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photo] 어둔 밤
Oct.2018, Seoul, Nexus 5x.
어둔 밤을 건너갈 때에는 살금살금 걷는다. 형체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어둠이 가라앉을 때면 그 위를 살포시 걷는다. 발자국 소리 하나에 자국이 동심원처럼 퍼진다. 두 발이 동시에 안착할 때면 어둠은 푸른 웃음을 머금고 어서 뛰어가라 한다. 술을 떡처럼 집어삼킨 사람의 고성이 들려온다. 등대는 항상 빛으로만 말하지 않는다. 지시된 것들은 뭉개진 채 흩날린다. 밤에는 파장이 일어나 파장을 준비한다. 그때쯤 나는 파장에 뒤섞이지 않기 위해 몸을 꼿꼿이 세우고 다른 파장을 낸다. 신은 우리에게 눈 만을 주시지 않으셨다. 눈으로 파장을 목격하는 것 만큼 무서운 일은 없을 것이다!
집에 빨리 가기 위한 지오데식(geodesic)을 계산한다. 빌어먹을 유클리디안 따윈 아무래도 좋았다. 흡사 그는 평생 평탄한 삶을 살았겠지. 부딪히는 걸음을 겹겹히 쌓으면 아무 곳도 갈 수 없게된다. 파랑과 파랑과 더 짙은 파랑 사이에서 옅은 파랑을 더듬는다. 빼꼼 벌려진 틈새 사이에 발을 집어 넣으면 그 뒤엔.
시(詩)는 아니고
그냥 끄적거림과 끼적그럼 그 어드메.
사진만 덩그러니 있으면 황량할까봐 붙이는 - 어쩔 수 없이 붙이는 문장의 파편들.
Le Grand Bleu. 심연의 바다가 떠오릅니다 ^^
푸른 빛이 공간을 메우던 밤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