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불길 같은 더위에 익은 얼굴이
물을 청한다
순식간에 빈 컵을 내미는 손이
명아주이파리처럼 떨린다
따끈한 물에 버들잎 대신
녹차 티백이 몸을 푼다
노을빛으로 우러나는 찻물
찻잔에 소금쟁이의 발짓 같은
동심원이 사라지고
비워진 찻잔이 두 손과 함께 돌아온다
들어올 때와는 달라진 얼굴이
노릇노릇 익은 하늘을 안고
소실점이 되고 있다
해질녘/ 채호기
따뜻하게 구워진 공기의 색깔들
멋지게 이륙하는 저녁의 시선
빌딩 창문에 불시착한
구름의 표정들
발갛게 부어오른 암술과
꽃잎처럼 벙그러지는 하늘
태양이 한 마리 곤충처럼 밝게 뒹구는
해질녘, 세상은 한 송이 꽃의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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