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소리

in #krsuccesslast year (edited)

“여름은 시끄러워서 싫어요.”

쉬는 시간이었다. 흡연 구역에서 그와 담배를 피우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이 말을 들었다. 반갑고 놀라웠다. 처음이었다. 나와 같은 이유로 여름이 싫다는 사람을 만난 건.

도시의 여름도 시골의 여름도 모두 시끄럽지만 아무래도 시골이 낫다. 적어도 풀벌레들은 폐 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박박 긁어모은 우렁찬 가래침 소리와 걸쭉한 욕설을 내뱉지는 않는다. 여름 한낮의 매미 소리와 여름밤의 풀벌레 소리는 그래도 견딜만하다.

어젯밤 창밖에서 꺅꺅거리는 수컷 사피엔스들의 괴성에 잠이 깼다. 새벽 두 시였다.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들었던 바로 그 소리다. 울창한 열대우림에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원숭이들의 비명 소리.

이 소리를 들으면 다윈의 진화론을 굳이 읽지 않아도 원숭이와 인간이 같은 영장류라는 걸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특히 수컷 원숭이들은 자신의 영역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소리를 지른다고 한다. 개가 길거리 곳곳에 마킹하는(오줌 싸는) 것 같은.

고요한 새벽, 수컷 사피엔스들이 입으로 사방에 오줌을 뿌려대는 소리를 잠결에 들으며 생각한다.
아. 이제 완연한 여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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