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화엄사의 장독대를 보면서

in #oldstone6 years ago

자료를 찾다 보니 화엄사 일주문이 훨씬 앞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내가 포스팅한 일주문이라는 것이 불이문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차를 타고 다니면서 왜 일주문을 보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혼자 다니다보니 그런가 보다. 그런데 불이문이라고 하는 것이 과연 불이문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원래 불이문이나 해탈문이라고 쓴다. 그런데 지리산 화엄사라고 써 놓았다. 아마 지금의 일주문은 최근에 조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는 일주문이 그 앞에 없었는데 새로 만들어 놓은 것 같다. 그리고서 과거의 일주문을 불이문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만일 새로 일주문을 만들어 놓았다면 괜한 일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냥 그대로 두어도 파격의 미가 있고 또 나름의 의미가 있는 법인데 말이다. 남들이 하니 나도 같이 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불교는 원래 개성의 종교라고 생각해왔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그래서 각각의 개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멋이 있는 법이다. 남들이 한다고 다 똑같이 할 필요는 없는 법이다.

천왕문을 지나서 바로 왼쪽에 상왕문이라는 이름의 문이 있다. 코끼리 왕의 문이라는 뜻인데 그게 무엇을 의미할까 하면서 안으로 들어섰다. 스님들이 거처하는 요사채가 나온다. 그리고 그 옆에 장독대가 있다. 그리 많지 않은 장독대가 놓여 있다. 장독대를 보면서 우리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마침 지리산 반대편에서 절일을 도와주고 있는 친구와 통화를 했다. 김장을 한단다. 800포기 정도를 담근단다.

삶은 무엇을 이루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주어진 삶을 살아 내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래서 매일매일 매시간 매시간 살아가는 순간이 중요하다. 장독대를 보면서 삶이란 시간의 흐름을 간직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료한 것이었다. 그냥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보면서 나를 온전하게 즐기지 못했다. 지금도 그렇다.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평생을 보낸 듯 하다. 그냥 온전하게 흘러가는 시간에 나를 맡기지 못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무료하지 않고 편안한 것이 도의 경지가 아닐까 ? 당연히 그냥 조용히 앉아 있어도 시간의 숙성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마치 장독대에서 익어가는 장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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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를 돌아가니 스님들 거처가 나온다. 한 스님이 빨래를 걸고 계신다. 따뜻한 햇볕에 이불이며 두터운 옷들을 햇볕에 말리고 있는 것이다. 스님 거처를 슬쩍 엿보았다. 한칸 정도 되는 방에 책 몇권정도만 있고 아무것도 없다. 벽에난 창문으로 햇볕이 보석처럼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스님은 거기에서 소제를 하고 있었다. 단순하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많고 복잡한 화엄사의 구석에서도 시간은 느리게 가고 있었다. 삶을 빨리 살것인가 느리게 살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온전히 나의 몫이란 생각을 하면서 화엄사 경내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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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과 장독대가 너무 잘어울리네요~
화엄사를 아직 못가봐서
저도 사찰여행 너무 좋아해서요^^

사찰여행 올려주시는거 잘 보고 있습니다
못가본데도 찜하고 있구요 ㅎㅎㅎ

가을 단풍에 어울어진 장독대가 멋스럽네요~
800포기 김장이라니 ... 사찰들은 요즘도 엄청난 양을 하는군요!
이제 겨울... 눈 쌓인 장독대로 정말 보기 좋을듯 하네요!

발을 벽에 대고 누워서 팔을 좌우로 또 머리 위로 뻗으면, 손이 벽에 닿던 공간이 생각납니다.

  • 남들은 가깝하다고 했지만, 불을 끄고 누우면 포근하고 아늑한 기분이 들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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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의 두툼한 모양새가 시간을 넉넉히 품고 있을 것 같아요. :) 묵직함 또한 전해지니, 나풀나풀 거리는 생각들이 자연스레 가라앉는 기분입니다. 느리게 살고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그리고 그 시간을 감사히 여기는 와중에도 아주 작은 일로 조급해지는 제 자신이 떠올라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스님들의 겨울을 책임 질 소중한 양식들이군요!

요즘엔 장독이 보기 힘들지요.
가정에서도 시골에나 가야 장독이 있고
그래서 우리 삶에 기다림이 사라지는듯합니다.
무엇이든 빨리빨리를 외치게 되고...
감사합니다.

장독대 뒤의 풍경이 정말 그림같이 멋지네요.

오늘 저희도 김장했는데 말이죠
800포기 어마어마 합니다.

장독대 뒤의 자그마한 산이 멋지네요.
장독색깔과 너무 잘 어우려 집니다

장독대와 가을 풍경이 어우러져 정말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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