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추억하다 #2-3. [뉴질랜드] 푸카키 호수와 아오라키 마운트 쿡 빌리지 & 후커밸리 트랙

in #kr7 years ago (edited)

IMG_9213-1.jpg

뉴질랜드의 지명 중에는 탐험가의 이름을 딴 곳이 꽤 있다. Tasman Sea(태즈먼해), Tasman Glacier(태즈먼 빙하)는 1642년 뉴질랜드를 처음 발견한(물론 이것은 유럽인의 입장일 뿐, 기존에 마오리족이 살고 있었다.) 네덜란드의 탐험가 아벌 타스만의 이름을, 마운트 쿡(Mount Cook)은 1769년 뉴질랜드 섬을 처음 일주 항해한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을 이름을 딴 곳이다. 때문에 1630년도에 제작된 세계지도에서 볼 수 없었던 호주 및 뉴질랜드(Nova Zilandia)가 1658년도 세계지도에서는 모습을 드러낸다. 아벌 타스만은 지금의 태즈먼해에 해당하는 남섬의 서쪽 해안을 탐색했기 때문에 아직 지도에서의 뉴질랜드는 그 모습을 다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후 1794년 세계지도를 보면 드디어 우리가 아는 온전한 형태의 지도가 제작되어있다.

쿡 선장은 문명5 게임에서도 잠깐 언급된다. 하와이, 통가, 뉴 칼레도니아의 경우도 쿡 선장에 의해 발견되었기에, 문명5의 시나리오 중 폴리네시아 문명의 "파라다이스 발견"을 플레이하면 쿡 선장을 만나기 전까진 그 무엇을 해도 과학 이론을 달성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다.


Screen Shot 2018-12-31 at 10.18.10 AM.jpg

여행 둘째 날에는 테카포 호수에서 마운트 쿡(Mount Cook)으로 이동했다. 이동 소용 시간은 차로 약 1시간 10분.


IMG_8775-1.jpg

테카포 호수에서 푸카키 호수로 가는 향하는 도로에서 찍은 사진으로, 역시 가을이나 산봉우리 마다 눈이 보인다. 도로를 보면 선이 좀 이상한데, 뉴질랜드는 인구가 적어 고속도로도 대부분 1차선이다. 추월해야 할 경우 반대 차선을 이용해야 하지만 길에 차가 없어 위험하진 않다.


IMG_8802-1.jpg

푸카키 호수(Lake Pukaki)는 밀키블루 색으로 유명하지만, 날씨랑 빛의 양에 따라 호수 색이 달라진다.
“참 쉽죠?” 밥 아저씨가 생각나는 풍경이다.


사실 이곳에 주차한 것은 연어를 사기 위함이었다. 푸카키 호수와 테카포 호수를 잇는 수로에서 청정 빙하 물로 키운 연어를 파는 곳 Mt. Cook Alpine Samlon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20140502_151956-1.jpg

연어회 용으로 가지런히 잘린 대뱃살도 있었지만, 가격 차이가 커서 아무렇게나 잘린 큰 덩이를 사 왔다. 이곳엔 한국 손님이 꽤 방문하는지 간장, 와사비는 물론 초고추장도 판매한다.


20140502_131338-1.jpg

상점에서 나와, 다시 마운트 쿡으로 향하는 길에 푸카키 호수의 View Point를 발견했다. 뉴질랜드는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는 곳에 잠시 주차할 수 있는 View Point를 마련해 두었는데, 구글맵에 표시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도로 옆에 있는 표지판을 잘 보고 다녀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20140502_134831-1.jpg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밀키블루 색의 푸카키를 볼 수 있었다. 석회질을 포함한 빙하 물이 모여서 이와 같은 색을 띤다고 한다.


IMG_8955-1.jpg

마운트 쿡으로 다가갈수록 날이 흐려지더니, 목적지인 저 골짜기 안은 마치 어둠의 기운이 도사리는 듯 보였다. 원래 계획은 이날 트레킹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이날은 Aoraki Court Motel에 머물렀다. 내부가 깔끔하고 넓은 편이며 욕실엔 큰 월풀 욕조도 있어 추운 산행에서 돌아온 후 따끈하게 목욕하기에도 제격인 곳이었다.

20140502_151428-1.jpg

연어 손질이 고민이었는데, 우리 같은 사람이 많았는지 모텔에 사시미 칼이 준비되어 있었다. 사시미 용이 아닌데 생으로 먹어도 되나 잠시 고민했는데 농장이 근처라 유통 과정에 별문제가 없을 것 같아 그냥 믿고 먹기로 했다.


이날은 계속 비가 흩날려서 3~4시간 코스인 후커밸리 트랙 대신 1시간짜리 Governor's Bush Walk을 택했다. 그냥 뒷산 산책하는 기분이지만, 멀리 보이는 풍광은 멋있었다.

20140502_163831-1.jpg

20140502_164537-1.jpg


짧은 트랙이 못내 아쉬워서 동네를 산책하다 왠지 마비노기 티르코네일이 떠오르는 풍경을 발견했다. :) 저기 보이는 집은 케이틴이 있는 식료품점 같고, 왼쪽엔 교회가, 오른쪽엔 낚시터가 있을 것만 같았다. 게다가 뒤쪽에 보이는 설산은 시드스넷타를 떠오르게 한다.

20140502_165113.jpg


20140502_184338.jpg

이곳에는 식료품을 파는 가게가 없어서 테카포에서 장 봐온 고기와 와인으로 저녁을 준비했다. 이곳의 밤하늘 역시 매켄지 보호구역(https://mackenzienz.com/scenic-highlights/dark-sky-reserve/)에 속하지만, 우리가 갔던 날은 구름이 많이 껴 별을 별로 보지 못해 아쉬웠다.


20140503_084847-1.jpg

다음 날 아침은 거짓말처럼 화창했다. 숙소 창밖을 통해 보이는 깨끗한 아침 풍경이 어찌나 좋던지 계속 바라보고만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3~4시간의 후커밸리 트레킹 후 퀸스타운으로 출발해야 했기에, 남은 연어와 채소로 도시락을 준비한 후 후커밸리 트랙으로 향했다.


20140503_094207.jpg

후커 밸리 트랙은 주차장에서 출발할 경우 왕복 3시간, 마을에서 걸어갈 경우 4시간이 소요되는 트랙이다.


IMG_9213-1.jpg


한국의 등산 코스를 상상해서 뉴질랜드 여행 전에 등산도 다니고 등산복과 스틱도 챙겨 갔는데, 대부분 평탄한 계곡 길이며 우리 외 대부분은 짧은 반바지에 반팔로 다녀서 부끄러웠다. 밸리라고 했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한국의 산은 대부분 힘들게 올라가야 하지만, 가끔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양양 근처의 설악산이다. 오색약수터에 나물 비빔밥 먹으러 갔다가 절 뒤로 난 산책길을 들어서게 됐는데, 풍광이 아름다워서 계속해서 안으로 진입하게 됐다. 한 시간 반쯤 들어가다가 이러다간 제시간에 집으로 가지 못할 것 같아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해의 양양 송이 축제를 기약하며 돌아왔는데, 그 이후로 아직 갈 기회가 없었다.


IMG_9432-1.jpg

가을 뉴질랜드 여행, 특히 마운트 쿡에 갈 때는 선글라스가 필수다. 선글라스 끼는 것을 답답해하는 나조차도 이곳에서는 설산에 비치는 해 때문에 눈이 시려서 계속 끼고 다녔다. 그 때문에 자연 그대로의 색을 제대로 볼 수가 없어 군데군데 그늘에 들어설 때마다 선글라스를 벗고 자연을 감상했다.


image_3647500491482901473051.jpg

도착지인 후커 호수에는 주변에는 꽤 많은 사람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밝은 곳에서 책을 읽는 사람, 자는 사람, 수다를 떠는 사람 등 각양각색의 사람을 볼 수 있었는데, 우리는 그곳에 오래 머물지 못함이 아쉬웠다.

이곳에는 남편인 들고 있는 작은 유빙부터 뒤에 보이는 큰 유빙까지 자연 그대로의 빙하를 접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그냥 눈과 얼음일 뿐인데, 큰 빙하 특유의 색 때문인지 괜히 뿌듯했다.

20140503_113222.jpg

호숫가에는 테이블이 있어서 많은 사람이 그곳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는다.

우리는 한국에서 가져간 도시락통에 채소와 토마토 연어 수프의 건더기를 넣고, 국물은 페트병에 따로 담아 가서 부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서 먹는 점심은 마치 소풍 간 기분이라 더욱 즐거웠다.


IMG_9469-1.jpg

후커밸리 산책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좋았기에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퀸스타운으로 출발했다. 이곳에는 이 외에도 키아 포인트 트랙, 1박 2일의 등산 코스인 뮬러헛 트랙 등이 여러 트랙이 있다. 다른 곳과 달리 숙박이 필요한 뮬러헛은 하루에 28명이 숙박할 수 있는 곳이라 예약이 필요하다. 또한 뮬러헛의 경우 높은 지대이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아이젠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미리 확인해야 한다.

이전 편에서도 썼듯이 다시 뉴질랜드에 여행 가게 된다면 테카포 호수와 마운트 쿡 빌리지에 오래 머물고 싶다.


이전 글 : [뉴질랜드] 은하수 촬영하기 좋은 예쁜 호수. 그리운 Lake Tekapo
다음 글 : [뉴질랜드] 다양한 매력이 공존하는 도시, 퀸스타운

Sort:  

3분할을 염두하고 보니 사진이 더 멋진거 같아요 특히 멀리 설산을 올려보게되는 사진은 영화의 Credit 장면같네요ㅎㅎ
그나저나 Pick & Shovel 피노는 맛있던가요?
(죄송합니다, 뭐 눈엔 뭐 밖에 안보인다고...)

ㅋㅋ 3분할을 염두하고 사진을 자른 보람이 있네요!! 하지만 첫 사진은 편집 본이 아니라는!!
저 피노누아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ㅂ ; 4년 전이기도 하고, 그냥 무난했나 봐요! (죄송할 것 없습니다. 저도 카페로망님 와인 글에 먼저 손이 간다는..)

Congratulations, Your Post Has Been Added To The Steemit Worldmap!
Author link: http://steemitworldmap.com?author=realsunny
Post link: http://steemitworldmap.com?post=and-lake-pukaki-aoraki-mt-cook-village-and-hooker-valley-track


Want to have your post on the map too?

  • Go to Steemitworldmap
  • Click the code slider at the bottom
  • Click on the map where your post should be (zoom in if needed)
  • Copy and paste the generated code in your post
  • Congrats, your post is now on the map!

저도 12년전에 뉴질랜드 다녀왔는데 그때 그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공기가 정말 좋았던 곳이었는데.. 요즘처럼 먼지가 많을땐 더 그리운 나라입니다.

뭐.. 이정도면 사진 배우실 필요가.....

있지요... ㅋㅋㅋ 족장님 가르침대로 3분할 선에 맞춰서 잘라 올리거나, 수평을 맞춰서 올린 사진들입니다.

그럼 더 배우실 필요가 ㅋㅋㅋ
다배우셨네~~~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한주 수고하세요

저하늘 쪽빛에 내몸뚱아리를 던지구 싶네요 캬~~ 뉴질랜드

비행기는 왜 못 타시는 건가요? ;ㅂ ; 타게 되시면 꼭 한번 가보세요!!

높이 올라가믄 무서워요 온몸에힘이 빠지구 어지러워요 ㅎㅎ

엉엉 ㅜ. ㅜ 아쉽습니다. 돈을 많이 많이 모으셔서 크루즈 여행이라도....... 일본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기항지에 호주가 있어요. 아마 호주에서 뉴질랜드 가는 배도 있겠죠;;

대단하신데요?
몇년전의 기억이 이렇게 생생하시다니?
(아 혹시 다른곳의 일기를 옮기는 중일수도 있겠군요.ㅎㅎ
그 생각을 못하고.....)

어제 일도 기억 못하는 아줌마는 그저 부럽네요.ㅎㅎㅎ

이벤트 참여 감사합니다.
맞팔과 풀보팅 완료합니다.
앞으로도 쭈욱 소통 이어나가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이번 여행기는 다른 곳에 적어 두기도 했지만, 새로 추가한 부분도 있어요. 사진으로 봐서 기억 나는 것도 있고, 또한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는 달리 새로운 여행지에서는 오감이 살아나는 기분이라 기억이 좀 더 오래 지속되는 것 같아요. 자주 뵙겠습니다!!!

와아아..
사진들이 죄다 예술이네요.
밀키 블루색 호수는 환상적입니다..

문명5 돌리다 시퓨가 탄 적이 있습니다.ㅠ
Worker 를 많이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죠..
스타하던 버릇이 있어서 일꾼은 다다익선인 줄 알았건만...

으으.. 어떻게 하면 시퓨가 타나요 ㅠㅠ
Worker는 많이 만들어 놓으면 유지비가 들어서 ;ㅂ ; 그래서 인지 문명 6에는 Worker 개념이 좀 바뀌었어요. 3~4번 일 시키고 나면 사라지더라구요. ㅋ

문명5 때 아 이 게임은 너무 무섭다..시드 마이어는 악마가 분명해...라고 생각하고 다시 안해봤습니다. 시공간을 건너게 만드는 게임이라 너무 무서워요;

그.. 그렇죠. 문명하셨습니다 라는게 괜히 있는 말이 아녔어요.

와...큐레이팅으로 훔치고 싶은(?) 사진이 한두개가 아니에요!!!
그나저나 모텔에 사시미라니ㅋㅋㅋㅋ

오늘도 큐레이팅 슥-
사진 예술 잘 보고 갑니다 :D

사진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당 :D 모텔이... 으음 한국과는 개념이 좀 다르죠. ㅋㅋ 여튼 주방도 있고, 뷰도 좋고 시설도 깨끗해서 완전 맘에 들었는데, 어제 구글맵에서 보니깐 평점도 5점. ㅋ 사람들 느끼는건 다 같나봐요.

Coin Marketplace

STEEM 0.16
TRX 0.15
JST 0.027
BTC 59439.79
ETH 2290.08
USDT 1.00
SBD 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