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장마가 끝났다고는 해도
혼자 된 여자를 넘겨다보는 남자의
불룩나온 배처럼 시커먼 구름이
소문처럼 무성했다
코스모스 같은 여자에게
눈물 둥지 같은 구름이 퍼붓는 소나기에
풀린 현수막처럼 흔들렸다
여자는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렸지만
늘 그 자리에서
분홍, 자주, 드문드문 하얀 꽃을 피웠다
노란 꽃술을 밑천으로
소나기를 견디며 가을을 기다린다
한 때 소나기/ 권애숙
그렇게 늘 오더라
누군가를 기다리며 혼자 중얼중얼
마루청에 누어 있을 때
뒤척뒤척 먼 산 파고 있을 때
느닷없이 후두둑 쾅쾅 사방을 두들기는
사랑, 혹은 이별
마당가에 흥건히 붉은 봉숭아꽃물 찍어대며
기습적으로 와 전부를 흔들더라
깃털 다 젖은 새처럼 할딱거리며
우왕좌왕 비에 젖어가는 것들
거두어들이다 보면
설레이던 처음은 얼룩만 남긴 채
분분히 사라지고
깊이 패인 물웅덩이만
울먹거리고 있더라
사랑아, 한때 소나기
너는 우레처럼 왔다 가고
미처 개켜들이지 못한 나,
후줄군하게 젖어
바지랑대 높이 사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견디면 사랑하며
I can't appreciate it with it's full context in your language.
But. It's really touching with the images & poignant feel it creates with grace & emotion.
(thanks: google transl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