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think] 상처주지 않으려는 의도를 확인한 후에는, 상처받지 않아도 된다.

in #kr6 years ago


다소 도발적인 제목이지만, 친구가 나에게 최근에 해준 말이었다. 우리는 같이 일을 진행하면서 서로간에 오해가 쌓이고 있었고 안좋은 감정이 쌓이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소중한 관계의 색을 잃어버릴 듯한 위험이 감지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신뢰는 상당히 오랜기간 (십년 이상) 지속되었던 상태였고, 이 감에 대해서도 서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의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놓기 시작했다.

우선은 내가 친구에게 사용했던 다소 딱딱한 경어체가 지금의 상태와 맞물리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전반적으로 너무나 바쁘고 여유없게 일이 돌아가면서 심적 여유가 없는 상태였고, 나는 이로 인해 내 일상의 다른 부분까지 잠식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유없지만 각 일과의 경계를 분리함과 동시에 맡은 부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이 스스로 압박처럼 느껴졌고, 이로 부터 생겨난 부정적인 감정이 비언어적인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었다는 판단이 생겼다. 어떤 말투든, 문장이든, 항상 마주하는 사람의 정서와 분리되어 생각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표현하고 전달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친구에게 상처주는 의도는 아니었으며, 친구 관계라고 할지라도 일의 영역에 있어서는 조금 더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고 나타내는 의도로서 경어체를 사용하였었고, 어떻게 보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표현 방식이었지만 이번에는 실제로 저변에 깔려 있는 부정적인 정서가 우리의 소통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사과했다. 사과를 할 때에는 군더더기 없는 편이 좋았다. 상처를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상처를 주게된 것 같았기에, 상심했을 기분과 경험에 대해 잘 헤아리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나의 사과를 들은 친구의 답은 아래와 같았다.

"상처주지 않으려는 의도를 확인한 후에는, 상처받지 않아도 된다."

처음에는 우리의 소통에 대해서 다소 상처를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였으니 괜찮다고 했다.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처를 줄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는, 괜히 상처를 키우거나 상처를 만들어서 스스로 상처받지 않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오해가 쌓여 관계가 엉키기 전에, 상처받지 않아도 되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로 상처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관계는 일순간 틀어지기 보다는 서서하고 조용한 상처와 오해가 쌓여 엉망이 된다. 일순간 틀어진다고 느끼는 이유는, 그동안 누적된 실망과 체념이 어떤 트리거(trigger)에 의해 폭발하듯 드러나기에 그렇다. 정말로 사소한 것, 별것 아닌 것은 그 자체로 미미하지만 그 것이 다른 부정적인 감정의 문을 활짝 여는 순간 회상되고 증폭되는 경험을 해왔다. 그래서, 의도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알며 받아들이는 것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나는 이런 말을 해준 친구가 참으로 고마웠다. 여러 역할이 중첩된, 관계의 결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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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를 두셨네요. ^^

정말로 좋은 친구입니다. 스스로가 부끄러워질만큼 이 친구에게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저도 좋은친구한테 전화 한통화 때려야 겠네요

저도 종종 친구들 보거나 이야기를 들으면 힘이 나곤 합니다.

공감되네요. 쌓아놓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상처주지 않으려는 의도를 알았다고 해도 사람 마음이 이미 받은 상처의 감정에 의연하거나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정말 좋은 친구를 두셨네요:)

네. 맞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사과"하는 것이 사실은 무척 중요합니다. 저도 다행히 좋은 친구를 만나서 여러모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의도를 확인하는 건
참 좋은 방식인 거 같습니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전에 완화하거나 제거해는데에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공과 사의 경계에서 알게 모르게 상처가 많이 쌓이셨나 보군요. 받아내는 입장은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깊은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언젠가 받아내 주실 날도 오겠지요.

공과 사의 관계를 모두 유지하다보면, 종종 이런 일이 발생하곤 합니다. 친했던 친구들이 같이 일을 진행하면서 틀어지거나 무척 싸우게 되는 일도 있고요. 그래서 항상 조심하려고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친구의 저 말은, 제 머리를 딱 때리던 말이었습니다.

상처를 줄 의도가 없었다는 걸 안 후에는 스스로 상처를 키우거나 만들어서 상처받지 않는 게 중요하다

정말 명언이네요. 몇번이고 곱씹게 됩니다. 가끔씩 저와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제가 스스로 상처를 만들고 있는지 생각도 해보게 되구요.

그런데 님과 친구분이 서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터 놓을 수 있었던 것도 두 분 사이를 이어주고 있는 오랜 시간의 깊이와 단단함 덕분이었겠지요? :)

가장 밑바탕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 선의로 말하고 선의로 받아들일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저도 상처를 주는 것만 생각했었는데, 상처를 "어떻게" 소화할 것이냐에 대한 시선을 던져주어서 참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관계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키는 태도로 보여요. 저도 배워야겠어요. 동시에 '나는 상처를 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네가 이해하라'는 식으로 용서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맞습니다. "네가 이상해"라든가 "내 의도가 이게 아냐" 등으로 회피하거나 강요하는 방식으로 사용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음을 챙기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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