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t Shaped-Box 하트 모양 박스 4화

in #kr7 years ago (edited)

Heart Shaped-Box
하트 모양 박스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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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은 방으로 들어오는 윤서를 쳐다봤다.
사진에서 본 것 처럼 검은 긴 머리에 얼굴이 하얗고 약간 길었다.
그닥 예쁘지는 않았으나 특이한 인상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빨간 체크무늬 난방에 츄리닝 바지를 입은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의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윤서님! 이 분 성함은 이재현입니다."

그녀는 이상하리만큼 아무 말도 없었다.
재현은 인사를 하려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윤서는 그저 이 상황이 불편한 듯 했다.
그는 열려던 입을 다물고 앞을 응시했다.

매칭 상담가는 정적에 당황했는지 둘에게 말을 걸었다.
"인사를 나누실까요?"

재현은 쇼핑 호스트처럼 지나치게 밝게 구는 매칭 상담가가 지겨웠다. 그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녀 역시 고개를 움직이며 한숨을 쉬었다.

무안을 느낀 재현은 고개를 돌렸다.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흐르고 시선을 느낀 그는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는 경계의 눈빛으로 그를 탐색하고 있었다.

'망했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몇 시간 전, 윤서는 정원의 조언을 들어야 했다.

"네가 그렇게 ANTIFA 일원이랑 결혼을 하기 싫으면 네 맘대로 해. 다만 네 언니 윤아를 기억해."

윤서는 그 말을 한 정원을 노려봤다.
아무도 그녀의 상처를 그런 식으로 후벼판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말을 한 사람은 그녀의 냉혹한 해킹 스승이자 제2의 언니였다. 정원은 다른 사람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었다.

" 적어도 ANTIFA 멤버와 결혼을 하면 네 언니처럼 죽을 일은 없겠지."
"아무도 날 함부로 못 대하게 할거에요."

정원은 말했다.
"그래, 한번 국가에서 정해주는 대로 결혼해 보렴. 대신 마음은 주지 마. 네가 우리 비밀을 발설한다면 우리가 다 죽는 건 시간 문제니까."

윤서는 매칭 상담가와 재현이 있는 방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이게 좋은 생각이었을까.

'정말로 상대가 언니의 남편 같다면 난 어떡해야 하는 걸까.'
그녀는 그렇다면 누군가를 고용해서라도 그의 인생을 끝내겠다 다짐했다.

'그를 좋아하게 되면?'
그럴 일은 없어.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마음 속에 성벽을 쌓은 그녀는 방문을 열었다.


방에 들어서자 낡은 청자켓을 입은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윤서님?"

"네, 윤서입니다."

그녀는 그를 곁눈질했다.
그는 키가 크고 마른 사람이었다.
검은 티셔츠와 낡은 청자켓, 찢어진 바지.
얼굴은 볼이 패여있고 약간 광대가 나와있었다.
잘 먹지 못하는 것 같다는 걸 빼고는 평범해보였다.

대강의 고갯짓 인사와 앞으로 언제 결혼한 사람들 명단에 올라가는지에 대한 매칭 상담가의 간단한 설명 이후 둘은 방을 나왔다.

재현은 말을 걸어왔다.

" 난 아이 못 낳아요."

윤서는 앞서 걸어가다 뒤를 돌아봤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아이가 나오면 전 음악을 그만둬야겠죠. 지금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그녀는 입을 뗐다.
"그럼 1년 후에는 어떡할거에요? 세금 네배 낼거에요?"

그는 한숨을 쉬었다.
"1년 되기 전에 폐 끼치지 않고 사라져 줄게요. 실종자 신고하면 재혼시켜줄거에요."

그녀는 머리가 복잡했다.
그가 1년 뒤에 사라지면, 누구와 또 재혼을 해야할까?

ANTIFA 멤버? 국가에서 정해주는 또 다른 사람?
둘 다 그녀에게는 부담이였다.
그는 또 어디로 사라진단 말인가?

"어디로 갈건데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거나.. 죽거나. 어차피 이제는 상관 없어요."

윤서는 픽 웃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은 지금 없어요. 감시 카메라로 몇 번 돌리면 경로가 다 나오는데."

재현은 생각에 잠겼다.
"그럼 저 위로 가죠, 뭐."
그는 턱짓으로 하늘을 가르켰다.

그녀는 그가 허세를 부리는 건지 진심으로 말하는 건지 궁금했다.

의문으로 가득한 그녀의 표정을 보고 그는 말을 이었다.
"살 수 있는 동안은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그런데 꾸역꾸역 지금보다 더 힘들게 살고 싶진 않아요."
재현은 윤서를 바라봤다. 그의 진정성이 약간은 전해진 것 같았다.

그녀는 잠시 생각했다.
어차피 1년 후에 그녀가 살아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정부에 의해 발각되어서 죽은 ANTIFA 멤버들도 이미 몇 명 있었다.
지금까지 말한 걸 봐서는, 그가 그녀를 괴롭힐 것 같지도 않았다.

그냥 허무주의에 빠진 사람 같을 뿐이었다.
그 정도로 살기 싫다면 왜 아무것도 안 할까?
반정부 멤버인 그녀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가 사라지면 그때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자.'

"그래요, 그럼."

'살아야 해요, 하는 형식적인 말도 없네.'
재현은 내심 섭섭했으나 차가운 윤서를 향해 미소지었다.

둘은 터벅터벅 골목길을 걸었다.


1화:https://steemit.com/kr/@zoethehedgehog/heart-shaped-box-1

2화:https://steemit.com/kr/@zoethehedgehog/heart-shaped-box-2

3화:https://steemit.com/kr/@zoethehedgehog/heart-shaped-box-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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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님~~ 재밌게 잘 봤습니다^^
서로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네요~ 진짜 책 사보는 느낌!!
앞으로 연재도 화이팅입니당

응원 감사해요 다니님! 앞으로도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

재미나게 잘 보고 있습니다.^_^
글 길이도 저한테는 딱 적당해서 부담없이 볼 수 있어서 아주 좋아요.ㅋㅋ

:D 앞으로도 적당한 길이로 연재하겠습니다 ㅎㅎ

오늘에야 나왔군요.^^
하마터면 묻혀서 못찾을 뻔 했어요.
일단 흥미가 가고
이단은 담편이 궁굼하고
삼단은 둘이 사랑하게 해주면 좋고 ㅎㅎ

감사합니다 주노님! ㅋㅋ 다음편에 계속!

갈수록 흥미진진해집니다. 재미있네요. :)
둘이 어떻게 미래를 바꿔갈지 기대돼요.

감사합니다 브리님 :) 더 흥미진진한 다음편으로 찾아오겠습니다!

이곳은 쏠로들에게는 지옥같은 곳이군요ㅋㅋㅋㅋ
세금 네배라니 돌았..,ㅋㅋㅋㅋㅋㅋ
다음 편 빨리 올려주세요~현기증 나니까요ㅋㅋㅋㅋ

ㅋㅋㅋㅋ 세금 네배는 등록된 커플들이 1년 안에 출산을 안하면 물립니다:) 쏠로만 물 먹이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커플, 국가가 맺어준 커플 모두 지옥이죠.. ㄷ ㄷ .. 넵! 열심히 써서 올리겠습니다 ㅋㅋ

ANTIFA 무시무시한 곳이군요~~
왜 죽어서 발견되는지ㅠㅠ
점점 더 흥미진진해지네요!!

독재 정부에 의해 발각되서 죽는다는 의미였는데 앞으로는 친절한 설명을 해야겠어용 ㅎㅎ

재밌게 잘보고 있습니다
웹툰을 즐겨보는데 요즘 또다른 재미가 생겼군요ㅎ

ㅎㅎ 올리는 날짜를 아무래도 정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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