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steemCreated with Sketch.

in #steemzzang3 years ago

황소바람이 문풍지를 밀고 들어오는 겨울밤
무거워서 싫다는 솜이불 안에서
동생들과 발가락을 간지르며 웃었다

개짖는 소리 가까워지고
마루밑에서 자던 검둥이가
컹컹거리며 마중을 나가고
익숙한 목소리들이 문을 흔들었다

초가집 추녀마다 잠든 참새를 잡아
울밑에서 구워먹는다는 소리에
참새를 다 잡아 가면 어쩌나 조리는 마음이
겨울을 가로질러 달리고 있었다

그 겨울의 시/ 박노해 시인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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