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추억하다 #2-4. [뉴질랜드 여행] 다양한 매력이 공존하는 도시, 퀸스타운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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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스타운은 뉴질랜드 남섬의 남서쪽에 위치한 인구 3만의 작은 도시로, 봄가을엔 휴양지, 여름엔 수상 레포츠, 겨울엔 스키, 스노보드로 유명한 곳이다. 또한 국내선과 국제선을 수용하는 공항이 존재해서 뉴질랜드 남섬을 여행하는 여행자 대부분이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마운트쿡 빌리지에서 이곳까지는 차로 3시간 10분가량 소요되는데, 곧장 퀸스타운으로 가는 것 보다 크롬웰의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여행 시에 새로운 음식 재료를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인데, 이상하게도 퀸스타운에는 대형 편의점만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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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스타운에서는 무엇을 할까?

  • 다양한 액티비티 : 번지 점프, 수상 레포츠, 스키/스노보드, 루지, 패러글라이딩
  • 자연 감상 : 곤돌라 이용, 산책
  • 동물 농장 방문
  • 크리스마스~연말 분위기에 휩싸이기
  • 밀퍼드 사운드(Milford Sound) 1일 버스 투어
  • 근교 여행 (ex. 애로우 타운, 와이너리 투어)
  • 3박 4일 밀포드 트레킹 준비를 위한 거점으로 이용


다양한 액티비티

나는 휴식 또는 근교 여행을 위한 거점으로 퀸스타운을 선택했기에 액티비티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번지점프에는 도전하려 했는데 이는 이곳에 세계 최초의 상업 번지 점프 시설인 AJ Hackett Bungy Kawarau Bungy Centre가 있기 때문이다.

번지점프 시설은 퀸스타운에서 차를 타고 크롬웰 방향으로 2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다. 그곳에 갈 때까지만 해도 나와 남편, 친구 부부는 웃고 떠들며 호기롭게 갔지만, 도착해서 이 광경을 보는 순간 모두 말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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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점프를 뛰기 위해선 동의서와 건강 체크 표를 작성해야 하는데, 당시 나는 발목이 좋지 않아 번지 점프에서 제외되었다. 멋지게 뛰어내리며 자유를 느껴보고 싶었는데 아쉬울 따름이다. 번지점프는 입수/입수 안 함으로 나눠서 신청할 수 있고, 끝나고 나면 기념품인 흰 면 티셔츠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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뛸 때까지 말이 없던 남편은 의외로 과감하게 뛰어내렸다. 어떤 느낌이었을까?
나는 번지점프 대신 슈퍼맨 자세의 집라인에 도전했다. 집라인의 경우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데 발목만 매달고 거꾸로 타는 방법도 있다.

번지점프는 또 한 가지 무서운 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신발과 옷을 착용한 채로 몸무게를 잰 다음 손등에 크게 적어버린다는 것이다. 집라인은 다행히도 손등 대신 종이에 써서 몸에 붙이므로 내리자마자 버릴 수 있었다.

우리는 아침 식사도 이곳에서 해결했는데, 뜨내기손님 용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반대로 정말 맛있었다. 내가 주문한 것은 Where's the Beef? 라는 재밌는 이름을 가진 베지테리언 용 버거였는데, 알맞게 익은 브리 치즈가 신선한 채소와 빵과 잘 어울렸다.


자연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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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픽사베이

곤돌라를 타고 산 위에 올라가 와카티푸 호수를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은 여러 웹 사이트나 책자에서 퀸스타운을 대표하는 사진으로 사용된다.

Queenstown Gardens를 걷는 것도 퀸스타운의 자연을 감상하기에 좋은 방법이다. 특히 가을의 퀸스타운은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로, 햇살을 받으며 브런치를 즐기거나, 햄버거를 사 들고 공원에 소풍 가기에 최적이다. 걷다 보면 개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의 여유로운 삶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Arrowtown

애로우타운은 퀸스타운 근처에 있는 작고 예쁜 마을이다. 우리는 차량을 반납했기에 근교 여행을 위한 버스 노선을 알아보았고, 애로우타운과 Amisfield 와이너리가 같은 노선(현재 2번 노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애로우타운으로 향했던 그 날은 아쉽게도 단풍은 이미 지기 시작했지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맑은 가을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이때가 5월 초였으니, 단풍 구경을 위해서는 여행 일정을 4월 말로 잡는 게 좋을 것 같다.


1860년대 골드러쉬와 함께 번성한 마을이라 그런지, 마을 모습과 간판이 옛날 서부영화를 떠오르게 한다. 박물관에서는 사금 채취에 대한 옛 자료는 물론, 유료로 체를 빌릴 수도 있다.


마을을 거닐다 보면 근교 와이너리인 깁슨 밸리 와이너리의 상점도 볼 수 있다. 여행을 가기 전만 해도 치즈와 함께 와인을 시음하는 퀸스타운 <-> 깁슨 밸리 빨간 버스 투어가 있다고 들어서 기대했는데, 우리가 갔던 2014년엔 이미 사라진 후였다.


메인 로드 이외에도 언덕과 마을 주위를 흐르는 개울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개울가에서는 착시 현상인지 모르겠지만, 반짝이는 게 보였다. 금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몇 번이나 손으로 모래를 떠보았는데 손은 체처럼 섬세하지 않아 모두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렸다. 그제야 체를 빌리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반나절의 애로우타운 여행은 짧으면서도 내 삶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곳을 방문하고부터 공기 좋고 물 맑고 조용한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Walter Peak 농장 방문

와카티푸 호수에서 1912년부터 운항한 증기선인 ‘언슬로호'를 타고 호수를 건너가서 동물을 만나고, 간단한 티타임을 갖고, 양털 깎는 쇼를 구경한 후, 관련 제품을 구매하는 시간을 갖는 투어이다.


농장에서 바라본 전경


귀여운 알파카와 양은 물론 예상하지 않았던 하이랜더도 볼 수 있었다. 또한 양치기 개가 양몰이를 하는 이벤트도 투어에 포함된다.



주인아저씨가 1분 10초 만에 양털을 깎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양털 제품에 관심이 있거나 아이와 함께 갔다면 여행 코스로 추천할 법하지만, 증기선에서의 석탄 냄새가 힘들어서인지, 아니면 후기에 썼던 아래의 이유 때문인지 나에게는 별로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았다.

처음 뉴질랜드를 여행하기로 마음먹은 건 뉴질랜드 이민에 대한 환상 때문이었다. 공기 좋고 사람 적은 곳에서 동물을 키우고 살면 지금보다는 행복하지 않을까, 시간에 쫓기는 현재의 직업은 버리고 뉴질랜드에 가서 어떤 일이라도 하면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첫 번째 생각은 퀸스타운 근교의 Walter Peak's Farm에서 무너졌다. 하이랜더와 알파카, 양도 있지만, 생각보다 볼 것 없다고 느꼈던 그 농장 투어에서 길 아무 데나 쌓인 똥과 입에 들어갈 것만 같은 파리 떼를 보며, 내가 꿈꾸던 목장은 현실이 아님을 깨달았다.


크리스마스~연말 분위기에 휩싸이기

가을의 여유로운 퀸스타운과 달리,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이하는 퀸스타운은 젊은 백팩커의 도시로 재탄생되다. 이곳저곳에서 클럽 파티도 계속되고, 숙소 라운지에서 처음 만난 여행자끼리 술 마시며 어울리는 광경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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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오후에 퀸스타운에 도착해서 호수 변으로 나오자 많은 사람이 이미 취한 채로 어울리고 있었다. 우리도 분위기에 편승하려 동네 마트와 리쿼샵에 갔지만, 크리스마스에는 오후 3시까지만 술 판매가 가능하다는 Alcohol 금지 규정이 붙어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러고 보니 다들 소중한 술을 상자째 껴안고 다녔다. 누가 암표 판매하듯 팔면 살 텐데 그런 사람도 없었다. 우리는 일찍 와서 술부터 샀어야 한다는 후회를 하며 한참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다 술집으로 향했다.

Alcohol Ban을 읽어보면, 그동안 법이 좀 바뀐 것인지 지금 사진에 찍힌 호수 변에서 술 마시는 행위도 불법으로 간주한다. 숙소에서 마시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크리스마스 당일의 술 판매 여부에 대해서는 적혀있지 않으므로 필요하다면 전날 미리 사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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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번지점프.. 무섭지만 해보고 싶어요. 그나저나 사진을 찍어서 파는 상술은 어디가나 빠지지 않네요 ㅋㅋㅋ

그쵸 ㅋㅋㅋ 그래도 요샌 다들 카메라나 폰으로 찍으셔서 대부분의 곳에서는 사라졌는데, 이런 각도의 사진을 파니깐 맘이 혹하더라구요. ㅋㅋ

저같으면 아마 뛰어내리다 기절해버릴 거에요......

아깝네요... 몸무게 공개 될수 있었는데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평생 비밀입니다.

와~ 퀸스타운 정말 멋지네요. 더 나이들기 전에 꼭 가봐야겠어요 번지점프도 한번도 안해봤는데 저런 풍경에서라면 뛰고 싶을 것 같아요^^

팔을 나란히 펴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눈을 감고 편하게 뛰어 보고 싶었거든요. 그러면 스트레스가 사라질 것만 같은 기분.
다음에 또 뉴질랜드에 가게 되면 저 곳이나 북섬에 있는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 나왔던 곳에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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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점프대에서 찍어주는 사진은 정말 살 가치가 있네요-!! 다른데서 보기 힘든 멋진 사진입니다 크-!!

크.. 남편이 용기 있게 뛰어 내려서 다행이예요. ㅋㅋ
근데 다 끝나고 나면 고무 보트가 와서 데리고 가는데, 그 땐 누워서 움직이질 않아 기절한 줄 알았어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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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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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용감하시네요~ 저는 번지점프나 집라인, 심지어 롤러코스터도 전혀 생각도 안한답니다^^

ㅎㅎ 저도 딱 한번만 해보려구요. 롤러코스터도 왠만하면 피하고 있어요. 마지막에 탄게 8년전이예요 ㅋ

역시 이번에도 노래가 절로 나올것 같은 풍경이군요~
(그렇게 @caferoman은 풍경을 떠올리며 기타를 잡고...)

으아아아아!! 전 그래서 기타 치는 사람이 제일 부러워요.
저는 키보드라 ㅠ. ㅠ 전원 없이는 연주 할 수가 없다는 단점이.. (심지어 피아노는 들고 다닐 수도 없습니다....)

모닥불에 뭐 구워 먹으면서 기타 치고 노래 부르기. 이런거 하고 싶어요!! (마비노기에서만 해봤습니다)

기타가 가지는 최고의 장점이지요 들고 다닐수 있고 전기도 필요없는데 연주하면서 노래도 부를 수 있는 ㅎㅎ
차마 갸녀린 몸으로 반도네온을 들고 다니시라는 말씀은 차마 못 드리겠네요ㅎㅎ

가녀리지 않아서 가능하긴 할 것 같은데 😑 어디서 구해서 누구한테 배우느냐가 관건이네요 ㅎㅎ

저런데서 라이딩 해보고 싶네요. 버킷 리스트에 휘슬러랑 오스트리아에서 보드 타는 것이 있는데, 뉴질랜드도 리스트업 해야겠습니다.

오우.... 휘슬러는 알겠는데 오스트리아도 유명한가 보네요!!
전 스키보다 보드가 재밌긴 한데, 잘 못 타기도 하고 2009년 이후로는 한번도 스키장에 안 간 것 같아요. 아하하 지금 가면 다 잊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ㅠ_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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