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ic Catch] 완전성이 불완전성을 삼키고 치유해 버리는 그런 상황

in #stimcity2 years ago (edited)


L1050704.JPG

Segovia, Spain



하지만 때때로 아내는 가만히 이런 식으로 나를 비난했다. 밤중에, 조용히, 가만히, 그녀는 나의 불완전성과 우발성과 수동성을 비난했다. 그녀는 초조해했다. 우리는 잘 해 나갔다. 하지만 그녀가 요구하는 것, 그녀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것과 나의 존재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아내는 커뮤니케이션의 자립성 같은 것을 요구했었다. 커뮤니케이션이 얼룩 한 점 없는 백기를 내걸고 사람들을 빛나는 무혈 혁명으로 선도해 가는 그런 장면을. 완전성이 불완전성을 삼키고 치유해 버리는 그런 상황을. 그런 게 그녀에게 있어서의 사랑이었다. 나는 물론 그렇지 않았다. 나에게 사랑이란 어색한 육체를 부여받은 순순한 개념이며, 그것은 지하 케이블이니 전선이니를 뭉그적뭉그적 통과해 가까스로 어떻게 해서 어딘가로 연결되어 있는 그런 물건이었다. 굉장히 불완전한 물건인 것이다. 가끔가끔 혼선도 있다. 번호도 알지 못하게 된다. 잘못된 전화가 걸려 오는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내 탓은 아니다. 우리가 이 육체 안에 존재하고 있는 한 영원히 그런 것이다. 원리적으로 그런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그렇게 설명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하지만 그녀는 어느 날 나가버렸다.

어쩌면 내가 그 불완전성을 부채질하고 조장했는지도 모른다.



_ 댄스 댄스 댄스, 무라카미 하루키



二天十八年 十月五日




Unit 184.
Photo by @kyotobada

이전글 | 다음글







* 교토바다에 관한 소개

Coin Marketplace

STEEM 0.21
TRX 0.20
JST 0.033
BTC 97012.14
ETH 3139.09
USDT 1.00
SBD 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