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t Shaped-Box 하트 모양 박스 5화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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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rt Shaped-Box
하트 모양 박스 5화

윤서는 지하 벙커로 들어갈 때 숨이 갑갑해져 옴을 느꼈다.
평소 같으면 따뜻하게 맞아줄 ANTIFA 멤버들도 이제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녀가 들어오자마자 잠깐씩 떠들었던 이들도 고개를 돌리고 걸어갔다.
말을 걸려 다가가면 일이 있다는 듯 멀리 걸어갔다.
그녀가 자신들을 벼랑 끝으로 '몰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이제는 그녀와 친했던 이들조차 그녀와 엮이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깊게 한숨을 쉬고 그녀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을 컴퓨터 앞으로 앉았다.

정원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네가 좋아하는 고구마 칩 사왔어. 먹으면서 해."
윤서는 정원을 바라봤다.
"뭘 그렇게 감동한 표정으로 봐.. 기죽지 마."
정원은 윤서의 매가리 없음을 가지고 투덜댔다.

그래, 모든 이들이 윤서를 욕해도
정원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닐까?

윤서는 잠시 정원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아 이 미친 급식이..너 여기가 어딘지는 아니?"
정원은 한숨을 쉬며 윤서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해킹이라면 해킹을 하고 싶어요."

"그것도 머리가 있어야 하는거야. 너 같이 허세 들려서 여기 오는 애가 해킹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전 여기 허세 때문에 온 거 아니에요!"

열여덟 윤서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독재정부 때문에 내 가족이 죽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어요."

정원은 잠시 윤서를 바라봤다.

"아가, 네가 열받은 건 이해한다. 그런데 해킹은 원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고.
우선 기질적으로 잘난 맛에 좀 취하는 사람이어야 하고 집요함과 끈기 다 있어야 해.
게다가 코딩이 너무 안 맞는 사람들도 있어."

"가르쳐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정원은 한숨을 쉬었다.
"알았다, 대신에 너 이건 알아둬라. ANTIFA 에 온 이상 넌 살아서는 이 단체를 나갈 수 없어."

스물 넷 윤서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공군 기밀문서에 접근하려 애썼다.

그녀의 솜씨는 정원의 가르침을 받아서였는지 나날이 좋아졌다.

몇 시간 후 첫 파일이 열렸다.
암호들 몇 개가 나열되어 있었다.

'대체 이건 뭐지?'

정부에서 공군에게 비밀 지시사항을 전달한 듯 했다.

암호 한 줄을 해독하려 윤서는 애를 썼다.
그리 긴 암호는 아니였다.

몇 십분 뒤 나온 이름에 윤서는 경악했다.

'김성민 신부'

김성민 신부.
그는 대학생들의 평화적 시위에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한 종교인이었다.
어떤 종교를 가졌든 그를 존경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는 강제로 사람을 짝짓고 아이를 낳도록 강요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설교했었다.

언젠가부터 그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왜 이름이 공군 기밀문서에 있는 거야.'

윤서는 뒷골이 서늘해졌다.
'그럼 이 리스트가 다 이름이란 말이야?'
그녀는 리스트의 페이지 수를 확인해봤다.
빼곡히 12장이 채워져 있었다.

그녀는 두번째 이름을 해독하려했다.
나온 다른 이름에 그녀는 또 충격을 받았다.

'영화배우 이도희'

이도희? 청춘 영화로 인지도를 얻고
광고에 자주 출연하던 그녀 역시 얼마 전부터 잘 안보였다.

대체 왜 이 사람들 이름이 이 문서에 올라온 걸까.


재현은 보통 작곡비를 직접 가서 현금으로 받았다.
계좌를 알려주려면 세금을 더 내야하기 때문이었다.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그의 감성적인 작곡에 반한 가수들은 그를 자주 찾는 편이었다.

'박봉을 줘서 그렇지..'

재현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커피를 시키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카페에 가서 음표와 가사를 끄적여봤다.
아마 집에 가서 기타로 한 번 쳐보고 괜찮으면 이대로 이 곡을 줄 것이다.

'사랑 노래는 왜 이렇게 많아..'

사실 재현은 이별노래 전문이었으나 이번 들어온 노래는 연애감정에 관한 것이었다.
재현은 첫사랑에 빠졌을 때를 떠올리려 애썼다.
그는 그 때 스물이였고 친구의 누나는 스물넷이였다.

그녀는 재현을 좋아했으나 밴드의 보컬이고 어린 그를 애송이 취급했다.
결국 그녀는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났고
재현의 마음은 망가졌었다.

'사랑 좋아하네..'

카페에 설치된 TV 스크린에 국가의 결혼 매칭 서비스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평생의 짝을 찾고 싶으신가요?"

활짝 웃은 여자가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저렇게 웃다가 근육경련 오는 건 아닌지 몰라.'
그는 속으로 생각하고 픽 웃었다.

"국가의 결혼 매칭 서비스를 이용해보세요!"

남자 한 명이 그녀의 옆에서 나왔다.
"저희도 결혼 매칭 서비스로 만났죠!"

'고용된 배우인 거 다 알아.'

그는 " 이제 저희가 받는 혜택을 알아볼까요?" 라고 하며 그녀와 함께 방에 들어갔다.

"무료로 집을 구하세요!"
방은 흰 커튼과 흰 벽, 반짝거리는 인테리어로 장식되어 있었다.

재현이 아는 형에게 듣기로는 벽이 다 뜯겨있는 스러져가는 집을 줬다한다.
'그거 다 개소리야.' 친한 형은 그에게 말했었다.

"거기다 운명의 짝을 만날 절호의 찬스까지!"
두 배우는 서로를 쳐다보며 작위적으로 아하하하, 호호호하며 웃었다.

'아하하..'
재현은 속으로 그의 웃음소리를 따라했다.

그는 잠시 윤서를 생각했다.
결혼 명단에는 12월부터 올라갈 것이고 그 때부터 그녀와 방을 받아 생활해야했다.

'작곡이나 하자.'
그는 쓰던 곡을 마저 끄적였다.


1화: https://steemit.com/kr/@zoethehedgehog/heart-shaped-box-1
2화:https://steemit.com/kr/@zoethehedgehog/heart-shaped-box-2
3화:https://steemit.com/kr/@zoethehedgehog/heart-shaped-box-3
4화: https://steemit.com/kr/@zoethehedgehog/heart-shaped-bo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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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재미나게 잘 보고 있습니다.^_^
감사합니다.ㅎ

제가 더 감사하죠! ㅎㅎ

오, 갈수록 스릴 만점, 흥미 진진!
다음 회도 기대됩니다. ^^

감사해요 브리님 :D
브리님의 댓글은 절 행복하게 해요!

뭔가 윤곽이 잡히는 느낌이예요!!
그나저나 어디서든 박봉이 문제네요ㅋㅋㅋㅋ

ㅋㅋㅋ 슬픈 현실.. 본격 탈세 장려 소설..

블랙리스트!? 두둥ㅎㅎ
아까 보팅해두고 이제야 읽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니님! 선보팅 후독이군용! ㅋㅋ 감사해용

감질나요ㅎㅎㅎ 이런게 다음편을 기다리는 또하나의 묘미겠죠?ㅎ

ㅎㅎ 앞으로도 더 많은 묘미를 느끼실 수 있도록 열심히 쓰겠어요! ㅋㅋ

기밀문서에 적힌 사람들은...제 예상대로 일까요..아니면 반전이 있을까요~ ㅎㅎㅎ
글을 감질나게 써주시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밀문서에 적힌 두 사람의 행방은 다음화에 알 수 있습니다! 기대해주세용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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