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어느날 나는 초컬릿을 샀다.

in #kr6 years ago

  • 생초컬릿 6,000원 (이거 고디바보다 한수 위다. 입에서 스르르)
  • 바초컬릿 1,000원
  • 기냥 초컬릿 2,000원
  • 통초컬릿 10,000원
  • 민트 6,000원 - "오. 은은한 향기 좋아"
  • 국화비누 5개 10,000원 - "앗싸. 또 싸게 산다~"
  • 유기농설탕 5개 10,000원 - "안그래도 좋은 설탕 찾던 터에 잘 됐."
  • 버블티 1,000원 - "버블티를 1000원에? 으으 좋아."
  • 스톤로스팅 커피+소시지샌드위치 2000원 - "요새같이 물가비싼 시대에 이렇게 맛난 샌드위치랑 커피 아…"
  • 버블티 떡 8000원
  • 와인 시음+와인잔 3,000원 - "한 100종 마셨다. 알딸딸"
  • 요거트 아이스크림 1,000 - "레드망고보다 별로. 비지떡이군"
    = 57,000원

젠장. 많이도 썼군.
그래도 이런 행사는 정말 많은 괜찮은 물건을 꽤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란 걸 경험상 알기에 미친듯이 샀다. 사실 조금 미쳤더라면 한 10만원은 썼겠지만, 살림을 위해선 쫌 아껴야 한단 다짐때문에 처음부터 5만원만 뺀게 정말 잘했지.
하지만 딱 두가지 꼭 사고 싶었던 것.

국산 더치포트 25만원.
탄산 발생기 소다클럽 : 12만 9천원. 행사가 9만원 정도? "이건 정말정말 사고 싶다."

"요건 나중에 꼭 산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몸에 해롭지 않은 음료수를 만들어 주고 싶다."

두부푸딩. 1500원. "맛이 예술이었으나 판매하지 않는다. 2천원 내밀었다가 쪽. 젠장"
엄청 이쁜 통들. "소매로는 안판다. 젠장, 잘먹잘살!"


이것저것 들고 그 봉지가 손가락을 압박해서 뒤지는줄 알앗다. 큰 가방 가져갈걸 얼마나 후회했는지… 파는데가 없어서 겨우겨우 아트박스가서 발견했지만. 무려 1만 8천원. 강.도.들.


결국 손가락이 끊어질듯 겨우 들고서 집에 도착하니 숨이 턱에까지...
즐거운 하루였다. 성격상 더 있고 싶었지만 귀가할 때 피곤할 걸 걱정해서…


출입증 반납해야 한단걸 알기에-역시 경험상-하지만. 그 중요한 걸 어찌 놔 두겠는가.
특히 내이름이 새겨진걸. 화장실에 가서,

  1. 일단 숨기고.
  2. 뒤에 일행이 한꺼번에 가지고 나올거라고 거짓말하거나, 엄청 복잡한 짐속에서 계속 부시럭거리기 작전을 쓰기로하고.
  3. 마음 단단히 먹고 출구로..
  4. 그러나 반납하라는 표지판만 있을뿐 관리자는 앉아서 다른 곳을 보면서 코를 파고 있었다.

괜히 긴장했군. 암튼 무사해서 기분이 좋다. 자랑스럽게 문 손잡이에 소중하게 걸어두는데까지 성공. 행복~

저녁엔 기념으로 너구리 한마리 잡아서 아침에 먹고 남은 된장찌게와 물을 1:2로 혼합한 다음.
모든 재료를 넣고 푸욱~ 아 한동안 라면을 끊었었는데 다시 라면의 계절이다.

"정조살해프로젝트 8일" 보면서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하나씩 포장했다. 어설프지만. 행복한 시간.
이번 작전 최고 고성능 무기. 생초컬릿. 덕지덕지 싸고 또 싸서 냉장고에 살짝 보관.

새로 구입한 전기면도기로 면도. 스킨 필요없음! 효과만점!


하핫. 저는 한참 웃었는데 갑자기 이웃들께 보여드리고 싶어서 슬쩍 꺼내와봤는데 어떠셨는지요? 2007년의 어느날 카페 박람회에 가서 초컬릿 사온 이야기를 기록한 제 다이어리네요. 비싼 초컬릿을 왜이렇게 많이샀죠? 그 땐 가계부도 열심히 쓰면서 살 때라… 제가 봐도 남자의 일기 같지는 않네요. ㅋ 유치하기 이를 때 없지만, 암튼 11년 전 저의 입맛과 정신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컷이기에 살짝 공개해봅니다. ㅋ 재미없었다면 죄송합니다. ^^

Sort:  

10년 지난 초콜릿.. 지금은 수수님의 피와 살이 되어있겠네요.
행사 출입목걸이는 정말 별거 아닌데 가져가고 싶어지죠.
저도 학회 목걸이 잔뜩 모아두다가.. 어느순간.. 다 짐이다 싶어서 한꺼번에 버렸어요. ㅎ
이제는 학회 참석하면 그냥 살짝 사진한장 찍어두는걸로 만족합니다.
고디바보다 한수위의 초콜릿처럼 달콤한 오늘 하루되세요!!

맞습니다. @gilma님 말씀대로 저 초콜릿의 일부조각은 제 혈관 벽 어딘가 깊숙히 혹은 세포속 어딘가에 들어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학회 몰걸이 지금도 비닐 빼버리고 모으고는 있는데 가끔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살기 위해 한번에 사진찍어서 에버노트에 정리해 두고 버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모든게 다 짐이더라고요. 추억만 가져오면 되는데 굳이 그 물리적은 짐들을 쌓아두려니 ㅎㅎ 정성어린 댓글 감사합니다. @gilma님도 달콤한 하루 보내시기를요.

아, 피는 모르겠는데 생각해보니까 살은 되었습니다. ㅋㅋㅋ

Loading...

저도 초컬릿 무지 좋아하는데... 저는 봉지에 낀 손가락 그곳에 마음이 갑니다. 저도 경험이 많아서요^^

ㅋㅋㅋ 그래서 그 봉지 쥐는 부분에 끼는 손가락 보호대도 팔더군요 하나 사서 들고 다녔는데 지금쯤 어디서 굴러다니는지...

지금쯤 그 초콜렛은 다 녹아 없어졌을까요, 수수님의 뼈와 살이 되었겠죠? 재미있어요!!! 이런 글 자주 올리시길 기다립니다! 수수님 글 너무 센스넘치게 재밌는거 아시죠? ㅎㅎㅎ

초라한 추억인데 좋은 글이라고 칭찬해주시니 몸둘바를… 어차피 숨기기엔 좀 크지만… 고맙습니다^^ 하지만 역시 글은 에빵님이죱!

카페 박람회때 비누는 왜 파는 거지요? ㅋㅋㅋ
박람회는 돈쓰러가는거죠 신기한거 궁금한거 다 먹어보고. 11년전 같지 않은걸요??

맞습니다. 돈쓰러 가는거죠. 돈 버는 것 만큼 또 어려운게 돈 쓰는건데 말이죠 ^^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박람회 열리면 설탕이나 차, 비누, 일상용품들이 많이 등장했던 것 같습니다.

11년 전의 기록을 보관하고 계시다니, 대단하십니다. ^^
비가 와서 괜히 커피만 몇잔 짼데, 구매 품목을 보니, 달달한 초콜렛이 생각나네요 ^^

일기 프로그램 쓰고 있습니다 데이원이라고… 한 때 큰맘먹고 질렀는데 요샌 구독형 페이로 바뀌어 버려서 옛날 버젼 꾸역꾸역 쓰고 있답니다 ㅋ 가끔 열어보면 유치하기도 하고 피식거리기도 하고… 뭐 이런 글을 썼나, 뭐 이런 감정이 있었나 하며… 재밌답니다. ^^ 요샌 가계부는 완전 포기 했습니다. 가계부 작성이 제 라이프스타일엔 의미가 없어져 버려서… 물론 일기도 잘 안쓰기는 한데 그래도 가능하면 매일의 감정을 기록으로 남겨놓으려 애쓰는 편이죠. ^^ 커피 너무 많이 드시면 심장두근거릴텐데 괜찮으세요? 이럴땐 라떼도… ^^ 아, 서울엔 비가 오나봐요?

저도 집 구석에 있는 저의 보물 창고(박스)를 뒤적 거려봤습니다..^^ 오래 전 학창시절 사진들을 멀마만에 꺼내 보는지....몇 시간 동안 한장한장 보면서, 옛날 생각에 잠겼네요 ^^ 수수님 덕분에 퇴근하고 좋은시간 가졌어요~ ^^

달콤한 초콜릿을 좋아하시나 봅니다! 수수님^^
이런것까지 다 기록을 해두시다니... 꼼꼼한 남자~ ㅎㅎ

요샌 잘 안먹는데 아마 저 때 제 입맛은 초컬릿이었나봅니다. ㅋㅋㅋ 요샌 두유랑 빵이 제 최고의 간식입죠! 제가 떡돌이 빵돌이라… 빵을 먹을 땐 커피와 마실건지 두유와 마실건지가 짜장면 짬뽕만큼이나 갈등이죠. 사람들이 두유자꾸 먹어서 안그래도 살쪘는데 가슴자꾸 커진다고 먹지 말라는데… 워낙 좋아해서...

나는 초콜릿을 좋아해요

메모를 하는게 이렇게 중요한가봐요
10년이 넘어도 그때 기억이 이렇게그대로 남아있네요ㅎㅎ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사소하게 남겨둔 한줄의 기록이 몇 년뒤엔 이렇게 추억이 되는군요...

쪼꼬~ 맛나긴 한데~ 왜 스스로는 잘 안 사지는지~ ㅎㅎ
근데 사신 양이 진짜 어마하시네용!

저혼자 다 먹은 건 아니고 아마 누구 나눠줄라고 샀던 것 같습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초컬릿을 저정도로 먹진 않는데 왜그랬을까 싶습니당. ㅋㅋㅋ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3
JST 0.029
BTC 66494.63
ETH 3508.10
USDT 1.00
SBD 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