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last year

거울을 보면서
이마가 넓어진 듯한 느낌은
샴푸 할 때마다 빠져나오는
머리카락이 있던 자리였을 것이다

점점 설핏해지는 기억도
머리카락에 매달린 기억세포들이
언제가 읽는 칸타타의 얘기를 잊지않고
머리카락에 붙어 탈출을 시도했다는 추측이다

허름한 쪽머리에서 비뚤어지던 비녀를
고쳐 꽂을 때마다 혼잣말을 하면서
앞세운 딸 대신 해당화를 가꾸던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의 뒷모습을 닮아
곱게 피던 해당화처럼
뒷모습을 따라 살고 있을 얼굴이
오후의 햇볕처럼 늘어지는 몸을
벌떡 일으킨다

image.png

내 뒷모습 /허연

다른 사람 카메라에 찍힌
내 뒷모습을 보며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필 왜 그때 너는
하얀 부표처럼
천변에 서 있었는지
왜 하필 장마였는지

또 수년이 흐른 오늘
쏟아지는 비를 보며 생각한다

왜 하필 그날 절룩거리는 운명이
송곳니처럼
내 목을 죄어왔는지

취중에 휴대폰을 만작거리다
눈 끝이 뜨거워지는 나는
이생에서 또 이렇게 상스럽다
체머리 흔드는 벌을 받으며
왜 또
술잔을 받아 드는지
두 시간째 빗줄기를 바라보며
자꾸만 생각한다
운명이 어느 순간을 만들었고
그 순간들이 내 오랜 뒷모습이 됐음을

Sort: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Coin Marketplace

STEEM 0.04
TRX 0.32
JST 0.081
BTC 60778.63
ETH 1619.55
USDT 1.00
SBD 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