그건 알고 있어. 누구든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수가 있지. 다만 내 경우, 그러한 경향이 너무나 강하단 말이야. 그 뭐랄까, 치명적이란 말이야. 예전부터 그랬어. 예전부터 줄곧, 솔직히 말해서 자네가 부러웠었지.”



_ 댄스 댄스 댄스, 무라카미 하루키



二天十八年 十月五日




Unit 185.
Photo by @kyotob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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