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t Shaped-Box 하트 모양 박스 2화
" 다름이 아니라, 윤서님의 짝을 찾은 것 같아요!"
지나치게 발랄한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울려퍼졌다.
방 안에 있던 이 모두가 숨을 죽였다.
" 혹시 최근에 새로운 메이트가 생기셨나요?"
'있다고 말하세요.'
ANTIFA 대장의 입 모양이 조용히 움직였다.
윤서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윤서님?"
윤서는 방 안의 스무 명의 사람들 모두를 한 번씩 바라봤다.
정해진 답은 있었다.
윤서의 답도 정해졌다.
"없습니다."
방 안의 모두가 윤서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네, 알겠습니다! 다음 주에 시간이 언제 되시나요? 윤서님의 짝은 수요일에 시간이 되신다고 하세요!"
누군가 조용히 옆 사람에게 말했다.
'저 사람 정신 나갔나봐.'
윤서는 눈을 감았다.
"네, 수요일에 시간 됩니다. 9시 되나요? 네, 네..감사합니다."
재빨리 전화를 끊고 방 안의 모든 이들을 쳐다봤다.
정적이 흘렀다.
보통 ANTIFA 멤버들은 팀 안에서 짝을 찾았다. 비밀이 누설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관행은 깨진 적이 없었다. 지금까진.
윤서는 위기에 빠질 때마다 자신이 타고 있는 카누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상상을 했다.
손 끝이 작게 떨렸다.
침묵을 깬 것은 팀의 대장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이신가요?"
그의 낮은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졌다. 분노를 감추고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윤서는 한숨을 쉬고 대답했다.
" 누군가를 짝 짓는 잘못은 정부 하나로 족해요. ANTIFA 내에서 강제로 짝을 짓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장은 자제력을 잃고 소리를 질렀다.
" 미쳤어?! 우린 다 목숨 걸고 여기 왔는데 그깟 이유 때문에? 이것 때문에 우리 비밀 유출될 수 있는 것 몰라?"
방 안의 모두가 윤서를 향했던 시선을 거두었다.
" 우린 신념 때문에 모였어요. 애초에 우리가 왜 여길 왔는지를 되새겨야 합니다."
윤서는 침착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관행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대장은 그녀를 노려보다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우리는 이 정부를 끝내려고 여기 모인 사람들이야. 테러를 하라면 목숨 걸고 폭탄도 몸에 둘러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코딩만 하다보니 현실 감각이 없어졌나 보지? 왜 이 마당에 관행에 집착해?"
윤서는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였다.
"우리가 애초에 모인 이유 중 하나가 저 끔찍한 짝 짓기 제도를 끝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녀의 옆에 섰던 정원은 윤서의 손을 잡아 끌었다.
"잠깐 따로 얘기하겠습니다."
그녀는 윤서를 건물 밖으로 잠시 데리고 나왔다.
염색한 금발 머리에 둥근 안경, 스키니진을 입은 정원은 누가 봐도 서른아홉처럼 안 생겼다.
"아, 우리 윤서 많이 컸네...시집도 갈 나이가 되고. 벌써 스물 넷.."
그녀는 회상에 잠겼다.
윤서는 언니가 결혼한 이후에 인생이 망가진 아이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언니, 윤서 세 식구끼리 살던 차에 국가는 25살이 된 언니를 결혼시켰다.
가난하고 예쁘지 않았던 언니 윤아는
가난하고 못생기며 성격까지 더러운 남자와 결혼하게 되었다.
"저,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윤아는 결혼한 남자에게 말했다.
윤서의 바른 말 잘하는 성격은 유전이었을까.
아닌 것 같아요, 라는 그녀의 말과는 상관없이
그녀의 남편은 자신의 생존밖에 상관 안 하는 사람이었다.
" 세금 네 배를 내고 어떻게 살란 말야?"
저항하려 했지만 윤아는 어둠 속에서 괴로운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다음 날 그녀는 부부강간으로 그를 신고했으나 이런
소리만 돌아왔다.
" 아가씨,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나 본데, 정부가 애초에 결혼시키고 출산을 원하는 이유는 아가씨의 행복을 기원하기 위해서가 아냐. 출산이 목적인 세상에서 누가 부부강간을 걱정해?"
들은 체 만 체하는 사람들, 견디라는 사람들.
12시까지 집에 돌아오고 보고하지 않으면 날아오는 협박들.
윤아는 그 속에서 미쳐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어느 기업 빌딩 아래에서 떨어져 죽은 채로 발견됬다.
그녀의 남편은 국가가 누군가와 재결혼 시켜줬다.
일을 많이 해서 허약했던 윤서의 어머니는
윤아의 죽음 이후로 극도로 쇠약해졌다.
그녀 역시 어느 날 '미안하다, 날 용서해다오' 쪽지 한 장을 남기고 약물을 과다복용해서 죽었다.
열여덟 윤서는 혼자 남았다.
ANTIFA에 오기 전까지는.
ANTIFA는 독재 이전에는 해외에 존재하는 단체였다.
전세계적으로 독재와 인종차별 등이 점점 증가하자 이에 맞서는 ANTIFA 단체도 커지기 시작했다.
해외 ANTIFA의 한국인 멤버 한 명이 다시 귀국해서
한국에서 ANTIFA 단체를 만들었을 때 윤서는 그 소식을 접한 초기 멤버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비밀 만남에 참가했다.
" 이 애송이를 어디에다 쓰라고? 겨우 18인데!"
대장은 고민하다 해커 정원에게 말을 했다.
" 아직 현장에 투입하기는 너무 어리고 대신 그 쪽으로는 뭔가 해 볼 수 있을 거에요. 믿습니다."
정원은 얼척 없다는 표정으로 고등학생 윤서를 쳐다봤다.
그 소녀는 지금 커서 여자가 되어,
정원을 쳐다보며 그렇게는 못하겠다 말하고 있었다.
1화:
정주행 시작 ^ㅡ^
ㅋㅋㅋ
1화가 어딨는지 몰라서 한참 찾아봤었네요 ㅎㅎㅎ;;
예전 글에서도 느낀건데 조이님의 글은 사회의 핍박이나 억압에 의한 여성들의 피해와 사회적인 인식에서 오는 불합리함과 부조리함을 말하고 싶어 하는거 같아요.
물론 제 느낌이구요!!
소설 너무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기린아님! 하지만 이 소설은 여성들만 피해자가 아니라 남성 피해자도 (?) 많이 나올 거라서 그냥 사회적 부조리를 전반적으로 다 다룰거에요:)
물론 주제가 출산이다 보니 여성 피해자가 많을 수 밖에 없지만.. ( 그리고 제가 여자이다 보니 그게 편하기도 하고요)
3화 보러 갑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주노님!
재밌어요ㅎㅎ 읽으면서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해요 제이원님:D
내용이 점점 재미있어지네요. 새로운 비밀 단체, 반항기(?)와 강단이 있는 윤서. 잘 보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브리님 :D
오늘 소설 나오는 날이었군요!!
잘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하네요.^_^
감사합니다 울곰님 :)
기다리던 2화 재밌게 읽었네요ㅎㅎㅎ
Antifa !!! 두둥
소재들도 지금 그리고 미래 시대랑 맞게 재밌구요
창작의 고통이 심하실텐데 힘내세요
아직 스파가 적지만ㅠㅠ 풀보팅 합니닷ㅎ
감사합니다 다니님! :D
그래도 소수의 읽어주시는 분들 때문에 쓸 힘이 나는 것 같아요! 고통스럽지는 않아요 ㅎㅎ
오오!!!흥미진진!!
다음편이 기다려집니다!
감사해요 키키님! 다음주도 열심히 써서 올리겠습니다 :)
Cheer Up!
Fantastic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