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고민을 털어놓지 못 하는 딱한 사람

in #kr-philosophy8 years ago

pg.jpg

사람에게는 깊은 고민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 주제는 다양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단순한 고민이 아니라 '깊은' 고민이라고 부르는 주로 주제는 답은 없고,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위안을 얻기도 어려운 고민이다. 이러한 고민들은 '가까운 사람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실은, 가까운 사람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가까운 사람에게'는' 할 수 없는 이야기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크게는 이야기 자체가 가까운 사람들과 밀접하게 엮여있어 가까운 사람에게는 털어놓기 어렵거나, 가까운 사람이란 오래토록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기에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게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참 슬픈 일이다.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가벼운 고민만을 가까운 사람과 나누고, 혼자서 해결하기 벅찬 고민은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니 얼마나 슬픈 일인가.

혼자서만 안고 있기에는 힘들지만 도저히 가까운 사람에게는 털어놓지 못 하고, 가깝지 않은 사람에게 털어놓는 경우도 있다. 내 치부를 알아도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없는 사람, 내 가까운 사람들과 엮여있지 않아서 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없는 사람에게 털어놓는다. 이 과정에서 가까워지기도 한다.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과 가까운 사람이 되는건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그 사람은 '가까운 사람' 그룹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그 사람을 다른 가까운 사람들과 격리시킨다. 이따금 고민이 더 이상 고민이 아니게 될 때 그 사람도 '가까운 사람' 그룹에 포함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러지 못 하고 그 사람을 감정의 배출구로 둔다. 그렇게 사람을 감정의 배출구로 여기고 필요할 때만 불러내서 감정을 쏟아내는 사람들을 우리는 나쁘게 본다. 사람을 자기 좋을 때만 이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들이 가까운 사람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못 한 이유가 첫문단에서 이야기한 이유들 중 하나라면, 나쁘다 보기보다는 딱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사람을 가까이 두는 이유가 무엇인가? 평안을 얻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렇다면 정말 깊은 고민에 대해서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도움이 될 수 없다면,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 엮여있어 자신의 치부를 공유할 것이 두렵다면, 그로 인해 관계가 무너질 것이 두렵다면, 그렇다면 그들을 진정 가까운 이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들은 딱한 사람이다. 기꺼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가까운 사람'에 편입시키지 못 하며 눈치를 살펴야 하는 안타까운 사람이다.

물론 가까운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못 하는 이유는 이 외에도 다양하다. 상대가 걱정할 것을 걱정하여 도저히 말을 꺼내지 못 하는 경우도 있고, 항상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는 입장인 사람은 스스로에게 역할기대가 생기기도 한다. 그 역할기대는 자신에게 기꺼이 의지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강요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서로 나누고 평안을 얻어야 할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평안을 찾을 수 없다면 이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안타까운 현대인의 모습이다.

Sort:  

일단 사람들은 부정적인 이야기나 잘안되는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보기에는 고민을 털어놓는거랑 뭔가 잘 안되는 일에 대한 불평의 경계가 흐릿해서 그런것 같아요. 저희 어머니나 언니, 그리고 주변사람들이 저에게 정신적으로 의지를 많이하는데요.
참 그럴때마다 항상 같은 불평거리를 안고 넋두리를 쏟아내며 "잠깐의 위안감"을 느껴보려는 사람과 진짜 고민을 통해서 "더 나은 내일을 만드려고" 하는 두 종류가 있죠.
문제는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위해 진짜 논의를 하려는 사람보다는, 넋두리를 쏟아내며 일시적인 위안을 받으싶은 사람이 주류를 이룹니다. 왜냐면, 진짜 뭔가를 더 낫게 만드려면 자기자신이 뭔가를 바꿔야 하는데, 뭔가를 바꾸는건 그만큼의 불편함을 동반하는거거든요.

아무튼 그렇게해서 상담이란 이름의 미명하래 위안을 받고자 찾아옵니다. 이 일시적 위안은 마약과 같아서,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힘들때마다 찾게 됩니다. 반대로, 들어주는 입장은 상대의 좋지않은 기운은 그대로 받죠. 시간도 엄청나게 소모되구요.

흠... 쓰다보니까 심리학에 설명같아지는군요 ~_~:
결론은 일시적 위안은 장기적으로 삶을 더낫게 만들어주지도 않을뿐더러 주변사람들도 함께 피폐해지게 만듭니다. 그러나 고민거리를 발전시킬 의논은 서로를 발전시키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말씀처럼 불평과 고민을 분리하는게 중요하겠군요.

동굴로 들어가 숨으면 외롭지만 무너지지는 않고, 곁에 있는 사람과 나누면 외롭지는 않지만 와르르 무너져요. 무너지는 내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가 않아요. 글을 읽으면서 슬퍼졌는데 이렇게 댓글을 쓰고 나니 좀 더 슬프네요.

무너지지 않게 단단히 부축할 수 있는 사람과 나누셔야겠네요.

맞아요..

가까운 사람이고 해도 서로에게 이미지라는게 존재하는 것 같아요. 사람 안에 여러 모습이 있는데, 나의 모습 중 어떤 부분은 이 사람과 있을 때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다른 부분은 다른 사람과 있을 때 더 나타나고요.
그리고 현실적인 고민이 아닌 내적인 고민은 사람의 성향에 따라 그것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있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더라구요. 똑같은 주제를 말해도 사람의 성향에 따라 대화의 결이 다르게 흐르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관심이 없는 친구에게 너무 소모적일 것 같은 주제는 조금 덜 꺼내게 되요.

와. 공감합니다. ㅜㅜㅜ
댓글과는 살짝 다르지만, 최선을 다하며 듣고 공감하던 주제도 몇년 째 반복되면 듣는 사람의 감정 소모도 엄청나지요. 제게 너무 의지하고 모든 걸 다 내비치니, 제가 아니면 안될 줄 알고 견디고 있던 친구가 있는데 제 이야기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뿐 아니라, 만나자고 할 때 만나주지 않으면 저를 괴롭혀 오는 것을 보고... 이제는 이 사람을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ㅜㅜ @emotionalp 님께 갑자기 주절주절.. ㅎㅎㅎ 그러고 보니 저는 스팀잇에서나 겨우 제 얘기를 ;ㅁ;

저도 여기서 오히려 친구들에게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이 곳에서 글로 접하는 분들은 대부분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면서 그걸 풀어놓으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알 수 없는 감정의 유대감이 생기고 또 이야기 나누게 되는게 아닐까 싶네요. :D

그런 친구는 만나지 마셔야 겠어요. 오래 만났다고, 친구라는 이름을 붙여놨다고, 한때 아주 친했다고 죽을 때까지 가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너무 차가운 인간이 되었나는 모르겠지만, 전 더 이상 뜨겁지 않아서 편하고 좋네요.

털어놓든 품고있든 결국엔 다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인 것 같아요. 털어놓으면 조금 위로는 되겠지만 해결은 다른 문제니까요.

저는 왠만큼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도
고민을 잘 털어놓는 사람이 아닌듯 합니다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 여겨서인지 ...

공감합니다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을 가까운 사람이 없다는 건 너무 이성적으로 대하기때문인 것 같습니다 따스한 감정으로 소통하고 공유하는 인간미를 더욱 가져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Your post has been voted randomly by @autovoters :)

격하게 공감합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따로 있죠.
특히 누구에게도 내 힘든 상황을 말 할 수 없을 때는 극한의 고독이 찾아오죠..ㅠㅠ

그러니 정말 가까이에 한 사람만 두어도 성공한 삶이라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딱 내 이야기네요. ㅎㅎ 안타까운 사람. 여기는 워낙 한국인 사회가 좁아서일수도 있고 극도로 인간관계를 안하는 편이에요. 남들처럼 벽 하나 두고 가지면 될 것을 그것도 잘 못하는 줄줄 새는 사람이라 아예 그런 관계를 안 만드는 쪽으로 ㅎㅎ 제가 외국인이랑 어울리는 이유가 그거에요. 내 인간관계 풀에 절대 겹치지 않고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그리고 완벽하지 못한 언어로 소통하는 데에서 오는 한계점. 그래서 가끔 여기와서 막 털어놓고 나중에 가서 좀 지우고 바꾸고 그렇게 해여ㅋ 요즘 글이 감성적이 되어갑니다. 혹시 연애하시나요? ㅎㅎ

원래는 비인간적이었습니까... ㅋㅋㅋ 제 글에 익숙해져서 그리 느끼시는게 아닐까요?

인간적을 감성적으로 급 수정했는데 ㅋㅋㅋ 실시간 댓글이. 그런가요? 아니에요 뭔가ㅜ좀 변했어요

그런가요... 비인간적인 주제는 다 떨어졌나봐요 ㅋㅋ

정말 맞는 말씀인것 같습니다. 또한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생겨나고 그러네요. 잘 보고 갑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Coin Marketplace

STEEM 0.05
TRX 0.32
JST 0.081
BTC 63253.25
ETH 1685.08
USDT 1.00
SBD 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