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2 months ago

장마가 끝났다고는 해도
혼자 된 여자를 넘겨다보는 남자의
불룩나온 배처럼 시커먼 구름이
소문처럼 무성했다

코스모스 같은 여자에게
눈물 둥지 같은 구름이 퍼붓는 소나기에
풀린 현수막처럼 흔들렸다

여자는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렸지만
늘 그 자리에서
분홍, 자주, 드문드문 하얀 꽃을 피웠다
노란 꽃술을 밑천으로
소나기를 견디며 가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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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소나기/ 권애숙

그렇게 늘 오더라
누군가를 기다리며 혼자 중얼중얼
마루청에 누어 있을 때
뒤척뒤척 먼 산 파고 있을 때
느닷없이 후두둑 쾅쾅 사방을 두들기는
사랑, 혹은 이별
마당가에 흥건히 붉은 봉숭아꽃물 찍어대며
기습적으로 와 전부를 흔들더라

깃털 다 젖은 새처럼 할딱거리며
우왕좌왕 비에 젖어가는 것들
거두어들이다 보면
설레이던 처음은 얼룩만 남긴 채
분분히 사라지고
깊이 패인 물웅덩이만
울먹거리고 있더라

사랑아, 한때 소나기
너는 우레처럼 왔다 가고
미처 개켜들이지 못한 나,
후줄군하게 젖어
바지랑대 높이 사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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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견디면 사랑하며

I can't appreciate it with it's full context in your language.
But. It's really touching with the images & poignant feel it creates with grace & emotion.
(thanks: google trans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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