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9] 스팀코인판의 한 달을 맞이하여

in #sct5 years ago (edited)

연어입니다. 엊그제가 스팀코인판 출시 한 달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제가 기념이 되는 글을 남기려 했는데 이틀간 배앓이를 심하게 해서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에서야 글을 한 번 남겨봅니다.


■ 세계지식포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포럼으로 꼽는 것이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일명 '다보스 포럼(Davos Forum)'입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이 포럼은 세계의 유명 인사들이 거의 총 출동하다시피 하는 포럼이죠. 이런 포럼을 벤치마킹해서 만든 것 중 우리나라에 대표적인 것으로 세계지식포럼(World Knowledge Forum)이 있습니다.

2007년이던가..? 이 세계지식포럼에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당시 200만원쯤 하는 표를 구매하셨던 분이 피치못할 사정으로 제게 표를 넘겨주셨지요. 제게 표를 주시면서 좋은(비싸다는 의미?) 얘기 많이 듣고 와라, 그리고..

저녁으로 스테이크도 줄거다.

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뭐... 스테이크를 떠나서 비록 다보스 까지는 못가지만 '꿩 대신 닭', 그리고 '이게 왠 떡?'이라는 마음으로 이틀정도 참관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 그의 발표는 무엇이 달랐을까?

'세계 유명 석학들의 주제 발표와 대화'라는 저의 기대는 참관한지 얼마 되지 않아 산산조각나고 말았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 비싼 표값이 그저 참가자들의 몸값인건지 그저 이벤트를 위한 돈잔치인 것인지 알 수가 없더군요. 호텔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웅장한 행사였지만, 시간표에 적혀있는 여러 토론회마다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던 저는 조금씩 흥미와 기대보다는 지루함과 실망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전 세계의 석학들이 모여든 국제 포럼인만큼 모든 발표와 토론은 영어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다만 주최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관람객들이 모여드는 자리이므로 동시통역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었지요. 저의 어쭙쟎은 영어실력으로는 meaningful한 의미들을 다 알아듣기도 어렵겠다싶어 동시통역용 헤드폰을 끼고 청강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냥 영어로 들으나, 한국어로 통역되는 말을 들으나 귀에 잘 들어오지 않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게다가 듣다 보면 졸리기만 하고, 왠지 강연자들도 그냥저냥 시간이나 때우려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제가 강연들을 지루하게 느껴서 그런건지 몰라도 여하튼 제가 느끼기에는 참여자들나 방청객들이나 다들 그저 '유명세'에 이끌려 온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죠. 한 참이나 그런 생각에 빠져 하품만 하고 있을 때..

한 강연자가 나와서 발표를 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그가 짧막한 인사와 함께 강연을 시작하는 순간 졸린 눈을 번쩍 뜰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동시통역기도 없이 다이렉트로 말이죠. 그가 농담을 하면 같이 웃고, 그가 심각한 이야기를 하면 자못 진지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는 정말로 '그가 우리에게 무슨 말을 전하고 싶은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잉글리쉬'였는데 말이죠!


■ 소통, 그것은 영혼이 담긴 그 무엇

이틀동안 포럼내에서 수많은 토론회와 강연들을 들어봤지만 제게 기억이 남는 강연은 딱 이 분의 강연 뿐이었습니다. 저는 대체 이 사람이 누군지 호기심이 일어 집에 돌아와 자세한 신상명세(?)를 털기 시작했습니다. 국적은 터키, 주로 학계와 행정쪽에서 근무를 해왔고, 우리로 치면 '차관(次官)'급 직위까지 올랐던 사람이었습니다. 성격이 밝고 외모도 상당히 젊어보였지만 그리 적은 나이도 아니더군요.

그리고 쉽지 않게 찾았지만 이 분의 몇몇 발표도 인터넷을 통해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 방식은 제가 보았던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습니다. 무슨 얘기를 들어도 그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정말로..

대화를 하려는 사람이었습니다.

세계지식포럼에서 보여준 그의 이야기가 제 귀에 쏙 들어온 이유가 그의 영어 때문이었을까요? 그의 주제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그의 화법 때문이었을까요?

저는 그가 다른 모든 참가자와는 다르게 진정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에게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상대의 반응을 체크하면서 이야기를 조절해 나갔고, 이런 시간은 듣는 우리에게도 유익하고 말하는 본인에게도 보람되기는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대부분의 강연자나 토론 참가자가 이런 자세를 갖추었다면 저는 그 표값이 200만원이 아니라 설령 2천 만원이었다고 해도 아깝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뭐, 버핏은 함께 점심을 하는데 몇 억, 몇 십억을 내야한다는데 말이죠.

결국, 소통은 영혼을 동반한다는 것... 영혼없는 대사와 글로는 소통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시점이었습니다.


■ 스팀코인판에서의 한 달

참으로 쉽지 않은 한 달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격려, 지지, 응원, 지적, 훈수, 반감, 공격 등등 그 동안 스팀코인판과 단체 톡방을 매개로 한 왠만한 종류의 반응은 다 겪어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느끼는 점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 그래도 거의 모든 경우에 최소한의 매너들을 지켜주셨다
  • 어떠한 내용이든 화자는 자신의 이야기에 영혼을 담았다고 본다

이 두 가지는 너무나 중요한 부분입니다. 저에게, 그리고 아마도 여러분 모두에게...
매너가 있고 자신의 이야기에 영혼을 담아 전하려고 한다면 설령 그 내용이 나의 생각과 맞지 않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간을 좀 들이고 생각을 가다듬다 보면 그 내용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또 어떻게 응대해야 할지가 생각나게 됩니다. 적어도 저에게 이 번 한 달은 그런 과정의 반복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글들은 읽다보면 마음이 쓰라려오기 마련입니다. 속은 뒤집힐거 같고 변명이든 뭐든 마구 하고 싶어질 때도 있죠. 저도 한 명의 사람이고 생각과 가치관, 위치 그리고 이해관계라는 것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대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매너를 지키고 자신의 이야기에 정말 자신의 생각을 오롯이 담았다면, 즉 영혼있는 이야기를 했다면 상대는 그 이야기를 가볍게 흘려듣지 못합니다. 저는 지난 한 달간 이 스팀코인판이 수많은 영혼이 담긴 이야기들로 가득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기존의 스팀잇 KR 공간보다는 말이죠. 그것이 한 달이라는 시간이 저에게 남겨준 가장 큰 보람이기도 합니다.


■ 영혼없는 포스팅, 대체 얼마나 갈 수 있을까요?

아시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슬슬 '영혼없는 포스팅'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sct'라는 태그만 달면 이 곳에 글이 보이는 이유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문제 때문에 고심을 안 한것은 아닙니다. 운영팀 내에서도 논의가 있었고, 단톡방이나 여러 글들을 통해 의견을 듣기도 한 문제입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이 곳 스팀코인판에 들어오는 발길을 억지로 막으려 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어떤 나름대로의 정당한 이유를 근거로 다운보팅들을 한 적은 있습니다. 그러나 잠시의 미봉책일 뿐 근본적은 해결은 아닐 것입니다.

자, 이것은 정말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명확한 기준 하나 그어놓고 그 선을 넘으면 강력하게 제제하는 방법도 물론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 책상에 금 그어놓고 지우개나 연필이라도 넘어오면 짝꿍한테 뭐라고 하듯이 말입니다. 다들 그래보셨을테지요. ㅎㅎ그러나 그보다 한 단계 차원이 높은 방법은 없을까? 무언가 더 자연스러우면서도 자발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고민을 어떻게 생각하고 풀어가야 할까? 이것은 지금도 진행형인 숙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것은 '영혼'이었습니다. 이곳에는 물론 딱딱한 성격의 글도 많습니다. 프로그램 코딩 같은 것이 주된 내용이 될 경우 그러할 수 있을것입니다. 사교 모임에서나 어울리는 화법과 내용으로 가득찬 곳은 아니지요.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설령 코딩 하나 뜩~하니 올려놓았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나름대로 진정성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리 화려하게 꾸미더라도 '뭔가 이상한데?'라고 눈치를 챌 수 있습니다. 그런 눈치로 조금 살펴보면 매우 이상한 의도와 접근이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육감(六感)이야말로 호모 사피엔스의 특징인가요?


■ 필요한 것은 시간, 그리고 우리의 정성

결국 필요한 것은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 주제나 수준의 문제가 아닙니다. '영혼 없는 글'에 대한 참여자들의 반응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두드러지고 정확하게 드러납니다. 많은 분들이 간접적인 메세지를 보냅니다.

  • 나는 당신의 이런 글에는 관심이 없답니다.
  • 조금 다르게, 그리고 더 매력있게 해보시면 어떨까요?
  • 그러면 비로소 나는 당신의 글에 관심을 가져볼 것 같습니다.

뭔가 비슷하지 않나요?

  • 나는 당신의 구애에 아직 관심이 없답니다.
  • 조금 다른게, 그리고 더 매력있게 접근해 주시면 어떨까요?
  • 그러면 비로소 나는 당신이란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볼 것 같습니다.

'sct' 태그 하나 달고 별의별 포스팅이 엮여서 올라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살펴보면 그런 글들이 오래 버티지는 못 할 것입니다. 다운 보팅이나 경고도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이웃들에게는 더 마음이 끌리는, 더 사람 내음이 나는, 더 유익한, 더 재미있는, 더 알고 싶은 글들이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그런 포스팅을 접하기도 바쁜데 아무런 영혼이 담기지 않은 포스팅에 시간과 관심을 두는 이들이 있을까요? 결국 소외되고 도태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지금은 과도기, 그리고 시작의 단계

빠르다면 빠른 이 커뮤니티 세상에 한 달이란 시간은 과도기에 들어선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무언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죠. 그러나 조금 길게 보면 그저 시작의 단계일 수도 있습니다.

스팀코인판이 무언가 뚜렷하고 명확한 것을 제시하고 간다고 보긴 어려울 것입니다. 흔한 백서 하나 없고 말이죠. 그저 몇 일마다 무언가를 보여드리기는 합니다만.. 그런 패턴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선명함 없이 무언가 던져대는.. 제품의 견고함 보다는 사은품으로 어필하려는 것 같은 그런 기분 말입니다.

어쨌거나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스팀잇 KR에서의 활동보다 더 활기를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소득입니다. 지난 한 달간의 여정에서요. 좀 바꿔 얘기한다면, 이전의 KR은 활기가 필요했나 봅니다. 비록 판은 소수의 운영팀이 깔아보았지만 그것을 채워준 것은 바로 여러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축하합니다. 스팀코인판의 한 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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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엇보다 우리가 맘껏 즐길 수 있는 큰 장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어려운 길이겠죠. 하지만 화이팅입니다. ^^

헉;; 연어님 건강 조심하세요~

글에서 진심이 꾹꾹 전해집니다..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최근 본 영화들 보다 스판이 훨씬 다이나믹한 것 같아요. 두분 감독님들 앞으로도 재밌는 시나리오 기대하겠습니다~ㅎㅎ 건강 챙기시구요~ ^^

축하합니다.
그리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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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수고 많으십니당~💙
건강 토닥~토닥~토닥~ 힘내셔요~

항상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한 💙 오늘 보내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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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maintain good manners and put your own thoughts in your own story, or if you have a hearty story, your opponents will not be able to hear the story lightly.

I am interested in your sentence, it is very meaningful.

Keep in good health :)

'sct' 태그 하나 달고 별의별 포스팅이 엮여서 올라옵니다.

가슴이 찔끔하네요...

언제나 응원합니다. 멋지세요..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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