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자의 간호사 이야기] 나는 너였다.

in #nurse6 years ago (edited)

@carrotcake 님께 감사드리며...   

이 대문을 언제쯤 사용할 수 있을까.... 

사실 요즘은 휴직중이라 병동에서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 보다는 계속 이슈가 되는 이야기 밖에 생각나지 않아 간호사이야기를 쓰고 싶지 않았다. 쓰다보면 내가 우울해져서...  

 간호연대 단톡방에 이런 사진이 올라왔다.

 

 1호의 입학.. 3,4호의 새로운 어린이집.. 수영까지 나에겐 바쁜 일이 많았고, 5호도 계속 돌봐야하며 집안일은 산더미 같이 쌓여 있었다. 그래서 난  저사진을 보면서 내 감정을 저 곳에다 쓰고 싶지 않았다. 당장 나와 관련된 것이 아니니 마음 한켠으로 미뤄뒀다.  

하지만 계속해서 올라오는 단톡방의 이야기들.. 기사들... 나의 마음을 괴롭혔다. 

아산병원 앞에 추모 리본을 달았더니 병원에서 새벽에 철거해가서 다시 달러가신다는 선생님도 계시고..

추모식에 가서 자유 발언하다 울음이 터졌다는 이야기도 보인다.

정의당에서도 직장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법안을 발의한다는 이야기도 보인다.

단톡방이 오픈 형태이다보니 상관없는 사람들이 와서 이상한 질문과 말을 하며 그곳에 있는 다른 선생님들을 자꾸 분노케 하는 모습도 보였다. 아.. 정말 남의 상황을 공감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건지.. 공감할 수 없으면 그냥 가만히라도 있어주면 좋을것을...

이렇게 저렇게 계속 보고는 있지만 이에 관해 글을 쓰려고 하면 고민도 하고, 이런 일들을 내재화 해서 계속 생각을 하다보면 내 맘도 같이 힘들어지니 주변 상황이 바쁜 이 시점에는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어제 숙모의 전화를 받았다. 사촌동생이 이번에 간호대를 졸업해서 취직했는데, 하필 대구에서 박봉에 태우기로 악명 높은 곳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나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촌동생이라 나한테 상의하는것이 힘들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나한테 한마디라도 물어봤으면 좋았을것을... 나라면 절대 추천하지 않았을 병원이다.   그리고는 하시는 말씀이 이제 교육 받은지 얼마 안됐는데... 동기가 내 사촌동생을 시쳇말로 따를 시키는 모양이다.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나.. 며칠을 고민하더니 결국 수쌤에게 못하겠다고 말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서 숙모한테...

엄마한테는 정말 미안한데... 나 절대 후회안할테니 그만두고싶어..   

라며 전화도 안받고 구구절절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고 박선욱 간호사가 떠올랐다. 맘이 착찹했다.. 화도 났다.

내가 일하기 힘든건데, 왜 엄마한테 미안한건가... 이 부분에서 화가나기 시작했다. 간호사를 하는 대부분의 딸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것도 화가난다. 자기 인생이지 엄마 인생인가... 

그리고 이렇게 내 주변일이 아니라고 미뤄두었던것이 내 주변일이 되어버렸다.    

숙모가 이래저래 말씀을 하시길래... 됐고, 사촌동생을 점심때 쯤에 집에 보내달라고 했다. 아무래도 엄마의 입장에서 들은 것을 나에게 전달해 주는것 보단 병원 상황을 아는 내가 듣는 게 정확하게 알 수 있을것 같아서..

그런데 아직 연락도 없고 안 오는 걸 보니 사촌동생에게 내 말이 전달이 잘 안됐나보다. 아니면 사촌동생이 나에게 이야기 하기 싫거나...   

사촌동생을 만나게 되면..

좀만 버텨라.. 
사회생활 다 그런거다...
이러고 나가면 다른데 갈 때도 없다. 
그나마 그병원이 괜찮다.   

이딴 이야기는 안 할 것이다. 

이런 이야긴 고 박선욱 간호사도 그럴것이고... 나도 수없이 들어왔다. 

내가 이상한건가? 내가 일을 잘 못하는건가? 를 수없이 되뇌이며 내일은 잘해야지.. 공부 열심히 하면 될꺼야.. 로 희망을 가지고 다시 일을 하러 가지만 병원 상황은 항상 녹록치 않다.   못됨을 너무 많이 쳐드신 선배들은 나의 다짐을 짓밟기 일쑤다. 그러다 사고라도 하나 치면 난 죽을 죄를 지은 사람이 되어 다시 나를 자책한다. 

나는 고 박선욱 간호사였고, 내 사촌동생이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난 다행히 태움의 타겟이 내 친구에게로 금방 넘어가서 만 3년을 버티고 그만둘 수 있었다.   내 친군 나보다 뒤늦게 들어와서 나보다 먼저 그만뒀다. 다행히 병동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희망하는 심사평가원에(상근직이라 대부분 부러워하는 곳이다.) 떡~하니 취직을 해서 그만둔 것이라 박수치며 보내줄 수 있었다.  

그때 그렇게 괴롭히던 선배 간호사들이 내 친구를 부러움의 눈으로 쳐다 볼 때, 난 내 친구가 넘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통쾌했다.  

   JTBC의 소셜스토리 라는 곳에서 동영상을 보았다. 링크를 걸어두니 시간이 되시면 이웃님들도 한번 보셨으면 좋겠다. 

https://www.facebook.com/JTBCstandbyyou/videos/840984839408018/ 

  동영상 후반에 나오는 노래 가사 중

나는 너였다.
나는 너이다. 
나를 잃지 않겠다.
나를 지켜봐줘.
더는 울지 않겠다. 
나는 너이다.   


어떤 사람들이 보기엔 사회생활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 간호사가 뭐가 그리 대단하길래 추모하고 여기저기 기사가 나오냐? 그것보다 더 힘들게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이런 일을 계기로 전국 곳곳의 고 박선욱 간호사였던 간호사들이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안전까지도 보장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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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조직문화라는게 쉽게 바뀌기도 어렵고 ㅠㅠ 병폐와 싸우시는 모든 분들 마음으로 크게 응원해드립니다!!!

넘 어려워요. ㅠㅠ
에빵님 응원감사합니다.

전직간호사로서 마음이 무겁네요...ㅠ.ㅜ

리키님도 같았겠죠?
ㅠㅠ

이번 로메브라더스에서도 그래서 일부러 넣었습니다.

아산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는 제친구도 지금 영혼까지 털리고 있더군요...

언제쯤 해결될까요.

그 부분 맘에 들었습니다. ^^;;

의사나... 간호사나... 태워지는건 마찬가지죠...

한...100년쯤 지나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이 조금 바뀌게 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다들 그런가보네요 ㅠㅠ
보는것관 전혀다른 속사정이 ㅠㅠ

그렇죠... 보이는것과는 많이 다른... ㅜㅜ

아 그래서 그 부분이 있었던 거군요. 지금 읽으면서 로메브라더스에서 나왔던 내용과 맥락이 비슷하다 고 생각했어요

ㅎㅎ 간호사이신 분들은 아마 쉽게 캐치하셨을거예요. 보통 간호사의 문제는 그런 이야기에선 스킵하기 일쑤죠~ 로메브라더스 정도는 되야 언급이 가능하죠..^^
로메브라더스 화이팅!!!!

고질적인 병폐들 다 사라지면 좋겠네요...ㅠ 모두 힘내시란 말밖엔...

아마 제가 죽을때쯤해서 조금씩 바뀌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힘내서 계속 알려야 바뀌겠죠?? 화이팅~!!

제 친구중에도 간호사가 있는데 그 친군 이런 얘긴 한번도 한 적이 없어서 간호사들이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지 첨 알았네요
이긍~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로 어서 빨리 더 나은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사실 예전엔 간호사끼리 이야기 하지 다른 직종에 있는 사람들에겐 말을 잘 안하게 되더라구요. 말해도 공감도 못얻고 해서 잘 안했더랬죠. 근데 요즘은 기사화되고 하니깐 좀더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구요.
나비효과처럼 간호사 처우 개선 문제가 잘 해결되면 다른 곳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확신해봅니다.

제 가족중에도 간호사가 있는데 마음이 아프네요

웅.... ㅠㅠ
그 가족분 토닥토닥 한번만 해주셔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어림짐작은 가능하겠지만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가지고 함부로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간호사는 아니지만 그만큼 태움 문화 비슷한 곳이 끔찍하게 있던 조직을 몇군데 거치면서 심리적으로 많이 피폐했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의 심정이 백배, 천배, 만배 이해가 됩니다. 다행히 저는 운도 따랐고해서 그 시기를 잘 넘겼고 지금 이렇게 있지만...요. 영상 보는데 먹먹합니다. ㅠㅠ

정말 직장생활은 운도따라줘야하는것같습니다..
동영상 보는데 제가 우니깐 애기도 따라울고...
껴안고 같이 울었네요. ㅠㅠ

참 마음이 씁쓸합니다.
우리나라의 의료 혜택이 참 세계 1등이라 생각하면서도
그 안에 일하시는 종사자분들은 이렇게...이렇게나 고생하시는 걸 보면.

애시당초 싼가격에 이만큼의 혜택 제공이 말이 안되는거죠...
이럴거면 나라에서 돈을 더 풀어야하는데...그것도 안하면서 생활 수준이 올라간만큼 혜택도 늘리니 그걸 젤 건드리기 쉬운 임금과 근무환경부터 엉망으로 해놓으니 결국 이렇게 터지게 됩니다.

에효... 정말 힘들죠... 간호사...

친구들이 대학병원 간호사였던 친구들도 많고..
지금 병원에 일하며 다른 부서지만 간호사 선생님들 많이 보는데...
위계질서가 참... 장난이 아니더만요....ㅠㅠ
업무 강도도 쎄고 말이죠.

환자 히스테리 + 보호자 히스테리 + 빡센 업무강도
=만으로도 너무 힘든데

거기에 교대근무+위계질서+쓸데없는일들(장기자랑등)

.....
간호사들 화이팅입니다....
간호사들 많이 번다 하는데 사실 많이 버는것도 아니에요..
교대근무하고 업무강도에 비해서는 진짜루

대학병원은 일의 강도때문에 나가고...
다른 병원은 페이가 터무니없이 적어 나가고...
이래서 두명중에 한명은 유휴간호사라는...
슬픈 현실이네요.
위계질서도 참 쓸때없는것 같아요.

같은 직업을 가지면 공감하게 되는 부분들이 많지요..빠른 시일 내에 간호사들의 처우가 개선되길 바랍니다. 저도 주변에 간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남일 같지 않네요..

마치 간호사처럼 공감해주시는 사랑하는 이웃님이 오셨군용. ^^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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