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의 벽, 설악산 공룡능선을 가다-9 공룡능선(恐龍稜線) 큰새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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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의 벽, 설악산 공룡능선을 가다-9 공룡능선(恐龍稜線) 큰새봉

아내가 많이 힘겨운지 연신 여기가 어디쯤인지, 대체 얼마나 더 남았는지를 물어왔다. 처음에 "봉우리 다섯 개만 넘으면 된다"라고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넘어도 넘어도 끝없이 새로운 봉우리가 나타나니 지칠 법도 하다. 나는 아내를 안심시키기 위해 "이제 서너 개 넘었으니 하나만 더 넘으면 된다"라며 다독였다. 산에서 누군가 얼마나 남았느냐고 물을 때 건네는 익숙한 거짓말이 있다. "조금만 가면 된다", "거의 다 왔다"라는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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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새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능선 길목에 서서 20분 이상 아내를 기다렸다. 이곳의 웅장한 풍경만큼은 반드시 카메라에 담고 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저 멀리서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아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내는 이 험난한 공룡능선만 빠져나가면 모든 고생이 끝날 거라 믿고 있겠지만, 사실 능선이 끝나는 마등령삼거리에서 비선대까지 내려가는 하산길 역시 결코 만만치 않다. 가파른 내리막과 끝없는 돌계단이 이어지는 '마의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아내는 아직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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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지금 진실을 말해줄 수는 없다. 인간을 진짜 지치게 만드는 것은 육체의 힘듦이 아니라 '희망'이 사라질 때이기 때문이다. "이 봉우리만 넘으면 곧 고통도 끝날 것"이라는 그 작은 희망이야말로, 지금의 한계를 버텨내게 하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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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능선의 봉우리들은 저마다 모습이 웅장하고 비슷비슷해서, 겉모양만 보고 단번에 이름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큰새봉 만큼은 예외다. 보는 순간 누구나 "아, 저래서 큰새봉이구나" 하고 직감하게 된다. 거대한 새가 양날개를 활짝 펼친 형상이 너무나도 확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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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반 등산객들이 이 험준한 봉우리의 정상을 직접 밟고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저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의 낮은 목목인 '안부(鞍部)'를 따라 비껴갈 뿐이다. 이 암릉들은 워낙 가파르고 험해서 전문 장비를 갖춘 클라이머들에게도 결코 만만한 코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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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새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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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우리의 형상이 '거대한 새가 날개를 펼치고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마등령에서 희운각 방향으로 진행할 때 나한봉을 지나 1275봉에 닿기 전에 마주하게 되는 해발 1,214m의 거대한 암봉으로, 공룡능선 내에서도 경사가 특히 가파르고 거친 암벽 구간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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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그 자태가 조금씩 다르게 다가오는데, 특정 지점에서 바라보면 뾰족하게 솟은 암릉의 실루엣이 마치 거대한 독수리나 매가 웅장하게 날개를 펼친 듯한 독특한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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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나한봉, 1275봉과 어우러져 설악산 특유의 거칠고 야성적인 골산(骨山)의 미를 극대화해 주는 봉우리이기도 하다. 바위 틈새마다 끈질기게 자라난 푸른 침엽수들과 거대한 암벽이 조화를 이루어, 공룡능선을 종주하는 산객들에게 강렬한 시각적 압도감과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하는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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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봉우리 하나 웅켜쥐고 날아 오를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큰 날개를 펼치고 비상하기 전의 새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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