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겁결
날 계란을 먹었다.
엉겁결에 먹었다.
날계란을 먹은 이야기를 하기 전에 엉겁결에 대해 검색을 해 봤다.
뜻을 모르는 건 아닌데 그래도...
그러나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엉겹걸은 엉겁결에 비표준어라 한다.
이런 걸 보면 내가 뭘 알고 있나 싶다.
제대로 아는 게 없는 거 같다.
이왕 나온 이야기이니 정말 엉겁결에 날계란을 먹었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점심을 먹었다.
평소보다는 좀 이르다.
그것도 어머니와 같이 삼계탕을 먹었다.
물론 짐에서 애터미 삼계탕으로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커피를 한잔 하려 커피포트에 물을 넣고 전기스위치를 눌렀다. 뭔가 아쉬운 거 같아 두리번거리니 아침에 아침이면 매일 먹는 삶은 게란을 안 먹은 생각이 났다.
그래서 계란을 삶는 그릇 뚜껑을 열어보니 계란리 세알이 들어 있다.
물론 물도 적당히 있다.
그러니 당연히 삶은 계란이려니 했다.
분명 아침에 가스 불위에 계란 삶는 냄비가 올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니 생각하기를 이 사람이 얼마나 바빴으면 꼭 챙겨 먹는 계란을 안 먹었지
아침이면 하나씩 먹는 게란을, 이렇게 생각하고 계란을 하나 꺼내서 싱크대 모서리에 툭 쳤다.
그런데 이거 뭐람, 그냥 확 깨지면서 깨진 게란에서 나온 계란 내용물이 손에서 흐르는 거 아닌가, 얼른 보니 노른자도 보이고 순간 입으로 가져다 훅 마셨다. 날계란 특유의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목으로 꿀꺽 넘어간다.
엉겁결에 먹어본 날계란이다.
기대가 된다.
저녁에 아내도 나와 같은 일을 겪기를...
ㅎㅎㅎ
인생은 이래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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