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last year

불러도 대답이 없는 집앞에서
머뭇거리며 기다린다

다시 불러도 대답이 없다
창문을 기웃거려도
안에서는 움직임이 없다

어디 간다는 말도 없었는데
멀리 가지는 않았을텐데

보고싶었다는 말도
아프다는 말도
폐속으로 몰아넣는 산소마스크는
제3자와의 소통을 허용하지 않는다

머리맡을 지키는 기계들이
눈을 깜빡이고 귓속말을 하며
집안에 길을 내고 있다

촛불처럼 흔들리는 길
숨결조차 흔들리며 따라가는 길

image.png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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