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있어도 쓸쓸함이 맵다... [자작글과 음악]

in #kr7 years ago (edited)

캄캄한 잠꼬대를 할 때마다
물에 젖은 음표들이 밖으로 떠 오른다

거기 여름장마 같은 한 사람 서 있다
녹슨 휴면의 시간을 덜 채운 채

묘지 같은 금요일밤마다
물이 내리기를 기다리는 쓸쓸함으로
배를 채우고 잠이 드는 사람

잠의 가루들이
부시시 베개 속으로 곰팡이처럼
피어난다고 말하는 순간 '그립다'라는
낱말이 수면의 곁에서 물이 되어 흐르는
사람

어느 날 너무 멀리 와 버린 꿈의 끝에서
만난 적이 있는 듯도 하다 그 사람.

흙탕물 같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시간 틈에서
전혀 알아 듣지 못하는 모스 부호로 말을 걸며 무릎을 꿇는다


받침이 지워진 문장들
그것들에겐 어떤 약속이나 다짐도 없다

흔적이라고 적힌 엽서 한 장과
그래도 '같이 가'자는 투서를 아름답게
읽는다

빈민의 골목 같은 어떤 여자는
접혀지지 않는 계단에 앉아 날이 저물도록
오지 않는 아침을 기다린다

직관은 서러움이던가

사랑이란 통념안에 반항도 없이
오래 갇혀있다

어느 날은 밤만 있고
어느 날은 낮만 있는 퇴적층의 나이테를
끌어안고 붉은 칠을 하는 시간의 뼈들

아팠을까
아팠겠지

그러나 이제부터는 아프진 않을 거야
무뎌진 칼날이 더 이상 위험하지
않을테니까

그래도 가끔씩 흉터 같은 통증은 남아서

몹시도 외롭다고 너무나 그리웁다고
참 많이 보고싶다고 짧은 발신을 하겠지

끝나지 않아도 끝이고
끝이어도 연장선인 애매의 한 점.

그렇게
한 사람 안에서 점점 화석이 되어가는
어떤 여자
어떤 여자의 전생 같은 한 사람.

사랑은 있어도 쓸쓸함이 맵다

&.....오늘 이웃님들과 함께 듣고 싶은
노래는 유로(김철민)의 인연이예요

■유로 - 인연...여기를 누시면 음악이 나와요

#.......이맘때쯤이면 김철민씨의 인연이란 노래는 감정을 더 증폭시킨다

볕이 참 좋아서
그 볕의 느낌이 너무나 다정해서
마음이 막 간지럽다

눈이 부셔
그 눈 부심 안에 뭉클거리는 것들이 좋아서
난 사랑스런 감사기도를 했다

그림자도 겨울엔 따로 움직이는 것 같고
바나나칩을 깨무는 소리도 달리 들리고

이 겨울볕은
마치
갓 구워낸 쿠키처럼 바삭거리고
당신과 나의 팽팽한 줄다리기 같기도 하고

예전
마당에 바지랑대 올리고 빨래줄에
널어 놓은 흰 티셔츠처럼 펄럭이는 게
마치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평화로운 그리움,
아직 전달되지 못한 편지의 끝문장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좋고
누군가와 이별하기에 알맞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기엔 더없는 금상첨화

겨울 속으로 걸어간다
겨울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핵....... 위험하고 뜨거운 그곳까지라도

1519248896605.jpg

제 작업실
아니 제 놀이터의 한쪽 모퉁이예요

Sort:  

아까 치킨집하는 친구가 찾아와
곱창집에 댕겨 왔답니다.^^
물론 집에 도착한진 얼마 안됐구요!!!


황소곱창 급 땡긴다요

잘했어요

지금쯤이면 잠들어 있겠지만


보팅게이지 잘못 눌렀당 ㅠ.ㅠ

승화님. 글을 남기고 싶은데 어디에 남길까 하다가 이 공간이 떠올랐어요.

손님이 뜸한시간에 무라카미하루키의 [잡문집]을 읽고 있었어요. "나는 소설가로서 주위가 고요히 가라앉은 시각에 그 흐르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을 때가 있다."는 구절을 읽는 중 머릿속에 기억이 떠올랐어요. 제 [환상의 빛] 포스팅에서 승화님과 나눈 댓글에서 떠올랐다 했던 기억 하나가요. 아니 이번엔 장면이 두개 였어요. 그 기억 이전의 장면이요.
x-wife와 헤어진 건 결혼 후가 처음이 아니었어요. 연애시절 1년이 채 안되었을 때 첫 번째 헤어짐이 있었죠. 그 때가 7월즈음인걸로 기억해요. 이별직후 약 한달의 시기는 제 인생에서 단기간 가장 많은 책을 읽은 시기였어요. 잠이 든 시간을 제외한 깨어 있는 시간을 견딜수가 없었거든요. 일을 할 때 멈추진 않는 생각들이 질식할 듯한 느낌을 주었고 책을 읽을 때가 되서야 비로소 생각을 멈추고 숨을 쉰다는 느낌이었어요. 잠을 잘 때, 일을 할 때를 제외하곤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거든요.
두 번째 기억은 그녀가 떠난 신혼집에서였어요. 멍하니 켜놓은 TV에 시선을 두고 있는데 당시 한창 인기방송이던 "꽃보다 할배"가 나왔어요. 화면에 나오는 파리의 전경을 보다가 갑자기 숨을 쉴 수가 없었어요. 파리는 신혼여행지였거든요. 이건 느낌이 아니라 가슴을 부여잡고 한참을 뒹굴정도로 정말 숨이 쉬어지지가 않았어요. 그 동안 한번도 겪지 못했던 당황스런 순간이었죠. 가뜩이나 생전 없던 성인아토피 증상(병명도 나중에 알게 되었죠)으로 괴로웠는데 숨까지 헐떡거리니 이대로 죽는가 싶었어요. 이 경험은 한 번 뿐이어서 병원은 가지 않았는데 그 후로 좋아하던 "꽃보다 할배"를 볼 수가 없었어요. 한 번은 또 그럴까 싶어 잠시 시험해봤는데 역시나 숨이 가빠오기에 급히 채널을 돌렸어요.

이번엔 이 두가지 기억이 떠오르며 이 감정의 이름도 함께 떠올랐어요.
"두려움"
물에 빠진 제 모습이 연상되더군요. 물에 빠져 허우적대며 질식해가는 저를 누군가가 구해 올려주었어요. 뭍에 나와 한참을 숨을 내뱉고 나서도 저는 구해준 그 사람을 붙잡고 있었어요. 어린아이처럼요.
그제서야 철학의 틀 안에서 안도감에 숨을 쉴 수 있던 제 모습과 그 철학을 꼭 붙잡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제 내면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전 포스트에서 쏟아내면서 보이지 않던 "두려움"의 실체가 드러난거죠. 그제서야 보였어요. 제가 왜 결혼은 다시 하지 않으려하는지. 사랑을 원하면서도 막상 이성을 만나서는 자유를 더 생각하게 되는지. 쿵쿵 뛰는 설레임이 왜 사라졌는지. 생각의 깊이를 더해보면 현재 저의 내면과 말과 행동을 더 발견하고 이해할 수 있을거 같아요.
지금 제가 살아가는 방식의 근간이 된 철학자는 스피노자에요. 에티카에서 그는 두려움을 이렇게 정의했어요.

두려움이란 우리가 그 결과에 대하여 어느정도 의심하는 미래 또는 과거 사물의 관념에서 생기는 비연속적인 슬픔이다.

지금은 "비연속적" 이란 말에 방점이 찍히네요. 차라리 지속적이고 연속되었던 감정이었다면 슬픔이란 걸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을텐데. 드문드문 찾아오는 감정이기에 더 알아차리기 어려웠던 거 같아요. 이 감정이 그리움인지, 미련인지, 후회인지, 회한인지 말이죠.
그래도 더 들여다봐야 할 것 같아요. 기억의 한 단면에서 비춰진 감정의 한 실체가 보여 잠시 환해지는 느낌이긴 했지만 이제 시작인거겠죠. 지난 감정의 실체가 비춰진 그 순간은 기쁨의 감정이 느껴져서 좋으네요.
지금까지 적은 이 말들을 남기고 싶었어요. 이후 어떻게 할지는 다음 포스팅 준비하면서 찾아가 보려고 해요. 어제도 그 포스팅을 준비하느라 영화를 보고 자료를 좀 찾았거든요. 일단 남기고 싶은 말들을 남겨서 안도감이 드네요.
문득 왜 이 공간일까?하는 생각을 하니 승화님이 남기신 댓글이 떠올라요. "제게는 너무 조심하지 마시고 오래 사귄 친구처럼 편히 하세요. 아마 제가 어마어마하게 나이 차이가 나는 누나일테니까요"
제가 누나가 없거든요. 또 뵈요~ :)

Loading...

류이님 글 읽고 싶어서 쓰신 댓글 구경하고 있었는데 댓글로 포스팅을 역시 댓글러 ...저는 댓글러 클라스에 못들어서 못할듯요 ㅠㅠ ㄷㄷㄷ 다음 포스팅을 준비중이시라니 조만간 읽을수 있겠네요 ㅎㅎ 안부 남기고 갑니당!

"어느 날은 밤만 있고
어느 날은 낮만 있는 퇴적층의 나이테를
끌어안고 붉은 칠을 하는 시간의 뼈들" 심후한 내공이 깊이 스며있는 시어의 향연을 볼 때마다 시인의 발걸음을 저 먼 발치에서밖에 지켜 볼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드네요. 내공을 좀 더 끌어 올려야 겠습니다. 잠시 고민에 잠기다 갑니다... 멋진 포스팅입니다.

시인들마다 본인이 끌고 가는 장르가 다를뿐인 걸요
저 역시도 늘 공부하는 입장이구요
그렇잖아요
자신의 그 자리에서 만족하고 계속 있으면 시는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 되어 새로운 걸 만들지 못하는 거요

노력은 누구나 끊임없이 하는 거니까
저도 그렇구요

고맙습니다

넵!! 격려 감사합니다.

에너지 왕창~~드리고 싶네요
힘내시라고요

오늘도 좋은 글 읽고 잘 쉬었다 갑니다~

오늘도 좋게 읽어주시고
쉼터로 여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놀이터가 ...
아주 화려합니다 ^^*

저리 캔들 켜 놓고
재즈 틀어 놓고
와인 한 잔씩......가끔 가다요 ㅎㅎ

잔들과 촛불도 너무 아릅답네요...
따뜻합니다

하나의 와인잔에
여러개의 캔들......가끔 분위기 내고 싶을 때 저리 놉니다 ㅎㅎ 재즈와 함께요

작업실이 멋지네요 소품에서도 감성이 뭍어납니다.
왠지 유럽에서 오래 계셨던 분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어요ㅎㅎㅎ

집에서는 청소가 귀찮아 갖다 버리기
바쁜데 놀이터엔 자잘한 소품 채워 넣는
재미가 좋아요 ㅎㅎ

저는
북유럽풍을 굉장히 좋아해요
살아본 적이 없지만요 ㅎㅎ

볕은 이미 봄이네요
오후 말랑하게 보내셔요

조명에 비친 성경책의 빛깔이 신비롭네요 ^^

아~~
눈에 들어왔군요
저 커다란 보배단지가요 ㅎㅎ

조명 아래에선
뭐든 신비로움을 갖나 봐요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마음의 상자에서 그것만 끄집어 낸다고 했던가요? 승화님 시의 한 사람과 어떤 여자에게서 제 이야기가 보이네요.
오전에 시를 발견하고 나서 느릿한 호흡으로 읽고 또 읽었네요. 한 단어,한 구절 곱씹고 제 글도 다시 보고 어제 나눈 댓글의 대화도 다시 보고 또 생각하고 느껴보고.
착각일지 몰라 섣불리 느낌을 전하기가 조심스러워지네요^^

아마
그 착각이라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거의 착각이 아닐 거예요
그래서 님의 글에 그리도 오래 댓글을 쓰지 못하고 서성거렸겠지요
님과는 약간 다른색이지만요

그리고 제게는 너무 조심하지 마시고
오래 사귄 친구처럼 편히 하세요
아마 제가 어마어마하게 나이 차이가 나는 누나일테니까요 그럴 것 같아요 제 짐작에

착각이 아니어서 다행이에요.
시가 너무 맘에 들어서 제 블로그에 리스팀 해놓고 싶었거든요. 일하는 중이라 일끝나고 다시 정리해봐야겠어요.
저도 30대가 막 지난 나이라 나이차이가 어마어마 할것 같지는 않은데요?^^ 시를 읽으면서는 승화님에게서 매트릭스의 오라클이 떠올랐지만요 :) 리스팀 할게요~

어머나
오라클 까지나요
심히 과분한 걸요
아니 절대 과분하네요 ㅎㅎ

근데
미안하게도
저 글은 그냥 그날 그날 마음 상태에 살짝 시의 기운을 넣어 준 일기예요

제 시는 미래파 시 장르라
사람들이 많이 어려워해서 올리기가
좀 그래서 어쩌다 좀 쉬운 시를 골라올려 보려구요

리스팀으로 선택 받을만 한 글인지
모르겠네요

식사 맛나게 드시고
저녁은 좀 헐렁하게 지내기로 해요

오라클은 잠시 상상만해본거니 부담스러워하지 않으셔도돼요ㅋ
그래도 제게 의미가 생겼으니 리스팀하고 종종 꺼내볼게요ㅋ 좀 헐렁하길 원하시니 느낌도 혼자 간직하구요~ 편안한 저녁되세요!


그윽한 청년이겠구나
참 맑은 눈동자를 가진 청년이겠구나 그런 느낌이 들어요

써놓은걸 보니 오해의 여지가 있네요. 마흔이에요ㅠ

ㅋㅋ
나이랑 저런 모습은 상관없어요

오늘은 님의 마음에 어떤 풍경이 들어와 있을까요

오늘 제 포스팅을 루이님이 꼭 봤으면 좋겠어요 제 작업실 앞 삼월의 겨울을요

저런 작업실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으시군요. 초를 좋아 하시나 봐요. :)
저는 와인이 탐이 납니다 ㅋㅋㅋ 기타도 치시나 봐요. 한마디로 작업실 너무 부럽습니다. :)
글 잘 읽고 가요. 몇 번 조용히 와서 읽고 조용히 소리도 없이 나가고 했었음을 고백합니다.

ㅋㅋ
이젠
쿵쿵 발자국 소리 내주셔요
반가울 거예요 무척이나요.

태백에 조그만한 뭐 아지트 같은요
지나실 일 있음 삐삐 치세요 ㅎㅎ
와인은 늘 준비되어 있어요


초를 좋아해요
캔들용기를 좋아해서요

음~~
기타는 고딩때 조금 쳤었는데
다시 치려니 코드가 잘 생각이 안 나서
다시 배워볼까 하고 집에서 델꼬 왔어요

태... 태백요? 멋진 곳에 계시군요.... 제가 지나가게 되면 꼭!!! 삐삐를 치겠습니다. :)
제가 와인은 준비를 할께요~ 앗! 와인이 늘 준비되어 있다고 하셨으니
음... 그럼 저는 승화님 좋아 하시는 초를 만들어야 겠군요. (만드는 법을 배워야 겠습니다. 사는 양초는 너무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제가 손으로 직접 정성을 담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시고 내일은 더 행복하세요~ :)


집인 인천과 아지트인 태백을
오가며 살고 있어요

우와~~
직접 만드신 수제 양초라니
건강한 유기농 양초겠네요ㅎㅎ

그런데
그렇게까지는 말고
와인에 어울리는 안주 정도면 충분해요

인천은
천둥치고 번개 치더니
눈이 오네요 ㅎㅎ
당연히 비인 줄 알았는데
신랑이 눈 온다고 문자를 줘서 보니
비가 아닌 눈이예요 ㅎㅎ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5
JST 0.029
BTC 63706.08
ETH 2615.50
USDT 1.00
SBD 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