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 Vegas Hotel Tour #1] 마피아가 세운 가장 오래된 라스베가스 호텔, 플라밍고

in #photokorea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여행하는 피라미 쏭블리입니다. :)

@songvely Apr. 19. 2018.




라스베가스에는 정말 많은 호텔이 있습니다. 링큐 호텔의 대관람차 안에서 바라본 라스베가스의 풍경은 호텔들이 뿜어내는 불빛으로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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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els.com에서 본 라스베가스 지도

호텔이 밀집한 지역 중 윗쪽이 다운타운(구도심), 아래쪽에 길게 호텔들이 늘어선 길쭉한 길이 스트립(strip)으로 신도심입니다.


각 호텔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기만의 개성과 자랑거리를 만들어 왔습니다. 룩소르는 호텔을 피라미드 모양으로 지었고, MGM 그랜드는 로비에 사자를 키웠으며, 파리스 호텔은 에펠탑을 세웠습니다. 써커스 써커스는 24시간 무료 서커스를 공연했고, 뉴욕뉴욕은 자유의 여신상과 롤러코스터를 호텔 안에 세웠습니다. 저는 살아남기 위해 특별해 질 수 밖에 없었던 라스베가스 호텔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제가 들렸던 라스베가스 호텔을 하나씩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

생각해보니 예전에 친구들과의 여행 이야기를 적었던 벨라지오 호텔 포스팅이 있더군요. 벨라지오는 마침 오늘날 라스베가스의 상징이라고 말할만한 호텔이기에 라스베가스 호텔 투어 #0 또는 프롤로그 정도로 이름 붙여도 될 것 같아요. 오늘은 본격적인 라스베가스 호텔 투어 1편을 적어봅니다.


H O T E L F L A M I N G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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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라스베가스 호텔 중 첫번째 호텔을 무엇으로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정한 곳은 바로 ‘호텔 플라밍고’입니다. 그리 화려하거나 고급스러운 호텔은 아니지만 라스베가스에 세 번째로 세워진 호텔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호텔이거든요.

1931년, 후버댐의 건설과 함께 수많은 노동자들이 네바다로 몰려들었고, 라스베가스의 인구는 5,000명에서 25,00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여흥을 위해 굳이 사막 한 가운데의 라스베가스를 찾는 이는 드물었습니다. 일반적인 카지노나 사교 클럽은 다른 곳에도 이미 있었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당시 마피아였던 벤자민 시걸은 라스베가스에 조금 다른 모습의 호텔을 짓기로 결심했습니다.


버러지라 불린 마피아, 벤자민 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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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시걸은 훤칠한 키, 잘생긴 얼굴을 갖고 있었지만 하는 행동은 버러지같다고 해서 벅시(Bugsy)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살인, 강간, 마약 거래 등 닥치지 않고 범죄를 저질러 온 마피아였죠. 거리의 상점들에게 자릿세를 받는 것을 넘어 LA의 영화 촬영소를 착취하기 시작한 벤자민 시걸은 그 곳에서 여배우, 버지니아 힐을 만나게 됩니다.


버지니아 힐, 그리고 플라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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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시걸의 플라밍고, 버지니아 힐


당시 가정이 있던 벤자민 시걸과 이미 많은 범죄자들과 염문을 뿌리던 버지니아 힐은 서로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그는 버지니아 힐의 애칭이었던 플라밍고라는 이름의 호텔을 짓기로 마음먹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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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시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벅시의 대사 중


버러지라 불렸을지언정 벤자민 시걸의 꿈은 원대했고, 새로웠습니다. 사막 위에 궁전을, 오아시스를, 호텔 하나가 아닌 파라다이스와도 같은 도시를 건설할 꿈을 꾸었던 그는 1945년, 그 꿈을 실행시키기 시작했습니다.


1945년 벤자민 시걸은 곧 막대한 마피아의 자금을 끌어와 허허벌판에 ‘호텔 플라밍고’를 짓기 시작했다. ‘호텔 플라밍고’는 이전까지의 모텔 카지노와 달리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카지노장이 광활하게 펼쳐지는 방식을 취했다.

(오영욱. 나한테 미안해서 비행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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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까지의 라스베가스 호텔들이 1번처럼 배열되어 있던 것과 달리, 벤자민 시걸이 지은 호텔 플라밍고는 2번처럼 거대한 광고사인이 앞을 장식하고, 호텔이 넓은 카지노를 중심으로 감싸며 주차장을 뒤에 두는 구조였습니다. 요즘은 더 나아가 모든 것이 한 건물 안에 들어선 4번 형태의 호텔들이 대부분이지만 말이죠.

플라밍고 호텔의 건설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완공은 지체되었고, 예상했던 200만 달러를 넘어 600만 달러라는 당시로서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가게 됩니다. 게다가 벤자민 시걸과 버지니아 힐이 스위스 은행에 100만불을 숨겨놓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국 벤자민 시걸은 1947년 6월 20일, 두 발의 총알에 두개골을 관통당한 채 사망했습니다. 호텔 플라밍고가 문을 연 1946년 12월 26일로부터 고작 반 년이 지난 후였죠. 그리고 20년 후, 버지니아 힐이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자살하면서 두 사람의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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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Rare photos reveal how Las Vegas has transformed over the years | Daily Mail Online

위의 기사에는 라스베가스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멋진 사진들이 가득합니다. :) 무희들에게 둘러싸인 프랭크 시나트라와 공연하는 엘비스 프레슬리, 베가스에서 서프라이즈 결혼식을 올렸던 브리짓 바르도의 사진까지.


이후로도 호텔 플라밍고는 여러가지 재정난을 겪으며 운영권이 이리 저리 옮겨다니는 수모를 겪었지만, 7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모습을 바꿔가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모던한 새 호텔들에 밀려 구닥다리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플라밍고 호텔이야말로 라스베가스의 시작을 알린, 지금의 라스베가스를 있게 한 호텔이 아닐까 합니다.


H O T E L F L A M I N G O 살 펴 보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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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서 보이는 것처럼 라스베가스 스트립에서 딱 중간!! 위치상으로는 정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위치를 갖고 있습니다. 어쩌면 가장 먼저 세워졌기 때문에 플라밍고 호텔을 중심으로 다른 호텔들이 건설되다보니 이런 위치적인 장점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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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스트립 중앙에 있는 호텔들은 가격대가 높기 마련인데 플라밍고 호텔은 가격대가 상당히 저렴합니다. 그만큼 세련됨이나 럭셔리함은 부족하지만 합리적인 가격과 위치면에서는 최고라고 할 만 합니다. (가장 저렴한 방 기준 $70 이하일 때가 많고, 라스베가스 호텔 특성상 시기에 따라 $200 가까이 오르기도 합니다.)



플라밍고 호텔의 로비입니다. 대리석 바닥과 스트라이프 무늬 인테리어가 좀 노후된 느낌입니다. 꽤 큰 호텔이라서 로비 자체는 널찍하구요.

여행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집까지 계속 운전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 라스베가스에서 하루 쉬었다 갈 작정이었습니다. 무조건 저렴한 곳을 검색하다 플라밍고에 들리게 되었죠. 게다가 밤에 왔더니 좋은 방이 남아있다며 부탁도 안 했는데 스위트 룸으로 바꿔주었습니다. 가끔 늦은 시간에 체크인하면 생기는 일인데 어차피 더 이상 예약이 들어올 것 같지는 않고 방은 남았으니 서비스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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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받은 플라밍고 호텔 스위트 룸.

제 인생 이렇게 촌스러운 스위트룸은 처음 봤으나 방은 널찍했습니다. 소파와 사이드소파, 큰 소파 테이블이 있었구요. 의자와 긴 테이블, 벽걸이 티비, 곳곳의 스탠드. 스위트룸인데 수동 커튼이라 조금 놀랐지만 그 날 제가 결제한 금액은 $45였으므로 감사히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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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시그니처 컬러가 플라밍고 핑크라서 호텔 구석구석이 다 저놈의 분홍색으로 가득합니다. 복도, 엘레베이터, 방까지 눈이 아플 정도로 철저히 분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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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플라밍고 호텔 안에는 진짜 플라밍고들이 사는 작은 동물원이 있습니다. 냄새가 좀 많이 나지만.. 투숙객이 아니어도 관람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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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은 이런 모습입니다. 조명때문에 어두 침침했던 거실과는 많이 다른 느낌입니다. :) 반짝거리는 침대 헤드가 거슬렸지만 다시 한 번 내가 낸 싸디 싼 숙박비를 떠올리며 감사의 마음을 가졌습니다. 일단 상당히 넓은 공간이었고, 침대도 매우 넓고 침구도 편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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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 한 켠에는 대리석 테이블. 그 위에 커피머신, 금고, 넓은 옷장이 있었습니다. 욕실도 상당히 넓은 편이었고 세면대도 두 개가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세련미를 버리고 공간을 취했더군요. 아무래도 리뉴얼 된 지가 조금 오래되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 런 분 에 게 추 천 합 니 다 .



  1. 저렴한 가격에 스트립 중앙 호텔을 찾는 분
  2. 호텔에서의 럭셔리 휴양보다는 라스베가스 스트립 관광에 포커스가 있는 분
  3. 위의 조건들을 위해 룸인테리어를 포기할 수 있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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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바로 앞에 보이는 분홍색 건물이 플라밍고 호텔입니다. 시저스 팰리스 호텔 맞은편이라서 벨라지오까지 걸어서 5분 정도밖에 안 걸립니다. 걸어서 관광하는 분들에게는 정말 좋은 위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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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시걸과 버지니아 힐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신 분은 벅시(1991)라는 영화를 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상당히 미화된 경향이 있지만 젊은 날의 아네트 베닝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음악이 무려 엔리오 모리코네입니다. 이 영화를 촬영한 후 벅시를 연기한 워렌 비티는 52살의 나이에 아네트 베닝과 21살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결혼합니다. 그 후 아네트 베닝과 워렌 비티는 러브어페어(1995)에서 또 다른 사랑의 모습을 보여줬죠. 두 영화 모두 음악이 참 좋습니다.

벤자민 시걸이 1940년대가 아닌 오늘날을 살았다면 어땠을 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가난한 유대인 이민자의 집이 아니라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그래서 범죄의 길로 빠지지 않았다면, 그의 선구자적 통찰과 추진력으로 더 많은 것들을 이뤄내지 않았을까 아쉽습니다.




[ Referenc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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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 정말 멋지네요
죽기전에 꼭한번 가보고 싶네요^^

라스베가스 언젠가는 꼭가보고 싶은 도시네요. ㅎㅎ

CSI 말고는 라스베가스를 알 길이 없는 1인이네요 ㅠㅠ

벅시영화가 이 내용을 바탕으로 한 거군요. 몰랐어요^^
여행지에서 정말 화려한 곳에 머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스토리와 역사가 담긴곳에 머무는 곳도 정말 멋진거 같아요.
더구나 송블리님처럼 이런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여행의 묘미는 더욱 크겠죠^^

라스베이거스의 밤은 엄청 화려하고 볼거리로 넘치는 군요.
언젠가 한번은 가보고 싶은 장소입니다.

👨 벅시~ 아네트베닝 젊은날 정말 좋아했던 배우였는데 ㅎㅎ
플라밍고 위치는 꿀인데 노후된 인테리어가 아쉽네요! 싸니까 샘샘인건가요 ㅎㅎㅎ 범죄조직의 우두머리들은 대부분 범죄수익으로 제도권 사업을 벌이려 하지만 대부분 실패를 하는 패턴이 있는것 같아요. 손씻기란 정말 어려운것!

아 포스팅 보니까 영화 벅시 생각이 나네요. 아 다시 보고 싶어져요. 하지만 애새끼들 재우다 잠들어버려서 오늘도 못 보겠지...

라스베가스는 커녕 아직 미국을 한번도 못가봐서...
언젠가 한번 꼭 가보고 싶네요(중간에 스트립 관광이라고 해서 잠깐 흠칫 놀랐다는...)

멋진 도입부 진행에서 시작된 제 기대감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전 로비에서 사자를 키우는 MGM이 젤 궁금하구만유

오늘도 큐레이팅 슥-
사진예술 잘 보고갑니다 :D

봄비가 내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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