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말을 해야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5 years ago

뭐라도 말을 해야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뭐라도 말을 해야하는 것에 따라서 이러한 말을 듣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뭐라도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은 시시비비를 가릴 때, 말을 하지 않으면 손해를 볼 때, 말을 해야 어떤 이득을 얻을 때, 기나긴 침묵을 견디지 못해 강박적으로 빈 소리의 공간을 채워야할 때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게 말을 한다고 해서 그 말이 모두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그 말은 결국 (말이 들어가야 하는) 공간을 채우는 의미 정도로서의 말일 것이기에 애써 의미를 건져 올린다고 한들 무엇이 바뀔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있어서는 무력하다.

뭐라도 말을 해야하는 상황이 오면, 정말로 아무 의미 없고 맥락 없는 단어들을 내뱉을 뿐이다. 뭐라도 말을 해야하는 상황에서의 공범들은 - 이는 나 자신도 자유로울 수 없지만 - 어떤 공간을 뭐라도 채웠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모든 단어들의 집합은 어찌되었든 의미가 있다며 스스로를 합리화하기도 한다. 의미는 결국 보고 듣는 이가 건져올리는 것이라며 미루기도 한다. 아무 의미 없는 것은 결국 모든 의미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 것이라며 해석의 확장을 도모하기도 한다. 이도저도 아니면 그냥 내버려둔다. 어차피 그래도 된다.

그래서 이 글도 이런 공식을 따른다.
뭐라도 말을 하기 위해 쓰인 글이며 아무 맥락도 의미도 없다.
눈 앞에 닿자마자 단어와 글자들로 부서지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지도 듣고 싶은 지도 모르는 글 말이다.
하긴 그런 글이 한 둘인가.

Coin Marketplace

STEEM 0.16
TRX 0.15
JST 0.028
BTC 56325.56
ETH 2374.82
USDT 1.00
SBD 2.33