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매입은 역시 발품을 팔아야

in #steem23 hours ago

토지 매입은 역시 발품을 팔아야/cjsdns

그랬다.
뿌듯한 마음으로 호기 있게 들고 가려고 한 토지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동화마을을 나서니 짐은 더욱 무거워졌다.
땅을 떠가지는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지 만은 않다.
나는 토지를 양손에 들고 쩔쩔매며 찐 여름 서울 한복판을 걷고 있는 게 아닌가, 땀은 소낙비 맞는 차창 앞유리에 흘러내리는 빗물처럼 흘러내린다.

별 생각이 다 든다.
그러나 기분은 상쾌하다.
그냥 찾는다고 손수레를 파는 가게가 나올 것도 아니니 종로5가역을 향해 걸어가면서 연실 두리번 거린다.
저만치에 비슷한 뭔가 보여 부지런히 가보면 아니다.
마치 사막에서 신기루를 보고 쫓아가면 아닌 것처럼 그런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포기할 내가 아니다.
책을 묶은 끈이 손을 조이듯 무게를 전해오면 다시 왼손과 오른손이 바통 터치를 한다.
물론 무게는 비슷하다 해도 손을 바꿔가며 들고 가는 게 잠시 손을 쉬게 하는 효과가 잇으니 연실 그렇게 했다.
그 흔한 목장갑하나 없이 들고 간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러나 궁하면 통하고 구하면 얻으리란 말처럼 저 멀리에 뭔가 또 보인다.
달음질하듯 가보니 막 가게를 닫으려 물건을 안으로 들이고 있었는데 한눈에 들어오는 게 핸드키트라는 손수레가 보이는 게 아닌가.
이제 살았구나 싶어 물건을 살피며 가격을 물으니 참 성의 없게 대하는데 그렇다고 다른 곳을 찾아갈 형편은 아니었다.

이것저것 살피며 생각하기를 이왕 사는 것이면 좀 나은 것으로 사서 집에다 두고 두루두루 사용하면 좋겠다 싶어서 골랐다.
가격은 3,5000원이라 해서 현금으로 지불하고 책을 실었다.
책을 실은 핸드키트를 끌고 역으로 향하는데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언젠가 토지를 계약하고 집에 가던 그런 느낌이었다고 할까, 아니면 그보다 더 좋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싶었다.

이 토지나 저 토지나 토지는 역시 사고 나면 기분이 삼삼하게 좋은 것인가 보다.
기분 좋게 끌고 역으로 향해서 도착하니 난관은 또 있었다.
그렇게 잘 보이던 엘리베이터가 안 보이는 것이다.
결국 계단으로 내려가는데 들고 내려가는 방법밖에 없으니 이 또한 보통 일이 아니었으나 그래도 좋았다.

종로5가역에서 1호선을 타고 청평으로 가는 전철 시간을 확인했다.
상봉역 회기역 청량리 역 모두 확인했다.
아무래도 좀 늦게 가도 청량리에서 타는 게 환승도 없고 오르내리는 계단도 적을 거 같아 한 타임 늦게 있는 청량리 출발 전철을 타기로 마음먹고 청량리로 향했다.

청량리 역에 도착하여 경춘선 플랫폼에 와보니 전철이 대기하고 있었다.
출발 역이니 미리 손님이 탈 수 있게 배려를 하는 것이다.
전철에 올라 타니 시원한 것이 천국이 여기구나 싶었다.
의자에 앉아 청평역 도착 시간을 보니 출발 후 55분 걸려 8시 정각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8시에 도착하니 차 가지고 나와 달라고 했다.
걸은 게 얼마 안 되면 그냥 끌고 가며 걸으면 되는데 여기저기 다니느라 이만 보를 훨씬 넘게 걸었으니 그럴 필요도 없고 사실 많이 피곤했다.

그렇게 해서 토지를 장만했고 무척 흐뭇했다.
그 어느 토지를 장만할 때 좋아하던 그런 느낌이상으로 좋았고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어 좋았고 꾸준하게 마음의 양식을 생산해 줄 그런 토지라서 더 좋았다.
새책이 아닌 헌책이라 더 좋은 것도 토지가 가지고 있는 성격과 잘 어울리는 것이라 생각해서 좋았다.

토지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2024/08/10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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